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시 아메리카 인터내셔널’ 전당포 체인화로 지난해 1억8천만달러 매출

현대인에게 전당포는 거의 잊혀진 이름이다. 도시의 뒷골목을 장식하는 빛바랜 전당포 간판은 지나간 시대의 상징처럼 보인다. 그러나 최근 미국에서는 구시대의 유물이라는 오명을 씻고 서민에게 가장 친근한 금융기관임을 표방하는 신개념의 전당포 체인 사업이 성업중이다.이 분야의 대표적인 업체는 텍사스주 포트워스에 본사를 두고 있는 ‘캐시 아메리카 인터내셔널’사. 이 회사는 전당포 사업에 첨단 경영기법을 도입하고 체인화해 성공했다. 미국내에 4백20개의 점포를 비롯, 영국과 스웨덴에 각각 46개와 20개의 점포를 운영하고 있다.◆ 일반인에 높은 은행문턱 틈새 공략창업자 재크 도어티씨는 소액자금을 필요로 하는 사람은 많은 반면 은행의 문턱은 언제나 높다는 점에 주목했다. 그는 기업이 운영자금이 필요해서 은행돈을 쓰는 것이나 개인이 전당포를 이용하는 것이 같은 이치라는 것에 착안, 전당포의 현대화에 나섰다.이 회사는 부동산 담보나 거래실적을 요구하지 않는다. 은행이 까다로운 절차와 엄격한 심사를 하는 동안 서민들이 갖고 있는 물건을 담보로 필요한 자금을 신속하게 대출해준다.전당포의 외관도 완전히 달라졌다. 창살 뒤에서 의심스런 눈초리로 쏘아보는 전당포주인의 모습은 찾아볼 수 없다. 하얀 와이셔츠차림의 직원들이 손님과 마주앉아 상담을 하거나 물건을 감정한다.물건감정이나 이자계산에는 컴퓨터가 이용된다. 컴퓨터는 제조번호가 적힌 귀금속이 도난품이 아닌지를 판정하는데도 사용된다.이같은 변신 덕분에 고객이 다시 몰려들기 시작했다. 고객층도 다양해졌다. 서민층은 물론이고 부유층도 전당포 체인점의 단골이 됐다. 벤츠를 타고 와서 롤렉스시계 등 고가품을 맡기고 급전을 빌려가기도 한다. 고객의 대부분은 이자를 많이 물지 않고 물건을 제때 찾아가고 있다. 그러나 약정기간 내에 물건을 찾아가지 않는 고객도 더러 있다. 이럴 경우 체인점측은 그 물건을 경매 처분한다. 이때에는 대개 감정가보다 높은 가격에서 경매가 이뤄지기 때문에 물건을 맡긴 사람에게 다소나마 차액이 돌아가고 있다.모든 사람이 미래사업에 골몰하고 있는 동안 도어티씨는 과거를 되돌아 볼 줄 알았다. 잊혀진 과거로부터 누구도 생각하지 못했던 돈맥을 찾아냈다. 이 회사는 지난해 1억8천2백만달러의 매출실적을 올렸다. 한편 미국에는 캐시 아메리카 외에도 2개의 전당포 체인점이 나스닥 시장에 상장되어 있다. 이지코프사와 퍼스트 캐시는 각각 50개와 2백10개의 가맹점을 두고 있다. 이들 전당포 체인점들의 약진은 전당포붐은 단순히 경기후퇴의 부산물이라는 부정적 견해를 누그러뜨렸다. 현재 미국에서 전당포 체인점은 10명중 1명이 이용할 정도로 ‘작은 은행’으로서의 위치를 확고하게 굳히고 있다.(02) 501-20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