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원으로 출발, 대표이사 올라 … 세계 호텔경영인 선정 영예

‘세계 어느 곳의 포시즌 호텔과 비교해도 결코 뒤떨어지지 않는 호텔’(알 왈리드 사우디아라비아 왕자), ‘믿어지지 않는 서비스를 하는 숨은 진주와도 같은 호텔’(존 도어맨 <리더스(Leaders) designtimesp=19506>지 발행인). 서울 남산 자락에 자리잡은 신라호텔(www.shilla.net)에 내려진 평가 중의 일부다. 외국 유명체인 호텔들이 대부분인 국내 호텔업계 현실에서 토종호텔로서 국내외 언론이나 기관들에 의해 한국 최고의 호텔로 가장 많이 꼽히기도 한 곳이다. 이러한 신라호텔의 경영을 총괄하는 ‘지휘자’가 이영일 대표이사 겸 총지배인이다. 사번 1번의 사원으로 출발, 최고경영자에 오른 입지전적인 인물이다. 최근에는 미국 정계에 영향력이 큰 <리더스 designtimesp=19507>지에 의해 한국인으로는 처음으로 올해의 호텔경영인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신라호텔의 역사는 나의 역사’라며 신라호텔을 ‘한국 대표호텔’로 꾸려나가고 있는 이영일 대표이사 겸 총지배인을 만났다.◆ 약력이영일 대표이사는 1946년 서울에서 태어났다. 경기고등학교-서울대 전기공학과를 졸업한 후 삼성그룹에 입사했다. 엔지니어를 희망했으나 신라호텔 건립과 관련 전기공사 담당으로 파견되면서 호텔과 인연을 맺었다. 독일 뮌헨대학 호텔경영자 과정을 수료했으며 마케팅 이사 상무 전무 등을 역임했다. 재직중 제주 신라호텔의 공사를 총괄했으며, 제주 신라호텔의 총지배인으로도 근무하기도 했다. 좌우명은 ‘진인사 대천명’이며 조깅 골프 등으로 평소 체력을 관리한다. 부인 박재순 여사와의 사이에 2녀를 두고 있으며, 여가시간이 생기면 가족과 노래방을 자주 찾는다.▶ <리더스 designtimesp=19514>지에 의해 세계의 호텔경영자로 선정되신걸 늦게나마 축하드립니다. 수상배경이 무엇인지요.나중에 안 일입니다만 <리더스 designtimesp=19517>지의 발행인이 세계적인 호텔을 직접 방문해 서비스 시설 음식 등을 평가하는데, 10여년 전부터 남모르게 신라호텔을 주의깊게 관찰했다고 합니다. 그 발행인이 신라호텔의 시설과 서비스를 세계적인 수준으로 평가했다면서 면담을 요청했습니다. 그 자리에서 경영철학 채용 관리 등 한국에서 세계적인 호텔수준을 유지하는 경영비결을 물어 이를 설명했습니다. 공학전공의 사원 출신으로 시작해 27년간 한 호텔에 몸담았다는 점도 높게 평가한 것 같습니다.▶ IMF이후 분사 등의 구조조정을 단행했습니다. 구체적으로 지난해 경영실적은 어떻습니까.지난해 객실판매 호조, 면세점과 식음료업장의 매출 증가 등에 힘입어 매출은 전년대비 14.3% 늘어난 3천7백30억원, 경상이익은 68.8% 증가한 2백30억원의 실적을 거두었습니다.▶ 카지노 사업 진출에 많은 호텔들의 관심이 쏠려 있습니다. 신라호텔도 마찬가지일텐데요.당초 태백시에 세워지는 폐광카지노의 호텔관련 용역을 맡으면서 올해 개장되는 스몰카지노내의 호텔과 카지노 사업을 함께 운영하는 것을 추진했습니다. 하지만 호텔과 카지노 경영의 분리안이 결정돼 사실상 폐광카지노 사업은 손을 떼다시피한 상태입니다.