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방향대화ㆍ자부심ㆍ공정성 구축해야 '시너지 효과'

운동선수가 코치와 감독을 신뢰하지 않는다면 자기 일에 몰입하여 최선의 성과를 낼 수는 없다. 코치를 신뢰하지 못하는 선수는 코치의 말을 형식적으로 받아들일 뿐 자기 나름대로 연습을 하기 때문에 코치와 선수간에 시너지 효과를 거두기 어렵다. 물론 기본적인 자질이 우수한 선수는 어느 정도 성과를 낼 수 있지만 선수와 코치가 팀워크를 이루어 게임을 치르는 팀을 이기기는 어렵다.기업도 결코 예외는 아니다. 다수의 조직 구성원들이 자기 상사와 경영진을 신뢰하고, 자기가 하는 일에 자부심을 가지며, 나아가 함께 일하는 동료들간에 일하는 재미가 넘쳐나는 곳이 있다면, 그러한 기업이 바로 일하기에 좋은 훌륭한 기업이다. 국내외 기업들 중에서 좋은 기업(Good Company)들은 많다. 보수가 높고, 복리후생 제도가 잘 되어 있는 기업들이 많다. 또한 주 5일 근무 또는 격주 토요일 휴무를 실시하고 있는 기업들도 있다.그러나 이처럼 월급을 받고 다니기에 좋은 회사라고 해서 모두가 일하기에 좋은 훌륭한 기업은 아니다. 실제로 일하기에 가장 좋은 포천 1백대 기업을 선정하는데 사용되고 있는 로버트 레버링의 신뢰경영지수를 국내 기업에 적용하여 보면 그 결과는 충격으로 다가온다.◆ 권위주의적 관리문화포천 1백대 기업과 비교해 볼 때, 한국의 기업은 조직 구성원들과 이들의 상사 및 경영진과의 관계에서 신뢰 수준이 낮다. 마찬가지로 관리자와 임원을 인터뷰해 보면 자기 부하들을 믿는다고 하지만 부하들이 하는 일과 능력에 대한 신뢰가 낮다. 그렇기 때문에 팀제를 도입하고 결재 단계를 축소해왔지만 대부분의 기업들이 여전히 지시 통제의 관리 패러다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부하는 상사를 신뢰하지 않기 때문에 상사가 원하는 대로 시키는 일만 하면 된다고 생각한다.따라서 사원들의 조직에 대한 신뢰가 낮은 일터에서는 기꺼이 자기 시간을 할애하거나 노력을 아끼지 않는 몰입이나 헌신을 찾아보기 힘들다. 오히려 일을 더 시키면 불만이 더욱 높아진다. 상사는 부하를 신뢰하지 못하기 때문에 일을 맡겨도 불안하다. 그래서 사소한 것까지 일일이 챙긴다. 관리자와 임원이 맡고 있는 일의 영역이 넓기 때문에 평상시 업무추진 내용과 방법에 대한 대화, 코칭 및 피드백보다는 단순한 지시와 결과 챙기기가 주류를 이룬다. 지시와 통제를 중심으로 한 관리문화가 지속되는 한 조직 구성원들의 창의력과 도전정신은 기대하기 어렵다. 결국 시키는 일만 열심히 하면 된다는 식이기 때문에 조직 전체의 효율이 낮아질 수밖에 없다.◆ 인간존중인간존중과 관련한 신뢰경영지수를 살펴보면 한국기업의 관리자와 임원들은 부드러운 말투 내지는 인간적인 대우를 떠올린다. 이것은 그동안 지시 통제 문화에 익숙한 관리자와 임원들의 부하를 대하는 태도에 상당한 문제가 있었기 때문이다. 관료주의적 권위주의에 익숙한 관리자와 임원들은 시키면 시키는 대로 해야 한다는 권위주의적 사고를 해온 것이 사실이다. 상하간의 관계가 공감을 바탕으로 한 협력관계가 아니라, 일방적 지시와 일방적 수행관계로 맺어져 있다면 상하간에 시너지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그러나 포천 1백대 기업을 보면 상사는 부하에 대한 인격적 존중을 바탕으로 이들의 업무를 전문적으로 지원하고 협조한다. 또한 상사는 부하들에게 성장의 기회를 제공하면서 이들이 편안한 마음으로 일할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하는데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 공정성신뢰경영지수에서 상하간의 신뢰를 측정하는 또 다른 범주는 공정성이다. 업무의 배분과 평가 및 인사 등에 관한 공정성을 측정함으로써 상하간은 물론 개인과 조직간의 신뢰를 측정하고 있다. 