IBM·포드·GE등 사용않는 특허로 수익창출......특허전문 자회사 설립하기도

많은 일본 기업들이 자산의 효율적 활용에 골몰하고 있다. 하지만 중요한 무형자산을 빼놓는 경우가 적지 않아 문제로 지적된다. 특히 잠재가치가 무한한 것으로 평가받는 특허나 저작권 등 지적재산권 활용률이 30%대에 머물러 있어 심각성을 더하고 있다.하지만 미국 기업들은 다르다. 불황을 딛고 90년대 들어 부활한 미국기업들은 특허를 중요한 수입원으로 판단하고 전략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자사의 상품전략에 직결되지 않는 기술이나 특허를 적극적으로 다른 회사에 매각하거나 라이선스 공여 등의 방법으로 수익을 극대화시키고 있는 것이다.특히 IBM의 루 가스너 회장과 GE의 잭 웰치 회장은 특허전략에 많은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 경영자로 유명하다. 90년대 중반 그들의 최대 관심사는 수익력 강화에 있었다. 그래서 인원정리, 공장의 통페합 등 유형자산의 구조조정을 정력적으로 추진했다. 하지만 이들은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구조조정을 마친 다음 곧바로 지적재산권에 손을 댔다.기업체들은 보통 자사의 기술력과 시장에서의 우위성을 확보하기 위해 연구개발의 성과물에 대해 빠짐없이 특허를 신청한다. 하지만 그 가운데는 현실적으로 상품화와 관련이 없는 것도 적지 않게 마련이다. 회사 차원에서 보유하고 있지만 자사에는 별 쓸모가 없는 특허 등이 적지 않은 것이다. 가스너와 웰치 두 사람도 바로 여기에 주목했다. 현실적으로 할용하지 않는 특허 등을 팔거나 라이센스를 빌려주면 수익력 확보에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판단했던 것이다.특히 가스너가 이끄는 IBM의 활약은 대단하다. 90년대 들어 지적재산권을 활용해 많은 이익을 실현해온 이 회사는 지난 94년 이후 특허료와 로열티 수입이 폭발적으로 증가, 지난해 기준으로 무려 11억 달러에 달한다. IBM 경상이익의 19%를 지적재산권 부문에서 거두고 있는 셈이다.KPMG에서는 지난 5월 일본 경제인들의 모임인 경단련(우리나라의 전경련과 비슷한 조직)의 초청으로 「지적재산권의 적극적인 활용과 재무전략」이란 주제로 세미나를 개최했다. 그때 2백50명이 넘는 참석자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했는데 여기서 잠시 그 결과를 공개해볼까 한다.먼저 「지적재산권의 리스트, 내용, 소유수 등을 정기적으로 확인하고 있느냐」고 물었다. 결과는 상당히 긍정적이었다. 이 질문에 「그렇다」고 대답한 사람이 76%에 이르렀던 것. 비교적 많은 사람들이 지적재산권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있었던 셈이다.하지만 이들 가운데 「지적재산권의 금전적 가치를 파악하고 있다」고 답변한 사람은 28%에 지나지 않았다. 여기에다 「경상이익 가운데 지적재산권이 차지하는 비중이 얼마나 되는지, 파악하고 있느냐」는 물음에 대해 「예스」라고 대답한 사람은 39% 뿐이었다. 특히 지적재산권 부문의 업적을 평가하고 있는 기업은 전무했다.그렇다면 미국기업처럼 지적재산권을 경영전략에 활용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우선 최고경영진의 의식개혁이 절대적으로 중요하다. IBM의 가스너 회장, GE의 웰치 회장의 예에서 볼수 있듯이 경영자의 의욕이 없이는 지적재산권 부문을 이익창출의 중심지로 바꾸는 것이 거의 불가능하다.지적재산권 활용의 두번째 단계는 자사가 보유하고 있는 지적재산권의 재고조사를 철저하게 실시하는 것이다. 자사의 특허와 그 내용을 면밀히 파악해 이를 데이터베이스화할 필요가 있다는 얘기다.앞서 말한 두 가지 정도라면 이미 끝낸 기업도 적지 않을 것이다. 문제는 이들 특허의 가치평가를 정기적으로 하고, 이를 바탕으로 책정된 지적재산권 전략을 경영전략과 재무전략으로 융합시키는 일이다. 이렇게 함으로써 자사의 경영목표와 사업계획에 따라 특허를 활용하는 것이 가능하게 된다.가치평가에는 주로 3가지 방법이 이용된다. 해당 지적재산권의 사용 가능기간과 경제적 이익을 추정해 가격을 결정하는 「수입 접근법」, 유사한 지적재산권의 거래액을 바탕으로 시장가치를 평가하는 「시장 접근법」, 지적재산권을 만들 때까지의 예상 비용을 산출해 계산하는 「비용 접근법」 등이 그것이다. 이밖에 외부 전문가의 판단을 구하는 것도 한가지 방법이 될 수 있다.또 자사의 특허를 효과적으로 활용한 후에 정기적으로 그 수익성과 사업에 대한 공헌도를 확인하고, 가치를 평가할 필요가 있다. 