다만 서울의 경우 정부에서도 신규 카지노 허가를 밝힌 만큼 허가를 얻기 위해 나름대로 준비를 할 계획입니다. 장소는 영빈관이나 본관지하 등 여유가 많고 도심에 위치해 장점이 많습니다. 부지나 교통, 경영능력, 사업계획 등 객관적인 자료를 바탕으로 정정당당하게 사업권 획득 경쟁에 나설 방침입니다.▶ 지난해 지오빌 지오로지 등 중급호텔 체인사업을 발표하셨는데 잘되고 있습니까.현재 마산 대구 수원 오색 문막 등의 지방호텔 가운데 개보수나 신축호텔들을 대상으로 작업이 진행중이며, 조만간 마산에서 가장 먼저 선을 보일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이들 외에도 지방의 좋은 호텔들과 연계하는 체인사업을 강화할 방침입니다. 이를 위해 지금 5명의 총지배인을 사내공모로 발탁해 교육중입니다.▶ 해외진출도 추진하시는 것으로 아는데.그렇습니다. 현재 미국의 뉴욕 시애틀 LA 등에서 호텔을 운영하는 교포들과 협의중입니다. 현지 호텔업체의 사장들도 필요성을 느끼고 상당히 긍정적인 반응입니다. 3월에 미국으로 출장을 가서 이들과 구체적인 사항들을 협의할 예정입니다.▶ 최근 영종도 신공항 면세점 사업에 진출하겠다고 밝히셨는데요.현재 3개 매장을 놓고 여러 업체가 경합중입니다. 면세점 운영에는 루이뷔통 샤넬 헤르메스 등 최고급 브랜드를 유치할 수 있는 상품력과 이들과의 신용, 배달 A/S 브랜드 등 판촉능력, 숙련된 서비스요원 등 3박자가 필요합니다. 우리는 오랜 면세점 경영으로 이런 능력을 갖고 있습니다. 삼성증권에서는 면세점 사업을 획득할 경우 주가상승이 가능하다며 12개월 목표주가를 9천8백원으로 잡고 매수의견을 내기도 했습니다.▶ 메리어트 파크하얏트 메르디앙 등 해외의 유명 호텔체인들의 한국진출이 활발합니다. 토종호텔로 이들과의 경쟁도 심해질텐데요.독립호텔이라 불리한 점이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북중미를 중심으로 전세계 3백50여개 고급 독립호텔들을 회원으로 갖고 있는 LHW, 유럽의 1백여개 호텔들을 회원사로 갖고 있는 크리온 등의 마케팅연합회에 가입해 이들과 연계한 판촉을 하고 있습니다. 이밖에 삼성물산의 해외지점을 통해 고객을 유인하는 전략도 꾸준히 효과를 내고 있습니다.▶ 신라호텔이 다른 호텔과 비교해 월등하다고 내세울 수 있는 경쟁력은 무엇입니까.최고의 서비스는 기본입니다. 이밖에 국내에서 가장 먼저 화상회의시스템을 도입한 비즈니스센터, 외국인들 사이에 입소문이 나면서 명소가 되다시피한 휘트니스클럽 등 시설입니다. 하지만 가장 자신있게 말할 수 있는 것은 음식입니다. 식당영업의 경우 오히려 IMF 이전보다 고객이 늘었을 정도니까요. 특히 한·일·중식은 최고라는 평가를 받습니다.▶ 서비스제고나 유지를 어떻게 하시는지요.항상 손님이 지불한 돈 가치 이상의 만족을 주는 서비스를 제공하고자 노력합니다. 예전에는 맞춤서비스를 목표로 했지만, 최근 ‘초(超)서비스’로 목표를 높였습니다. 이는 고객의 요구를 뛰어넘어 고객이 말하기 전에 알아서 서비스를 제공해 감동을 주자는 것입니다. 이런 서비스 수준을 유지하고 제고하기 위해 모든 임직원들이 ‘몸부림’ 칩니다. ‘고달프다’는 말이 나올 정도입니다.서비스제공에 있어 매너리즘이 가장 큰 적입니다. 