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중간하게 ‘낀’ 사람들은 자질구레하지만 은근히 서러운 경험들을 갖고 있다. 맏이도 막내도 아닌 ‘둘째’로 살아본 사람들은 인생이란 원래 불공평하다는 명제에 흔쾌히 동의할지도 모른다.‘귀여운 여인’의 대명사 맥 라이언을 내세운 <지금은 통화중 designtimesp=19674>은 이런 둘째들의 심리를 십분 이해하고 있는 영화다. 이브(맥 라이언)는 성공의 노예같은 언니(다이앤 키튼)와 투정만 부리는 동생(리사 커드로) 사이에서 혼자 남겨진 아버지의 뒤치다꺼리를 떠맡는다. 엄마 노릇, 아내 노릇, 딸 노릇에 직장일까지 해내느라 정신이 없는 그녀는 아버지의 임종이 가까워지자 아예 전화기에 매달려 산다. 언니와 동생은 먼 곳에서 가끔 전화해 건성으로 잔소리나 할 뿐.그러나 가벼운 영화답게 평생 계속됐던 자매간의 갈등은 한순간 눈녹듯 사라지고, 둘째는 오늘도 씩씩하게 전화를 걸어 만사를 다 챙긴다. 전화기에 매달려 끊임없이 종종거리는 맥 라이언은 귀엽고 사랑스럽다. 그리고 영화는 꼭 그만큼 진부하다. <해리가 샐리를 만났을 때 designtimesp=19677> <시애틀의 잠못이루는 밤 designtimesp=19678> 등으로 로맨틱 코미디의 옛 영화를 ‘오늘에 되살렸던’ 에프론 자매가 각본을 쓰고 제작을 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