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가전략 승부 주효 … 최고 경영진 직접나서 판촉

『일본인의 입맛을 바꿔놓겠다.』 농심 도쿄사무소가 「매운맛」을 트레이드마크로 내세워 「면의 나라」 일본시장에 대한 공세를 가속화하고 있다. 한국계 상점은 물론 일본의 대형슈퍼, 편의점, 구멍가게까지 파고 들고 있다.이러한 시장공략으로 빨간색 포장의 「신(辛)라면」판매가 급증하고 있다. 올들어 10월말까지 61만9천8백박스(30개 24개 11개짜리등 3가지)가 팔렸다. 지난 한해 동안의 판매실적 48만5천상자를 이미 27%나 웃도는 것이다.금액으로는 올 10월말까지 4백30만달러의 실적을 올렸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91%나 늘어난 것이다. 올해말까지는 5백50만달러를 수출할 것으로 농심측은 전망하고 있다. 봉지기준으로는 지난해 1천43만개를 수출,1천만 고지를 정복했다. 지난 83년 첫수출에 나선지 15년만이었다. 올해에는 지난해 보다 55% 늘어난 1천6백20만개에 이를 전망이다. 내년에는 2천60만개를 수출, 2천만개를 돌파한다는 목표다.일본의 라면시장 규모는 연 52억봉지. 금액으로는 5천5백억엔선이다. 중국 인도네시아에 이은 3번째 규모다. 이 가운데 수입품의 비중은 1%에도 못미친다. 유화제인 폴리솔베이트 사용금지 등 규제와 관세(금액기준으로 21.9%부과)장벽으로 인한 것이다.이처럼 까다로운 수입품 시장에서 농심라면이 90%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배경은 무엇인가. 자사브랜드와 고급품질을 앞세운 고가화 전략을 우선 꼽을 수 있다. 처음부터 한국의 신라면 디자인으로 시장에 진출했다. 한글 「라면」위에 일본어 「ラ-メン」(라멘)을 써넣었다. 「너구리」라면, 「김치」라면도 그대로 한글을 사용했다. 자사브랜드를 내세워 신라면(봉지면)의 가격을 1백10엔이상으로 유지하고 있다. 일부에서는 1백40엔까지 팔리고 있다. 일본의 경쟁제품보다 최고 40엔 정도 비싸다. IMF(국제통화기금)체제이후 원화환율이 급락하면서 도매상들이 가격인하를 강력 요구했다. 그러나 끝까지 버텼다. 공식적으로는 아직까지 한번도 가격을 내린 적이 없다.특정품목만으로 매운맛을 알리는데 주력한 것도 성공요인의 하나다. 농심이 일본에 수출하고 있는 품목은 신라면 너구리 김치사발면 신컵라면 김치컵면 등 손으로 꼽을 정도다. 「농심 짜파게티」를 제외한 모든 품목이 시장공략에 성공했다. 유통망 개척도 농심의 성공요인의 하나로 꼽힌다. 일본에서 라면판매를 확대하기 위해서는 도매상인 「돈야(問屋)」와 편의점을 잘 잡아야한다. 돈야는 라면의 판매 물류 유통 등을 맡는다. 최대 유통망인 편의점 등과 계약도 맺는다. 돈야가 판매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최고경영진의 지원과 관심도 빼놓을 수 없는 요인의 하나다. 신춘호회장은 1년에 4차례씩 일본을 방문한다. 일본에 머무는 3박4일동안 도쿄사무소에 출근한다. 오전10시부터 오후3시까지 손님들을 직접 만난다. 일본켈로그 전사장인 산다가이헤이 고문을 비롯, 농심도쿄사무소 초대소장인 기시 국제실업사장, 오쿠노 설계사무소의 오쿠노사장 등이 단골이다. 신회장은 이들과 업계 및 경제동향과 기술 등에 대해 의견을 교환한다. 신동원사장의 열의 또한 대단하다. 신사장은 80년대 후반에 3년8개월 동안 도쿄사무소장으로 근무했었다. 일본에서 경영수업을 받은 셈이다.◆ 소비자 인기도 중요신라면의 성공요인은 이처럼 여러가지 를 꼽을 수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인기도이다. 