항상 고객에게 최상의 만족감을 제공하기 위해 연중 상시교육을 실시하는 것은 물론 직원들 스스로 분임조활동 등을 통해 서비스 제고를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비즈니스센터나 객실 개보수 등을 통한 호텔들의 인터넷 비즈니스환경 강화가 유행입니다. 신라호텔은 어떻습니까.고객만족 차원에서 지난 95년 국내 업계 최초로 홈페이지를 만들었으며, 98년에는 모든 객실에 인터넷TV 등 투숙객들이 사용하기 편리한 인터넷 환경을 도입했습니다.또 세계에서 6번째로 화상회의가 가능한 컨퍼런스룸을 갖춘 곳도 신라호텔입니다. 선도역할을 한 것이죠.지난해에는 경영기술력의 판매나 e-비즈니스로의 사업영역 확대를 위해 새천년팀이란 태스크포스팀도 만들었습니다. 이곳에서 지금 올 하반기에 하이클래스층을 대상으로 하는 ‘노블리안닷컴(Noblian.com)’이란 포털사이트를 개설, 추가적인 수익원으로 만들 계획입니다. 이와 함께 요리관련 인터넷 TV프로그램도 개발할 예정입니다. 이를 통해 20억원 정도의 수익을 거둔다는 목표도 세웠습니다.▶ 국내 호텔들의 객실요금이나 식사비용 등이 비싸다는 지적이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십니까.객실료가 비싼 것은 우리나라 인건비 수준이 높아서입니다. 그렇다고 사람을 줄이면 서비스의 질이 떨어질 우려가 있습니다. 식당요금이 비싼 것은 고율의 수입관세 때문입니다. 호텔 식자재의 경우 어쩔 수 없이 수입을 해야 하는 것이 많은데 호텔로서도 사실 곤혹스럽습니다. 그 점에서 외국인을 대상으로 하는 호텔들에 일률적으로 부과되는 고율의 관세를 다소나마 시정해주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호텔업에 취업하길 바라는 사람들이 많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이들에게 선배로서 들려주고 싶은 말씀은 어떤 것인지요.호텔업은 많은 사람을 만나고 그들에게 감동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 해볼만한 일입니다. 서비스는 주는 만큼 기쁨이 쌓입니다. 하지만 좋은 호텔맨이 되기 위해서는 먼저 준비가 돼 있어야 합니다. 우선 봉사를 즐거워할 줄 아는, 즉 성격이 맞아야 합니다. 아울러 영어 일어는 기본이며 중국어 등 3개 국어를 구사할 수 있어야 합니다. 언어는 기본입니다.◆ Profile in Mirror아주 깔끔한 인터뷰였다. 막힘이 없었다. 엔지니어 출신으로 뜻하지 않게 호텔업으로 몸 담은지 27년. 신라호텔 사번 1번의 ‘터줏대감’으로 당초 가졌던 관광·호텔산업에 대한 비전이나 가치에 대한 열정은 여전했다. 호텔 구석구석 손길이 미치지 않은 곳이 없지만 입사초기 계단청소를 잘했다며 받은 상에 대한 기억을 되살리며 잠시 흐뭇한 표정을 짓기도 했다. 정부에서 받은 큰 상 보다 더 기억에 남는다는 것이다. 그래서인지 “호텔은 문화산업이라며 벽돌 하나, 나무 한 그루에 신경을 썼던 고 이병철 삼성그룹 회장의 유지를 이제서야 깨달았다”고 말한다. 오히려 할 일이 많다는 의욕마저 내비친다. 최근에는 “쓴 소리를 듣고 싶다”며 인터넷 홈페이지(www.leeyoungil.pe.kr)도 만들었다. 호텔인생 외길에 대한 담백하고 솔직한 회고와 고백들이 차곡차곡 쌓여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