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에 맞는 적정 숫자로 대학의 수를 조절하는 일이 우선이다. 경쟁력없는 대학의 일정수는 문을 닫아야 한다. 그 다음은 통합과 분열이다. 비슷비슷한 메뉴와 맛으로 경쟁하기 보다는 다른 메뉴와 독특한 맛으로 경쟁하는 것이 유리하다.학회에 초대를 받아 지방대학을 갔는데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그 대학 교수의 말에 따르면 지금의 대학도 위기이지만 자신이 전문대 교수로 있을 때인 80년대 초반은 그야말로 최악의 상황이었다고 한다. 교수들이 강의 시간 외에는 고등학교를 찾아다니며 선생님들을 일일이 만나 학생들을 전문대로 보내줄 것을 호소했다. 교장선생님들에게 식사를 대접하고 학생들 앞에서는 『우리 학교로 오세요』하며 학교 선전하는 것에 전력투구했다고 한다. 하도 고등학교를 찾아오는 전문대 교수들이 많으니까 어떤 고등학교 교무실에는 이런 팻말이 붙어 있더란다. 「전문대 교수 및 잡상인 출입금지」.그런데 이름을 아홉번이나 바꾸면서 지금의 종합대학이 되었고 겨우 숨 좀 돌리나 했더니 요즘 또 학생 수가 줄어들어 고민이란다. 그 대학이 원래는 토목과 건축 등이 주특기라 그쪽 방면에는 경쟁력이 있었는데 종합대학이 되면서 학교의 색깔이 희미해져 오히려 경쟁력이 떨어진 것 같다며 걱정을 한다.또 다른 지방대 교수를 만났다. 그는 학교의 미래를 계획하는 기획처장인데 걱정이 한두가지가 아니라고 말한다. 날로 학생수는 줄어드는데 서울에 있는 대학까지 분교를 만들면서 내려오는 통에 경쟁이 더욱 치열해졌다는 것이다. TV나 신문 등에 광고도 해보고, 장학생 범위도 늘려보고, 외진 곳에는 직접 분원까지 차려 교수들이 그곳까지 출장강의를 하는 등 별의별 궁리를 해보지만 큰 효과가 없다.또한 학년이 올라갈수록 편입, 군입대 등으로 학생들이 줄어 열명도 채 안되는 학생을 놓고 강의를 하는 경우도 빈번하다고 한다. 경쟁력있는 몇개과는 별 문제가 없지만 그렇지 못한 대다수 학과를 어떻게 할지 대책이 서지 않는다고 한숨을 쉰다. 이러한 현상은 일류대학의 비인기과에도 해당된다. 무엇보다 학생이 줄어드니 교수의 「존재의 의미」마저 사라져가고 있는 것이다.어디선가 『우리나라 대학의 독문과 학생숫자가 독일내 독문과 학생보다 많다』는 기사를 본 적이 있다. 일본내 대학에서 한국 문학을 전공하는 과가 한국보다 많다면 우리들은 일본사람들을 어떻게 볼 것인가. 만약 그것이 사실이라면 기가 막힐 일이다. 그동안 비슷한 형태의 고만고만한 대학이 수요를 무시하고 만들어진 것이 지금의 위기를 불러왔다는 것은 그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따라서 수요에 맞는 적정 숫자로 대학의 수를 조절하는 일이 우선이다. 당연히 그 과정에서 경쟁력없는 대학의 일정수는 문을 닫아야 한다. 그 다음은 통합과 분열이다. 비슷비슷한 메뉴와 맛으로 경쟁을 하기보다는 다른 메뉴와 독특한 맛으로 경쟁을 하는 것이 유리하다.필자가 나온 미국의 애크론대는 「고무와 타이어」에 있어서는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굿이어, 파이어스톤등 세계 최고의 타이어 회사가 있는 탓에 그렇게 된 것이지만 그렇게 특성화를 하면 대학 차별화도 되고 그에 따른 경쟁력도 어느 정도 확보된다.하지만 대학을 경쟁력의 척도로만 재편성하는 것은 위험하다. 기초학과는 비인기과이지만 장기적으로 꼭 필요한 학문이다. 이런 기초학문은 되도록 국공립대학에서 정책적으로 만들어 육성하고, 응용학문 또는 인기학문은 시장원리에 맡겨 두는 것이 바람직하다. 대학이 지금의 위기를 맞아 적극적인 대응으로 재도약의 기회를 맞길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