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딩 외관 고급화 주도, 국내 시장 60% 장악 … PVC제품 개발 올 매출목표 7백억원

봄은 여인의 옷차림에서 시작된다. 햇살이 부드러워지고 남풍에 봄내음이 묻어올 때 쯤이면 도시를 수놓는 여인들의 옷색깔이 화사해진다.도시의 건물들도 이때 쯤 겨우내 묵은 때를 벗겨내고 새단장을 한다. 요즘 눈길을 끄는 것은 물청소가 아니라 아예 겉옷을 바꿔 입는 것이다. 칙칙한 색으로 변한 건물 외벽에 아름다운 색깔의 패널이나 유리 대리석으로 다시 치장을 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미적인 점만 감안하는 것이 아니다. 건물의 가치를 높이고 종사자의 사기를 올려 생산성 향상으로도 연결된다. 새로 짓는 건물이 사람 못지않게 외관에 신경쓰는 것도 이때문이다.반월공단에 있는 이건창호시스템. 이름만 들으면 단순히 창문을 만드는 업체로 여겨진다. 하지만 이 회사는 현대적이고 과학화된 시스템창호와 함께 건물 외관을 미려하게 꾸며주는 사업을 하고 있다. 이른바 시스템 커튼월(system curtain wall)사업이다.이 회사가 새롭게 단장한 건물로는 서울 광화문 네거리 부근에 있는 갑을빌딩을 비롯해 농협 한전문화회관 등을 꼽을 수 있다.◆ 냉동컨테이너용 도어도 생산신축건물에 대한 시스템 커튼월 사업은 영종도 신공항 흥국생명 산업은행본점 KTB 등이다. 커튼월 사업은 시스템창호 사업이 모체가 됐고 급성장하고 있다. 건축경기가 바닥을 기던 98년에도 매출이 3백85억원으로 97년보다 5.8% 늘었고 11억원의 당기순이익을 올렸다.작년에는 4백27억원 매출에 20억원의 순이익을 냈다. 올 매출목표는 7백억원, 내년 목표는 1천2백억원으로 잡고 있다. 시장이 급팽창하고 있어서다.이건창호시스템이 설립된 것은 지난 88년 4월. 함경북도 성진에서 태어나 경기고 서울대를 나와 이건산업에서 일하던 김영근(55) 사장이 창립 초기부터 대표를 맡아 회사를 이끌고 있다.이 회사는 국내 처음으로 시스템창호를 소개했다. 시스템창호는 표준 설계돼 있는 다양한 자료를 사용해 생산된 신개념의 고기능성 창호를 말한다. 주문에 따라 제작된 기존 창호와 다르다. 게다가 단열 방음이 뛰어난 것도 특징이다.설립 직후 독일의 세계적인 창호업체인 슈코와 기술제휴해 고급창호를 설계하고 만들 수 있는 기술과 풍부한 자료를 확보하고 있다.이들 기술을 토대로 고급주택 호텔 연구소 주상복합 건물 관공서 대기업 사옥 등의 고급화에 나서고 있다. 독일 기술을 한 단계 발전시켜 단열 방음은 물론 방범 방수와 밀폐성이 뛰어난 시스템창호를 생산할 수 있게 디자인과 엔지니어링 노하우를 축적해왔다. 시스템창호로 통칭되는 국내 고급 창호시장의 60% 이상을 차지하게 된 것도 이런 노력 덕분이다.시스템창호사업은 주택용 시스템창호와 빌딩용 시스템 창호로 나눠진다. 빌딩용 시스템창호가 바로 시스템 커튼월사업으로 대형건축물을 대상으로 한 건물외벽시스템이다.이들 사업만 하는 것이 아니다. 시스템창호기술을 바탕으로 PMD(냉동컨테이너용 도어·plymetal door)를 생산해 컨테이너업체인 현대정공과 진도에 공급하고 있다. 이들 제품은 로컬수출 형태를 띠고 있으며 연간 8백만달러에서 1천만달러에 이른다.고가 고급 브랜드의 이미지를 쌓아온 이건창호시스템은 동시에 보급형 시스템창호인 PVC창호를 개발하는 등 시장 확대에 나서고 있다.김영근 사장은 “외환위기 이후 2년 동안 건설관련 시장이 극심한 불황을 겪었으나 최근 대형 아파트를 중심으로 점차 활기를 찾고 있다”며 “빌딩건설도 침체에서 서서히 벗어나고 있다”고 말한다.더욱이 영종도 신공항과 관련된 호텔 상업용 건물 주거시설의 건설과 2002년 월드컵에 대비한 호텔과 상가건물의 건립이 이어질 전망이어서 회복세가 기록될 것으로 보고 있다. 시스템창호 수요가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하는 것은 이 때문.냉동 컨테이너시장은 그동안 수요가 정체돼 있었으나 내년부터는 성장세로 돌아설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컨테이너용 도어와 비슷한 제품인 밴 트레일러용 도어 시장도 활성화되고 있다. 미국의 경기활황에 힘입은 것. 미국을 겨냥해 멕시코로 우회수출하고 있는 밴 도어의 판매에도 호재로 작용하고 있다.◆ 건물 수명 다할 때까지 AS김사장은 “중장기적으로 신축되거나 보수되는 대형건물은 외관을 아름답게 꾸미는게 필수적”이라며 “고기능 시스템창호 수요는 성장잠재력이 매우 크다”고 말한다.이밖에 새로 눈을 돌리고 있는 분야는 크루저(호화여객선)용 특수창호. 크루저는 대형조선사들이 중점사업으로 추진중이다. 객실 발코니 구조물과 플로링 등 관련 품목으로 사업을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김사장이 신규사업 못지않게 중시하는 것은 평생 애프터서비스. 그는 자사가 시공한 시스템창호와 시스템커튼월에 대해선 건물 수명이 다할 때까지 사후관리를 해줄 계획이다. 10년 전에 시공한 것을 애프터서비스해 준 사례도 종종 있다. (0345)491-294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