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사분규가 한창 심하던 80년대말 회장님은 분노한 노동조합 사람들앞에서 『조금만 더 참고 열심히 일해준다면 몇년내 모든 사람이 자가용을 갖게끔 해주겠다』고 약속을 했다. 높은 지위와 많은 재산을가진 사람이나 가진 것이 「자가용」이었던 시절 그런 약속은 노조원들을 흥분시키기에 충분했다. 『내가 자가용을 갖게 된다면 얼마나 좋을까.』 긴가민가했지만 몇년후 정말 그 꿈이 이루어졌다. 현장에 근무하는 근로자의 반 이상이 자가용을 갖기에 이른 것이다.하지만 그들은 얼마 지나지 않아 자가용을 갖는 것과 행복과는 무관하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아니 무관한 것이 아니라 반비례한다는생각을 가진 사람들도 다수 등장하게 되었다.우선 주차장 문제가 심각했다. 제한된 면적에 너도 나도 차를 끌고오니 그 차를 어디다 다 세우겠는가. 자가용을 갖게 된다는 비전으로 종업원을 달래던 회사는 주차장 부족 문제로 노조와 다시 골머리를 앓으며 협상을 하게 되었다. 문제의 심각성이야 다 아는 것이지만 땅이 있어야 주차장을 짓든지 할 것 아닌가.다음 문제는 직장내 분위기가 썰렁해졌다는 것이다. 일과를 마치고삼삼오오 걸어나가 퇴근 버스를 이용하던 사람들이 각자 차를 타고떠나니 예전처럼 다정하게 한잔 하는 회식 건수가 급속히 줄어들었다. 또한 회식을 해도 썰렁하기는 마찬가지. 참석인원의 반은 차 걱정으로 안주만 축내고 있으니 분위기가 살리 없다. 직원들끼리 마음을 털어놓자는 회식 존재의 의미까지 사라지고 있었다. 차가 우리를위해 존재하는 것인지, 우리가 차를 위해 사는 것인지.차로 인한 환경문제야 누구나 아는 문제니까 차치하고 차로 인한 가장 큰 피해중의 하나는 서로에 대한 미움이 커졌다는 사실이다. 길이 막히니까 자신을 제외한 모든 사람들이 싫다. 『아줌마가 집에나있지 왜 나와, 다들 대중교통 이용하면 어디가 덧나나.』 또 각종법규를 위반하는 사람들에 대해 끊임없이 불평하는 습관이 늘어났다. 직진차가 우회전 차선을 차지한다고 내려서 욕하는 바람에 차들이 줄줄이 기다리는 모습을 보았다. 앞차를 욕하느라 막상 자신으로인한 다른 사람의 피해는 생각지 못한 것이다.지난 여름 핀란드의 수도 헬싱키에 머물 기회가 있었다. 핀란드는 3만달러에 육박하는 국민소득을 자랑하며 국가경쟁력 3위에 랭크된나라다. 하지만 모든 사람들이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것을 보고 감명을 받았다. 도시가 작기도 하지만 시내는 트램이라는 전차가 곳곳을누비고 있다. 완전 무공해차고 편하기 그지없다. 시내에도 웬만한거리는 자전거로 다니는 사람들이 눈에 많이 띈다. 조금 먼 거리는버스가 잘 발달되어 있어 골프도 버스를 타고 다닐 수 있었다.대중교통이 불편해 할 수 없이 차를 끌고 다닌다는 사람도 있다. 업무상 많이 돌아다녀서 차가 있는 것이 낫다는 사람도 있다. 자신은습관이 되어 한 정거장 거리도 꼭 차를 타야 된다는 사람도 있다.하지만 발달된 대중교통에 비해 필요 이상으로 자가용이 많다는 사실은 부인할 수 없다. 편하고 행복하자고 장만한 자가용이지만 너도나도 끌고 나오는 바람에 이미 자가용은 애물단지가 되어 버렸다.자가용을 버린지 2년이 되어간다. 하지만 그로 인해 불행하다고 생각한 적은 거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