경우에 따라서는 라이선스료 등을 인상하는 것이 가능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일본 기업에 휴면특허가 많은 것은 지적재산권이 갖는 가치를 비즈니스 관점에서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지 않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장래 필요하게 될지도 모른다」고 판단해 자사가 보유하고 있는 특허를 다른 회사에 팔거나 빌려주지 않고 꽉 껴안고 있다가 그후 신기술이 출현하고 기술의 트렌드가 바뀌어 모처럼의 특허나 연구개발투자가 물거품이 되어 버리는 쓰라린 경험은 어느 기업이나 갖고 있을 것이다.그러면 미국 기업은 어떻게 지적재산권 부문을 특화시켜 수입원으로 연결시킬까. 여기에서는 3개사의 사례를 통해 그 방법을 살펴본다.1. 포드포드에서는 97년 3월에 CEO 주도로 지적재산권 전문 자회사인 「포드 글로벌 테크놀러지」사를 출범시켰다. 발족 당시 임직원 수는 10명이었고, 주요 업무는 포드가 갖고 있는 특허 및 기술의 마케팅 활동을 담당하는 것. 회사 입장에서는 사업부의 벽을 뛰어넘는 특단의 특허전략을 세웠고, 이후 포드가 자회사를 중심으로 활발한 지적재산권 마케팅 활동을 펼쳤음은 물론이다.결과는 성공적이었다. 브레이크 램프 고장 등 자동차 전기계통의 문제를 운전사에게 알려주는 시스템과 관련된 특허를 레저용 보트에 이용할 수 있다는 점을 발견하고 적극적인 판매활동을 전개해 적잖은 소득을 올린 것을 비롯해 각종 특허를 팔아 기대 이상의 성과를 거두었다. 또 포드가 보유하고 있던 독점기술을 라이선스 형태로 빌려주는 방식을 통해 짭짤한 수익을 올리기도 했다.2. IBM90년대 초반부터 특허와 라이선스를 적극적으로 활용해 많은 수입을 올리고 있다. 회사가 아주 어려웠던 93년 최고경영자 자리에 취임한 가스너 회장은 사내에서 8명을 뽑아 「테크놀러지 그룹」을 결성했다. 그런 다음 8개월 간에 걸쳐 보유하고 있는 특허에 대해 경쟁력이 있는지, 사업화에 대한 목표가 서 있는지 등을 철저하게 따지는 재고조사에 나섰다. 그 결과 HDD(하드디스크), 반도체, 액정디스플레이 등의 기간부품에 경쟁력이 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일찍이 IBM은 부품은 모두 자사에서 개발하고, 노하우가 샌다는 이유로 다른 회사에는 판매하지 않았다. 하지만 가스너 회장은 취임 후 여기에 쐐기를 박았다. 특허료 수입을 늘린다는 명분을 내세우며 기간부품을 다른 회사에 팔기 시작했다.외판 비즈니스가 급신장함에 따라 IBM의 특허와 로열티 수입 역시 최근 들어 크게 늘어난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94년 5억 달러에 지나지 않던 것이 지난해에는 11억 달러로 4년만에 2배 이상 늘었다.IBM은 특허를 전략적으로 사용하고 있다. 99년6월 에이서(Acer)와의 제휴를 발표하는 등 지적재산권의 가치를 창조하는 시책을 속속 내놓고 있다. 액정디스플레이 등의 기간기술을 빌려주고 벌어들인 수입만도 지난 7년간 80억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이밖에 이 회사는 다른 회사의 특허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예를 들어 요즘 한창 잘 나가는 특정용도대상 반도체인 ASIC에 사용한 기술 가운데 약 절반은 다른 회사의 특허를 활용하고 있다.3. GE98년3월부터 각 사업부에 지적재산권 관리부를 설치하고 특허료 수입을 사업부의 수입이 되도록 하는 관리시스템으로 바꿨다. 웰치 회장이 「어쨌든 이익을 내라」고 독려하기도 하고, 각 사업부가 사용하지 않는 특허를 적극적으로 사내의 다른 부서에 넘기기 시작했다. 동시에 자사에서 사용하지 않는 특허를 다른 회사에 라이선스 제공 방식으로 세일에 나섰다. 이에 따라 GE에서는 「특허로 돈을 번다」는 의식이 회사 전체에 급속도로 퍼져나갔던 것이다.미국에서 특허의 중요성을 인식하는 것은 기업 뿐만은 아니다. 전국민적인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관심이 높고, 거래도 활발하다. 특히 여기서 한가지 관심을 끄는 대목은 대기업의 특허를 사용중인 것과 휴면중인 것으로 나누어 데이터베이스화했다는 점이다. 누구든 쉽게 열람할 수 있고, 마음에 드는 것은 해당 기업과 접촉해 언제든지 살 수 있는 시스템이 완비돼 있는 셈이다.또 미국에는 특허 컨설턴트들도 최근 들어 활발하게 활동한다. 특허 전문가 출신들로 구성돼 있는 이들은 주로 휴면특허를 갖고 있는 기업과 이를 필요로 하는 기업들 사이에서 훌륭한 가교역할을 하며 거래를 주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