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자동차는 과연 국내외 경쟁입찰로 매각될 것인가. 그렇다면 국내 업체들은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포드자동차가 대우차 인수의지를 밝히면서 채권단의 매각방식에 초미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경쟁입찰 여부에 따라 인수전 양상이 판이하게 달라질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특히 현대 삼성등 국내 자동차업체들은 공개경쟁입찰 여부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이들은 정부의 직간접적인 압력으로 또는 복잡한 내부사정으로 인해 아직 속내를 드러내지 않고 있다.그러나 대우차 인수에 전혀 관심이 없다고 볼 수는 없다는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현대는 GM등 해외업체의 국내 진출을 잔뜩 경계하고 있고 삼성은 아직 자동차산업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특히 대우 매각 작업이 구체화될 내년초에는 올해보다 두 회사의 주변여건이 호전될 것으로 보인다. 우선 현대는 부채비율 2백% 달성이라는 굴레를 벗어날 수 있다. 삼성은 삼성생명 상장을 통해 삼성차 부실에 대한 책임문제를 어느 정도 불식시킬 수 있다. 더욱이 올해 삼성 계열사들은 6조원이상의 이익(세전기준)을 올려 자금 사정도 풍부한 편이다.정부와 채권단은 당초 대우와 GM이 배타적 양해각서를 체결했을 때만 해도 조건만 좋으면 GM에 넘긴다는 입장이었다. 그러나 지난달 15일로 배타적 협상시한이 종료되면서 고민은 시작됐다. GM을 비롯한 어느 업체도 구체적인 인수조건을 제시하지 않은 상태에서 대우차 처리방식의 문제는 온전히 채권단의 몫으로 남았다. 특히 주채권은행이자 향후 대주주의 지위를 갖게 될 산업은행은 정부출자기관이다. 매각절차에 하자가 발생할 경우 그 부담은 고스란히 정부로 넘어간다. 정부는 이미 제일·서울은행의 해외매각과정에서 갖가지 잡음에 시달린 적이 있다.그러나 연말까지는 대우와 GM간 배타적 협상이 여전히 유효할 것으로 예상된다. 경위야 어찌 됐든 대우차 인수에 가장 공을 많이 들인 업체는 GM이고 대우와의 부품 호환성도 높은 편이다. 따라서 채권단이 경쟁입찰을 발표하기 전까지 또는 GM과의 수의계약 협상이 완전 결렬되기 전까지는 GM의 기득권을 인정해줘야 할 것으로 보인다. 만약 GM이 「후한」 조건을 제시해올 경우 채권단의 고심은 더욱 깊어질 수밖에 없다.한편 지금까지 현대자동차는 겉으로는 무관심한 듯했다. 『기아정상화에 힘쓸 뿐 대우를 넘볼 여력은 없다』(현대차 고위관계자)는 분위기였다. 그러나 포드의 인수의사 표명으로 상황은 달라지기 시작했다. 경쟁입찰이 실시되면 참여가 불가피한 것 아니냐는 얘기를 슬슬 흘리고 있는 것이다.◆ 계약 결렬전까진 GM 기득권 인정삼성 역시 자동차사업 재진출을 꿈꾸고 있다. 특히 GM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입찰에 참여하는 방안을 집중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른바 「역빅딜」방안이 여전히 살아 숨쉬고 있는 것이다. 이는 GM의 이해와도 부합된다. GM은 어차피 경영권을 쥘 정도의 지분만 확보하면 된다. GM은 자신들의 경영전략을 실현시켜줄 동업자를 필요로 하고 삼성같은 유력한 기업에 매력을 느낄 수밖에 없다. 삼성은 지난 10월 한시적으로 재가동에 들어갔던 부산공장 가동기한을 연장했다. 아울러 상용차 부문에서는 증자를 단행하고 독자판매망을 강화하고 있다.이와 관련, 임박한 삼성의 연말인사도 촉각을 모으고 있다. 자동차를 담당했던 임원들이 대거 컴백하는 것 아니냐는 추측이 무성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