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결정이 신속하고 자율적인 분위기 속에서 성과에 따른 보상이 가능해 의욕적으로 일할 수 있다는 점이 분사의 장점이라고 봅니다.” (만도기계에서 분사한 지리정보 S/W개발 벤처기업인 만도맵앤소프트 최종원 사장) “분사에 대해 예전에는 반대하는 분위기가 대세였지만 요즘은 장기적으로는 바람직하다는 분위기입니다. 오히려 기회라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상당수입니다.” (올해 S사에서 분사방침이 발표된 벤처투자팀 책임자) “분사하면 판매에 영향을 받겠지만 업무영역의 확대를 기대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어 무조건 반대하는 분위기는 아닙니다.” (분사가 거론됐던 한 금융기관 직원) 모두 분사에 대한 요즘의 분위기를 설명하는 말들이다. 분사에 대해 부정적이던 예전과는 사뭇 다른 흐름이다.분사에 대한 이런 인식의 변화를 반영하듯 최근 분사를 추진하는 기업들의 사례가 늘고 있다. 지난 2월에 공정거래위원회가 발표한 ‘30대 기업집단의 분사현황’에서는 98년 3백66개, 99년 1백85개 등 모두 5백51개 기업이 30대그룹에서 분사한 것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이 가운데 5대그룹에서만 1백65개를 분사한 것으로 밝혀졌다.(표 참조) ‘대기업병의 특효약’(산노대 고토 쇼코교수)이라는 말처럼 구조조정의 한 방편으로 대기업들이 적극적으로 분사를 추진한 것이다.분사 증가세는 최근 들어 은행 투신 등 금융기관, 한글과 컴퓨터나 메디슨과 같은 벤처기업, 언론사 등으로 ‘휘발성’을 띠며 확산되는 모습이다. 한국능률협회의 한 컨설턴트는 “중소기업 가운데에서도 사내벤처 육성을 통한 분사를 추진하거나 적극적으로 검토하는 기업들이 많다”고 말했다. 공기업의 분사도 조만간 가시화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최근 기획예산처에서 20개 공기업의 아웃소싱대상 업무를 제시, 공기업의 업무가 아웃소싱의 형태로 분사되는 사례가 나타나기 시작할 것”이라는게 분사관련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모기업 부담 덜고 구조조정 기회이처럼 분사가 급증하는 배경으로 전문가들은 여러 가지를 꼽고 있다. 가장 먼저 드는 것은 모기업이 분사를 통해 인력조정의 부담을 덜면서 점진적인 구조조정을 단행할 수 있다는 점. 이제까지 대부분의 대기업들이 분사를 추진한 주요 배경이기도 하다. 삼성경제연구소 윤종언 연구위원은 “IMF이후에 모기업은 인력조정에 따른 부담을 덜면서 구조조정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분사대상기업은 정리해고나 사업부해체 등 인력조정의 불안감을 떨칠 수 있는 대안이라는 점에서 서로간의 이해가 맞아 떨어져 분사를 추진하는 건수가 늘어났다”고 설명했다.지난 98년 상법에 회사분할을 위한 법적인 장치가 마련된 점도 분사를 활성화시키는 한 요인으로 거론된다. 산업연구원 김용열 연구위원은 지난 2월 한국경영학회 동계학술발표회에서 “기업분할의 도입으로 분사가 활발해질 것”이라며 기존의 분사유형을 주변사업분리형 핵심사업분리형 파산대체인수형 등으로 구분하기도 했다.최근에는 분사기업의 코스닥등록으로 일정지분을 출자한 모기업과 분사기업 양자의 기업가치가 오르는 일이 잦아지면서 핵심기능이나 핵심사업의 분사를 통해 윈-윈전략을 추구하려는 전략적 차원의 분사사례들도 늘고 있다. LG경제연구원 박상수 선임연구원은 “예전에는 핵심역량의 집중이라는 차원에서 비핵심부문의 분사가 주로 추진됐지만 요즘에는 기술개발이나 아이디어의 사업화 등 창의성을 사업화하는 분사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여기에 지난 3월에 총리실 산하 규제개혁위원회에서 분사도 벤처창업으로 인정해 벤처캐피털의 투자유치를 골자로 한 분사지원안이 제시돼 앞으로 분사는 더욱 활발해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한편 분사 사례가 늘고 있는 것과 관련해 분사를 추진함에 있어 보다 세밀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먼저 단순히 인력조정 차원에서 시도되는 분사를 지양하고 올바른 분사모델을 세워야 한다는 지적이다. 홍익대 경영학부 이순철교수는 “분사는 패러다임의 전환이나 기술의 변화, 기업내 조직간의 상충 등이 생길 때 가장 적은 금액으로 자립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주는 수단”이라며 미국의 전자테스트장비, 재활용품 관련장비 등을 취급하는 ‘서모 일렉트론’을 바람직한 모델로 들었다. 시장과 기술의 변화에 따라 수시로 연구개발부문을 분사해 기업가치를 82년의 6천만달러에서 96년에는 80억달러로 끌어올린 기업이다. “분사기업과 모기업 모두가 윈-윈할 수 있는 분사모델이 요구된다”는 것이다.<분사경영전략 designtimesp=19661>의 저자인 (주)스탭스의 박천웅 사장은 “최근 단순기능의 분사가 늘고 있는 사실을 주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공정위의 자료에서도 98년에 비해 제조나 A/S 물류 등 아웃소싱의 분사가 감소한데 반해 총무·시설관리·전산개발 등 용역제공부문의 분사는 오히려 증가한 것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이러한 단순기능의 분사로는 전문성확보나 고급 인재 충원이 어려운데다 수익구조가 단순해 모기업의 지원없이 경쟁력을 갖추기 어렵다”는 것이 박사장의 설명이다.◆ 단순기능 부문 분사 주의삼성경제연구소 윤연구위원도 용역부문의 분사에 대해 “단순기능으로 분사해 벤처기업으로의 변신을 통해 자생력을 확보하는 등의 기회를 가질 수도 있지만 단순 기능만을 갖고 분사해 홀로서기를 하는데에는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그런 점에서 모기업과 분사기업간의 지속적인 연결 고리를 잘 설정해야 한다는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LG경제연구원 박선임연구원은 “분사기업으로서는 대기업과의 연관이 필수적”이라며 “분사기업은 기술·신제품개발 등 창조적인 일에 주력하고 모기업은 시장개척 홍보 유통망구축 등을 지원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실제로 분사한 기업을 대상으로 지난해 대한상의와 중기청이 공동으로 조사한 자료에서 분사기업들은 초기에 직원동요 인력부족 등의 경영애로가 있지만 3년 정도면 경영정상화를 이룰 것이라고 응답하기도 했다. 그 기간만큼의 지원이 이뤄진다면 성공적인 분사경영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