아무리 전략이 빼어나더라도 소비자들이 찾지 않으면 끝장이다. 그런측면에서 볼때 신라면의 높은 인기도는 가장 중요한 요인으로 꼽을 수 있다.신라면의 인기는 대단하다. 편의점에서의 라면의 평균수명은 1~3주에 불과하다. 하루가 멀다하고 전시품이 바뀐다. 그러나 신라면은 세븐일레븐에서 2년 동안 계속 자리를 지키고 있다. 이 정도의 장수품은 산요식품의 「삿포르 이치반(一番)」과 닛신의 「라면야상」등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 지난 7월에 선보인 「김치컵라면」도 4개월째 판매되고 있다.농심라면의 인기가 이처럼 급등하자 닛신이 이를 견제하고 나서 화제가 되기도 했다. 닛신은 「김치」라는 한글을 표기한 사발면 「신고멘(新强麵)김치라면」을 올초 상품화했다. 일본의 식품업체가 자체상품에 한글이름을 표기하기는 처음이었다. 농심의 김치라면(사발)붐을 저지하기 위해 일본의 최대 식품업체가 앞장섰던 것이다. 그러나 결과는 농심의 승리였다. 신고멘 김치라면이 판매부진으로 편의점에서 결국 사라지고 말았다.인스턴트라면집에서의 인기도 꾸준하다. 후쿠오카 하카다(博多)에 있는 일본 유일의 인스턴트라면집에서 신라면의 판매실적이 「삿포로 이치반」에 이어 2위를 유지하고 있다. 올 7월 판매에 들어간 「김치컵라면」이 김치붐을 타고 세븐일레븐에서 2주일간 라면부문에서 1위에 오르기도 했다.지난 10월22일부터 24일까지 일본의 대형슈퍼인 자스코에서 열린 「한국식품페어」에서도 인기를 끌었다. 이번에 판매된 70개품목 가운데 라면이 김치에 이어 2위에 올랐다. 농심도쿄사무소는 일본에서 일어나고 있는 김치와 매운맛 붐을 계속 확대해 나간다는 전략이다. 우선 매운맛(辛)브랜드제품을 잇따라 내놓을 계획이다. 1탄으로 12월부터 육계장 라면을 판매할 예정이다. 내년에도 품목을 계속 확대해 나간다는 방침이다.유통망도 확대 정비해 나간다는 목표다. 종합슈퍼를중심으로 새로운 유통망을 계속 확보해 나가기로 했다. 내년 1월말부터는 자스코에 신라면을 공급한다. 자스코측에서 한국상품페어의 인기상품인 신라면의 판매를 요청, 납품계약이 성사됐다. 고가화 전략을 다지기 위해 일부에서 실시하고 있는 할인특별 판매를 정판 판매제로 바꾸도록 유도할 예정이다.『떠들면 안된다. 신용과 품질에만 신경써라.』 신회장은 이같이 늘 강조해왔다는게 도쿄사무소측의 설명이다. 16년에 걸친 라면수출을 통해 내린 그의 일본시장 공략비결이라 할수 있다. 회장의 이같은 스타일에 요즘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는게 관계자의 설명이다. 신회장이 최근 신라면 홍보를 위한 광고에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농심은 지금까지 한번도 광고를 한적이 없다. 「남의 안방에서 요란을 떠는게 바람직하지 않다」는 분위기 때문이었다.신회장은 또 독자적인 영업을 할 수 없는 현재의 사무소체제를 법인화하는 것에도 관심을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돌다리도 두들겨보고 건너던 스타일이 조금씩 달라지고 있는 것이다. 농심라면의 일본 수출은 급증하고 있다. 그러나 전체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아직 보잘것 없다. 겨우 매운맛에 대한 인식을 바꿔놓은데 불과하다고 할 수 있다. 농심이 한국의 매운맛의 진수를 일본 라면업계에 어떻게 보여줄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