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증시 새로운 파워 형성 … 직업·장세분석 노하우 제각각

골드존, 스티브, 백경일, 쥬라기, 보초병, 소주와 낙지, 주윤발, 세미아빠, 작전주조사팀, SKY 333, 데이비드, 쌍갈매기, 선우선생, 무극선생….상당수의 주식투자자들은 이쯤에서 이들 단어의 공통점을 눈치챘을 것이다. 팍스넷 씽크풀 코스닥터 이큐도스 넷인베스트 등 각종 증권정보 사이트에 활발하게 글을 올리는 이른바 ‘사이버고수’ 들이다. 이중에는 “○○님, 어떻게 해야 할까요”라고 묻는 ‘추종신도’급 팬을 갖고 있거나 매 글마다 수만명이 조회하는 유명고수도 있다.‘사이버증권전문가’들이 지금 한국 증시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치는 집단으로 부상했다는데 이의를 달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우리는 제도권의 투자전략가보다도 파워풀하다”(스티브·팍스넷)고 당당히 주장하는 사이버전략가도 있다.사이버고수들의 영향력이 커진 것은 불과 수개월만의 일이다. 인터넷 증권정보 사이트의 성장배경이 온라인 주식거래 인구의 급증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면 개별 사이트의 성장은 사실상 많은 독자를 끌어들이는 고수의 확보여부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가장 많은 페이지뷰를 자랑하는 팍스넷에는 현재 붙박이 사이버필진 외에도 사이버애널리스트를 지망하는 아마추어들의 글이 수없이 올라온다.하루 평균 7백만 정도의 페이지뷰를 갖고 있는 사이트 ‘씽크풀’은 지난해말까지만 해도 조촐한 사이트였다. 그러나 ‘골드존’을 비롯, 시황을 정확히 예견하는 고수들의 소문이 나면서 페이지뷰가 급증했다. 최근 머니OK(www.moneyok.co.kr)에 흡수합병된 증권정보 사이트 다트넷의 경우 park1이라는 사이버분석가에 대한 열광적인 독자만으로 유지될 정도였다. park1은 적중력이 높은 장세파악과 초보투자자들이 알기쉬운 설명으로 팍스넷에 글을 쓸 당시 엄청난 조회수와 ‘park1추종’이라는 아이디가 생길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대외적으로 검증된 제도권의 투자전략가와 분석가 펀드매니저 이상으로 이들이 개인투자자들의 관심을 끌게 된 것은 무엇 때문일까.첫째는 증권정보 사이트에 대한 수요 급증이다. 국내 증권시장에서는 온라인 주식거래 투자자 비율이 올들어 전체 주식거래 인구의 50%를 넘어섰다. 게다가 미국 등 다른 선진국에 비해 직접투자하는 개인투자자가 많다. 뿐만 아니라 코스닥시장의 매매회전율 세계 1위에서 보듯 데이트레이딩의 비율도 역시 높다. 그러다보니 실시간 증권관련 정보와 대가없이 투자상담을 해주는 사이버증권전문가들의 글에 대한 수요가 생겼다는 분석이다.둘째는 국내증시에 주도적 역할을 하는 계층이 없다는 것이다. 팍스넷 강동진투자전략팀장(스티브)은 “경력이 오래된 증권전문가일수록 실력이 있어야 하는데 오히려 약정과 제도의 굴레속에 갇힌다”고 비판한다. 제도권인 증권사의 전문가들도 이 부분을 지적한다. 메리츠증권의 조익제 리서치팀 차장은 “국내 금융시장 전반이 그렇듯이 증권리서치분야에도 대가가 없는 것이 현실”이라고 말한다.“첨단기술주 비중을 줄이라”는 말 한마디로 월스트리트에 ‘피의 금요일’을 불러온 골드만삭스의 투자분석가 애비 조셉 코언여사같이 말 한마디에 천근의 신뢰를 보내줄 수 있는 대가 말이다.셋째, 위와 같은 맥락에서 제도권 전문가에 대한 불신이 심화돼 있다. 많은 개인투자자들이 증권사가 제시하는 적정주가를 보고 주식을 산다. 그러나 자신이 산 가격이 단기고점이 되고 물리는 경험을 하는 개미들이 부지기수다. 넷인베스트의 정용환씨(Sky333)는 “기술적으로 분석해보면 분명히 고점인데도 매수추천을 하는 사례를 여러번 봤다”고 지적한다. 제도권 전문가에 대한 불신이 ‘이름도 모르고 성도 모르는’ 사이버공간의 고수들에 대한 의존으로 발전하고 있다는 것이다.넷째, 사이버 증권고수들과 개인투자자의 동질성이다. 대부분의 사이버 증권전문가들은 미수투자나 깡통 등 한두번의 커다란 실패를 경험해본 개인투자자들이다. 그러다 보니 개인투자자가 저지르기 쉬운 실수와 가장 원하는 정보가 무엇인지 정확히 파악하고 있다.제도권 전문가에 비해 시황과 매도의견을 자유롭게 낼 수 있다는 것도 이들의 강점이다. 증권회사나 투신사에 소속된 전문가가 “대폭락이 예고되므로 주식을 정리하라” 거나 혹은 “OO종목은 단기고점이니까 매도해야 된다”는 의견을 자유롭게 내기는 어렵다. 지난해말 투신사나 많은 자산운용사들이 올해 밀레니엄효과와 1월효과를 강조할 때 씽크풀에 글을 쓰던 김기준씨(Goldzone)는 거의 일주일에 걸쳐 “대하락이 온다”며 독자들에게 매도를 권유했다.자유롭게 글을 쓴다는 점은 이들이 책임을 지지 않는 글을 쓸 수도 있지만 반면 정확한 분석의 틀이 전제된다면 진실에 가까울 수 있다는 이야기도 된다.그러나 사이버고수 전성시대에 대해 사이버전문가들조차 바람직하지는 않다고 진단을 한다. “금융시장이 선진화되면 제도권 분석가와 전략가들이 제자리를 찾을 것이고 그렇게 돼야 한다”(park1) “궁극적으로는 간접투자로 가야 한다”(parkgas) “자신의 투자원칙없이 사이버분석가에게 의존하는 것은 피해야 한다(Goldzone)”는 지적이다.또 매도의견 등을 자유롭게 내다보니 해당종목을 가진 상당한 독자들이 이들에게 항의메일을 보내는 등 새로운 압력이 가해지기도 한다. 영향력이 커질수록 최대장점인 자유의 범위가 좁혀지는 한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