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Mㆍ포드 '세계 1위' 군침... 해외매각 불가론 만만찮아
대우자동차에 대한 입찰참여업체(현대 GM 포드 피아트 다임러)의 실사가 본격화된 가운데 대우차 인수전은 한치 앞도 볼 수 없는 혼전양상을 띠고 있다.국내업체로는 유일하게 입찰에 참가한 현대는 최근 단독인수 방침을 굳히고 해외 경쟁업체를 제치기 위한 방안 마련에 골몰하고 있다. 강력한 인수후보로 꼽히는 GM은 최근 확산되기 시작한 ‘조기매각론’을 업고 대세 굳히기를 시도하고 있다. 이에 뒤질세라 포드도 웨인 부커 부회장을 직접 한국에 파견하는등 입찰전에 총력을 쏟고 있다. 당초 ‘참가’에 만족할 것으로 알려졌던 피아트와 다임러크라이슬러도 예상외로 적극적인 자세를 갖고 있다는게 대우측 설명이다.관심의 초점은 과연 어떤 업체가 대우차를 인수하느냐다. GM이나 포드는 대우차를 인수하는 즉시 세계 1위업체(생산량 기준)가 된다. 이로 인해 2위로 처진 업체가 1위를 따라잡기는 당분간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다. 대우차는 연산 1백10만대의 생산규모에 세계 각지에 영업망을 갖고 있다.앞으로 GM이나 포드가 이 정도의 회사를 통째로 인수할 가능성은 별로 없다. 이미 세계 자동차업계의 구조조정이 어느 정도 이뤄져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양 업체의 인수의지는 그 어느 때보다 절박해 보인다. 피아트나 다임러크라이슬러도 장차 메이저간 합종연횡에 대비, 우선 덩치를 키워놓고 봐야 할 입장이다. 90년대들어 닛산 미쓰비시 랜드로버 볼보등 중견 자동차업체들이 힘없이 M&A 태풍에 휘말리는 것을 초조하게 지켜본 그들이다.그러나 현대의 절박함도 그 어느 업체에 못지 않다. 현대는 자금력 기술력 글로벌경영 등 모든 측면에서 열세를 인정하고 있다. 오히려 그 때문에 대우차를 인수해야 한다는게 현대의 확고한 의지다. 당초 포드 등과 연합전선을 형성하려했던 전략도 수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기왕이면 단독인수에 성공해 메이저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겠다는 복안이다.만약 대우차 인수에 성공할 경우 현대는 세계 자동차업계 생존의 마지노선인 연산 4백만대에 바짝 다가서게 된다. 세계 5대 메이저와의 전략적 제휴 협상에 있어서도 한결 유리한 입장에 설 수 있다는 판단이다.지금까지 흐름을 보면 대우차 매각의 최종 윤곽은 오는 8월 이후 드러날 것으로 예상된다. 매각작업을 지휘하고 있는 대우 구조조정협의회(의장 오호근)는 5월말까지 각 업체로부터 인수방안을 받아 2개 업체를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키로 했다. 이어 8월말까지 정밀실사과정을 거쳐 최종 인수업체를 낙점할 계획이다. 이런 가운데 국내에는 대우차 처리를 둘러싼 다양한 논의들이 전개되고 있다. 이들 논의는 각 업체들의 인수전략 및 물밑경쟁과 맞물려 갈수록 치열한 양상을 띠고 있다.◆ 조기매각론조기매각론은 한마디로 해외업체로의 매각을 전제로 깔고 있다는게 지배적인 분석이다. 이는 그동안 GM이 일관되게 주장해온 것이기도 하지만 정부 채권단 대우자동차 내에서도 광범위한 지지를 얻고 있다. 논거는 이렇다.