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각중 경방 회장이 17일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으로 선출됐다.김우중 전전경련 회장의 중도하차로 지난해 11월부터 전경련 회장대행직을 맡아온 김 회장은 재계 원로들의 간곡한 권유를 뿌리치지 못하고 회장직을 떠맡은 것이다. 당초 김회장은 총회 때까지만 한시적으로 전경련을 맡겠다는 뜻을 여러 차례 밝혔었다. 자신의 건강이나 나이에 비춰볼 때 재계를 이끌어가기에 적절하지 않다는게 이유였다.그러나 정부 고위관료가 잇따라 전경련 개혁을 강도 높게 요구하는 상황에서 선뜻 회장직을 수행하겠다는 인사가 나타나지 않았다. 재계가 다시 한번 김회장에게 짐을 맡긴데는 이런 배경이 깔려있다. 무엇보다 화합형 인사를 내세워 흐트러진 재계 분위기를 추스르자는 취지였다.김회장도 재계의 이런 바람을 의식한 듯 취임 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지금은 재계가 화합하고 힘을 모을 때”라고 강조했다. 오너 회장들이 전경련 회장단 회의에 참석하지 않는데 대해서도 직접 찾아가서라도 협조를 당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또 정부와의 불화설에 대해서는 “여유를 갖고 재계의 현안을 정부와 협조해 차분하게 해결하겠다”고 말했다. 재계 원로답게 의욕적으로 취임의 변을 강조하기 보다 국가 전체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전경련을 이끌어가겠다는 의사를 거듭 밝혔다.재계가 신임 전경련 회장에 거는 기대는 적지 않다. 먼저 재계의 화합을 가져올 수 있는 구체적인 방안이 마련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전경련은 설립 이후 재계 화합의 구심체 역할을 해왔다. 전경련을 설립한 취지도 재계가 단합해 국가경제 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방안을 찾자는데 있었다. 대기업간 갈등이 생기면 이곳에 모여 대승적인 결론을 얻고 이를 실천해왔다. 전경련이 빅딜(대기업간 사업교환)을 중재한 것도 따지고 보면 이런 맥락이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이해 당사자간 골이 한없이 깊어졌다. 자동차 빅딜과정에서 삼성과 대우가 균열음을 냈고 반도체 빅딜과정에서 현대와 LG 관계가 금이 갔다. 실질적으로 전경련 회비의 60~70%를 부담해온 5대 그룹간에 갈등이 생기고 그룹 총수들이 참여를 꺼리자 전경련이 제 기능을 하기 어려웠던 측면이 있었다. 이 상황에서 전경련 해체론 등 정부 측의 압박이 이어졌다. 이렇게 분열된 재계를 다시 결집시키는게 신임 김회장이 가장 먼저 풀어야 할 과제라고 할 수 있다.개혁을 통해 재계의 실추된 이미지를 회복해야 하는 것도 김회장이 소홀히 할 수 없는 책무다. 김회장은 전경련이 오너클럽이라는 이미지를 벗기 위해 벤처기업을 회원으로 끌어들이고 제조업과 벤처가 함께 발전할 수 있는 다양한 방안을 강구할 계획이다. 또 사회 공헌활동을 강화하기 위해 일본 경단련이 벌이고 있는 1%클럽을 운영하는 문제도 적극 검토하고 있다. 1%클럽은 기업들이 수익금중 1%를 소외계층 지원활동 등에 쓰면 전경련은 이를 모아 사회공헌활동으로 발표하는 제도.회원사들을 위해서는 급변하는 경영환경에 능동적으로 대처할 수 있도록 지식기반 관련 정보를 제공하고 선진국의 경영신조류를 소개하는 노력도 뒤따를 전망이다. 물론 김 회장이 1년 동안 이런 모든 문제를 해결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재계는 김회장이 적어도 전경련이 거듭날 수 있는 기틀을 마련할 수 있을 것으로 확신하고 있다. 왜냐하면 신임 회장은 재계에서 존경받는 원로인데다 큰 욕심을 갖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어려운 때일수록 욕심을 부리지 않고 침착하게 재계를 이끌었으면 하는게 재계의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