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금융대란설' 등 주가 급락 부추겨 ... 낙폭과대주에 관심을

가을맞이 백화점 바겐세일이 한창이다. 주부들은 평소 사고 싶었던물건을 눈여겨 보았다가 바겐세일 기간을 이용하여 할인된 가격에산다. 백화점은 사람들로 붐비고 주변 교통이 막힌다. 주식시장도 10월 들어 바겐세일중이다. 대형 우량주의 가격을 한달전에 비해 20%, 중소형 우량주는 석달전에 비해 30~40% 할인판매하고 있다. 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증권회사 객장은 썰렁하다. 바겐세일인데도 주식을 사려는 사람이 별로 없기 때문이다. 주식이란 상품은 묘한 특성이 있어서 주가가 오르면 오를수록 사려는 사람이 많아지고 주가가떨어지면 떨어질수록 사려는 사람이 적어진다. 자동차나 TV, 과일등 다른 상품에서는 이런 일이 생기질 않는다. 사람들은 바겐세일을기다려 물건을 싼 값에 사려고 하며 가격이 오르면 오를수록 수요가감소한다.이렇게 보면 주식투자로 성공할 수 있는 방법이 한가지 있다. 바겐세일 때 백화점에 물건 사러 가듯이 주식시장에서도 요즘과 같이 주가가 크게 떨어졌을 때 매수해서 세일기간이 끝나면 매도하는 것이다. 주의할 점은 백화점은 세일기간이 사전에 구체적으로 명시되지만 주식시장은 그렇지 않다는 사실이다.「11월 금융대란설」과 외국인의 지속적인 매도로 10월5일 종합주가지수가 6월 초순이후 4개월만에 다시 8백포인트 밑으로 내려갔다.대우그룹의 워크아웃과 이로 인한 채권시장의 마비, 투신권의 지급불능 우려로 투자심리가 위축된데다가 외국인들이 9월에만 1조5천억원의 주식을 순매도한 것이 주가급락의 원인이다. 한국경제신문이 9월14일 1면 머릿기사로 처음 보도한 「11월 금융대란설」은 금융권의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이미 8월부터 논의되고 있던 사안이었으며언론보도 이후 불안심리가 일반 개인투자자에게로 확산되었다.신문기사를 검색해보니 금융대란설이 거론된 것은 이번만이 아니다.93년 9월에 「10월 금융대란설」, 97년3월에 「6월 금융대란설」, 97년 10월에 「연말 금융대란설」이 있었다. 93년9월의 금융대란설은8월13일부터 금융실명제를 전격적으로 실시하면서 10월12일까지 가명계좌나 차명계좌를 실명으로 전환하도록 한데 따른 것이다. 20조원을 넘는 차명계좌가 실명을 가장해 대거 현금으로 인출됨으로써금융시장이 극도로 불안해질 것이라는 우려가 확산되었다. 그러나이는 결국 기우에 불과한 것으로 판명됐고 주가는 9월말부터 두달동안 약 30% 급등했다.◆ 97년10월 금융대란설은 결국 ‘국가 부도’97년3월에 떠돈 금융대란설은 연초에 한보와 삼미그룹이 부도난데이어 진로와 대농그룹 등 중견그룹들이 심각한 자금난을 겪는 상황에서 6월에는 상당수의 대기업과 금융기관이 연쇄도산할 것이라는위기감의 표출이었다. 당시 신문보도에 의하면 강경식 부총리는 김영삼대통령에게 『금융대란은 있을 수 없다. 대기업의 연쇄부도를우려하는 사람들이 많지만 조사결과 부도위험에 직면한 대기업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보고했다. 검찰은 금융대란설 등 유언비어를 유포하는 사람들을 구속 수사하겠다고 엄포를 놓았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때가 바로 외환위기의 시작이었는데 다행히 4월부터 금리가 안정되면서 주식시장도 활기를 되찾았다. 종합주가지수는 3월 말부터 6월 중순까지 28% 상승했다.앞의 두번은 대란설이 단순히 설로 끝났으나 97년10월 기아그룹이부도위기에 몰리면서 시작된 금융대란설은 결국 「국가 부도」라는최악의 결과로 나타났다. 당시 대기업의 연쇄부도로 은행과 종금사의 부실이 눈덩이처럼 불어나면서 「연말 금융대란설」이 널리 퍼졌다. 10월말 홍콩의 주가 폭락에 이은 아시아 증시의 동반폭락은 금융위기감을 더욱 부추겼다.결국 우리나라는 외환위기로 IMF에 구제금융을 요청하기에 이르렀고일부 증권사가 부도나고 종금사들이 영업정지되는 사상 초유의 금융대란이 일어나고 말았다. 종합주가지수는 4/4분기중 50% 폭락했다.금융대란설이라는 말은 금융시장 불안을 좀더 자극적으로 표현하기위해 쓰일 수도 있고, 금융대란이 올지 모른다는 점을 사전에 경고함으로써 미리 방지하자는 차원에서 사용될 수도 있다.이번 금융위기는 대우그룹의 워크아웃과 투신사의 구조조정이라는두가지 문제가 맞물려 있고 은행과 생보사에 이어 정부의 막대한 공적 자금 투입이 요구된다는 면에서 명쾌한 해결이 쉽지 않은 것은사실이다. 그러나 크게 보면 우리 경제의 성공적인 구조조정을 위해서는 피할 수 없는 과정이고 당국자의 말대로 「정부가 사태의 본질을 제대로 파악하고 있는만큼」 순차적인 해결이 가능할 것으로 본다.불합리한 집단 공포심리가 퍼져 주가가 급락할 때는 주식을 싸게 살수 있는 기회가 된다. 낙폭과대주를 유심히 관찰할 때다. 이런 때많은 사람들이 어떻게 대응하는가를 잘 보여주는 예화가 있다.『어느 마을을 지나던 나그네가 이발소에 들렀다. 그곳에서 일하는이발사는 농담을 즐기는 사람이었다. 때마침 한 무리의 사람들이 앞길을 지나 언덕쪽으로 올라가고 있었다. 이를 본 나그네는 무슨 일이 일어났느냐고 물었다. 이발사는 킥킥거리며 웃더니 홍수가 났다고 농담을 했다. 나그네도 따라서 웃었다. 그러나 마을이 텅빌 정도로 사람들이 계속 빠져나가자 이발사는 점점 초조해졌다. 그러더니마침내는 홍수가 났다는 말이 사실일지 모른다며 가운을 벗어던지고뛰쳐 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