‘우선 대우차는 독자생존이 불가능하고 시간이 갈수록 늘어나는 채권단의 부실채권은 결국 국민들의 부담으로 전가될 것이다. 기왕이면 높은 가격을 받으면 좋겠지만 시간을 끈다고 될 문제는 아니다. 현대 등 국내업체가 인수할 수도 있지만 현대의 인수능력에는 회의가 든다. 또 현대가 대우차를 경쟁력있는 기업으로 육성할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대우차가 글로벌기업으로 거듭나려면 세계적인 전략과 기술을 갖고 있는 메이저업체가 인수하는게 좋다. 또 GM이든 포드든 대우차를 단순 하청기지로 전락시키지는 않을 것이다. 그들도 나름대로 값비싼 대가를 지불하고 대우차를 살 것인데 구태여 가치를 떨어뜨릴 필요가 없지 않은가. 해외업체와 국내업체간 컨소시엄 구성에는 반대하지 않는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시간이 없다. 컨소시엄을 구성하려면 수많은 이해관계들을 조정해야 하는데 그럴 수 있겠는가.’이같은 조기매각론은 최근 발표된 한국국제통상학회(회장 김광두 서강대교수)의 ‘대우자동차 처리방안’에서 더욱 구체화됐다. 산업은행의 용역을 받아 작성된 이 보고서는 “독자생존과 공기업화 방안도 검토했으나 독자생존의 경우 약 6조원에 달하는 자본잠식 상태를 감안할 때 정상화가 희박하다는 판단을 내렸다. 또 공기업화에 의한 정상화 방안에 대해서도 경영의 비효율성, 자동차산업의 세계적 민영화 추세에 역행, 국민부담 가중, 대외통상 마찰등의 문제가 있어 실효를 거두기 힘들 것”으로 분석했다.그러나 조기매각론의 맹점은 과연 헐값매각 시비를 피할 수 있느냐다. 해외업체에 우호적이지 않은 보수적 국민정서도 부담이다. 여기에다 표를 의식한 정치권 논리까지 개입하면 입지가 좁아질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다.◆ 해외매각 불가론자동차 노조들이 앞장서고 있다. 현대 기아 대우 쌍용등 자동차 4사 노조는 민주노총 산하 금속산업연맹과 공조하에 해외매각 반대 1백만명 서명운동을 벌이고 있다. 4월부터는 서울역 상경투쟁과 전면파업을 예고하고 있다. 현대 및 대우에 거래선을 갖고 있는 일부 협력업체들도 해외매각을 반대하고 있다.이들의 논거는 국내산업 피폐와 고용불안으로 요약된다. ‘해외업체들은 절대로 제값을 주고 대우차를 인수하려 하지 않는다. 조기매각은 헐값 매각과 같은 뜻이다. 또 해외업체들이 국내 고용을 보장하고 협력업체도 보호하겠다고 하지만 도대체 누가 보증을 서겠는가. 인수후 사정변경으로 라인을 폐쇄하고 사람을 자르면 누가 책임질 것인가. 경험적으로 보더라도 마찬가지다. GM의 경우 세계 여러 공장들을 인수했지만 제대로 기술을 이전해주거나 키운 곳은 별로 없다. 최근 영국정부의 반대를 무릅쓰고 랜드로버를 포드에 매각한 BMW의 행태를 보더라도 기업들의 비정한 생리를 읽을 수 있지 않는가. 설사 해외업체들이 초기에 과감한 투자를 할지라도 장차 이해관계의 변화에 따라 언제든지 태도를 바꿀 수 있는게 그들의 속성이다.’이같은 불가론에도 함정이 있다. 해외매각이 성사되지 않을 경우 대안이 마땅치 않다는 점이다. 현대가 인수하면 되지만 이는 특정업체를 지원하는 격이 돼버림으로써 논의의 객관성을 잃게 된다. 이로 인해 제기된 주장이 한시적 공기업론이다. 정부 일각에서 꽤 오랫동안 검토됐다가 폐기된 방안이지만 만약 국제입찰이 유찰될 경우 다시 불거질 공산이 크다.© 매거진한경,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