공정성의 경우 포천 1백대 기업들도 다른 신뢰범주에 비해 점수가 상대적으로 낮게 나타난다. 공정성은 그만큼 어려운 과제이기도 하다. 그러나 국내 기업의 경우 학연이나 지연에 의한 편애와 차별이 많이 나타나고 있으며, 특히 남녀 성별에 의한 차별은 매우 크다고 할 수 있다. 적어도 회사의 방침 자체는 차별을 금지하고 있어도 사원들은 업무현장에서 차별을 느끼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자부심신뢰경영지수의 네번째 범주는 조직 구성원들이 자신의 일과 부서 및 조직에 대한 자부심을 측정하고 있다. 조직 구성원들이 자기 일에 대하여 자부심을 느끼고 있을 때, 자기 일에 몰입해서 조직에 기여하고자 하는 욕구가 높아질 수 있다. 한국의 기업의 구성원들은 대기업에 근무할수록 자기 조직에 대한 자부심은 높게 나타나지만, 자기 일에 대한 자부심은 낮은 것으로 나타난다. 이것은 보수가 좋고 복리후생이 잘되어 있으면 월급을 받고 다니기에 좋은 회사라고 생각하지만, 그렇다고 구성원들이 자기 일에 자부심을 느끼는 것이 아님을 보여준다.한국 기업의 구성원들은 회사에 기여한다고 느끼고 있지만 자기 일에 대한 긍지는 낮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노사간의 문제를 포함한 회사의 보상 및 복리후생 정책에 대한 불만도 사원들이 회사에 기여하고는 있지만 인사와 보상이 공정하다고 생각하지 않기 때문에 자기 일에 대한 불만이 높은 것으로 추측된다. 다른 측면에서 볼 때 이러한 문제는 열린 커뮤니케이션이 부족하기 때문에 상하간에 일의 의미를 공유하지 못한 채 사원들은 일방적으로 일만 한다는 생각을 갖기 때문이다.◆ 재미신뢰경영지수의 다섯번째 범주는 함께 일하는 동료들간의 관심과 배려 및 일하는 재미를 측정하고 있다. 포천 1백대 기업에서는 절대 다수의 구성원들이 함께 일하는 구성원들간에 일하는 재미가 있다고 대답한 반면에 한국의 기업은 이 범주에서 점수가 매우 낮게 나타난다. 한국 기업은 구성원들간의 관심과 배려 수준이 낮을 뿐만 아니라 자신의 일터를 친근감 넘치는 일터로 보고 있지 않다. 동료들간에 공동체 의식도 포천 1백대 기업에 비하여 현저하게 낮다. 서구문화는 기본적으로 개인주의 문화에 토대를 두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업에서 일하는 조직 구성원들간의 공동체 의식이 높다. 그러나 한국은 개인보다도 「우리」라는 공통체 의식을 강조하는 문화임에도 불구하고 조직 구성원들간의 공동체 의식이 낮게나타난다.결국 문화 자체가 공동체 의식을 바탕으로 한다고 해도 상하간의 신뢰가 바탕이 되지 않으면, 공동체 의식을 강조하는 사회의 보편적인 특성이 구체적인 업무현장에서 공동체 의식으로 나타나지 않는다.◆ 왜 신뢰경영인가피터 드러커가 주장했듯이 21세기는 시시각각으로 변화하는 정보와 지식을 활용하여 자기 일에 부가가치를 높이는 지식 근로자들이 주도하는 사회이다. 지식경제 시대에서 지식의 창출과 공유 및 재창출은 바로 사람에 의하여 이루어진다. 그래서 초일류기업은 사람을 가장 중요한 자산이라고 주장한다.또한 이들 기업은 사람이야말로 경쟁력의 원천이라고 말한다. 초일류기업들은 사람들이 가장 중요한 자산으로 기능할 수 있도록 이들이 일하기에 가장 좋은 훌륭한 기업을 만들기 위하여 노력한다. 실제로 포천 1백대 기업에 속하는 퀀텀사의 최고 경영자는 3대 경영목표의 하나로 일하기에 탁월한 일터의 환경 구축을 들고 있다. 그렇듯이 우리 기업도 조직 구성원들이 가장 중요한 자산이라면, 이들이 일하기에 가장 좋은 환경을 만들기 위하여 노력하여야 한다. 이러한 노력의 가장 기초가 되는 것은 바로 상하간의 신뢰이다. 신뢰 없이 일하기에 가장 좋은 훌륭한 일터란 있을 수 없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