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7월1일부터 채권시가평가제가 실시된다. 채권시가평가제란 말 그대로 각종 펀드에 편입되어 있는 채권의 가격을 매일 매일 시장에서 결정되는 가격으로 평가해 펀드의 기준가격에 반영하는 것이다. 지금까지는 채권가격을 매입할 당시의 가격인 장부가(취득가)를 기준으로 펀드수익률을 계산해 왔다.예컨대 1년만기 1억원짜리 국고채를 연리 10%를 적용해 9천만원에 할인해 샀다고 가정하자. 돈이 필요해 만기가 6개월 남은 시점에서 시장에 내다팔게 되면 금리수준이 변하지 않았다면 6개월분 이자를 빼고 약 9천5백만원을 받아야 정상이다. 그런데 이때 시중의 금리가 6개월전 회사채 발행당시보다 크게 올라 연 15%에 달한다고 가정해보면 사정은 달라진다. 9천5백만원의 6개월분 이자를 따져보면 대략 7백만원이 넘는다. 때문에 채권을 사려는 사람은 6개월 뒤 1억원을 받을 수 있는 국고채를 9천3백만원보다 많은 금액을 주고 사려하지 않을 것이다. 반대로 시중금리가 떨어졌다고 한다면 남은 기간 동안의 이자가 더 싸기 때문에 더 많은 돈을 주고라도 사려 할 것이다. 이같은 원리로 채권시장의 유통수익률, 즉 채권의 시장가격이 결정되는 것이다.채권시가평가제란 각종 펀드에 편입되어 있는 채권의 기준가격을 시장가격으로 평가하자는 것이다. 앞서의 예시에서 장부가격이라 볼 수 있는 9천5백만원으로 평가해 기준가격으로 삼았지만 앞으로는 시장가격인 9천3백만원으로 평가하자는 것이다. 물론 금리 변화만이 채권가격을 변화시키는 것은 아니다. 회사의 신용도 등이 문제가 된다. 아무리 금리를 높게 적용해준다고 하더라도 경영상태가 좋지 못할 경우 그 회사 채권에 대한 투자는 꺼릴 수밖에 없다. 결국 금리에 변화가 없다고 하더라도 채권을 팔려는 사람이 사려는 사람에게 많은 수익을 올릴 수 있는 조건을 제시해야만 매매가 가능할 것이다. 채권값을 많이 할인해서 판다는 얘기다. 채권값이 떨어지는 것이다.채권시가평가제가 실시되면 채권이 편입된 각종 펀드의 수익률이 금리나 기업경영상태 변화에 따라 크게 변하게 된다. 예컨대 그동안 공사채형 수익증권은 수익률이 안정적이었고, 따라서 위험부담이 전혀 없는 투자상품으로 인식돼 왔다. 그러나 앞으로는 공사채형이라 하더라도 주식형과 마찬가지로 수익률 변화가 크고 경우에 따라서는 원금을 까먹는 경우도 나올 수 있다. 한마디로 그동안 채권투자는 저축상품이나 마찬가지로 취급되었지만 앞으로는 주식투자와 같은 투자상품으로 간주해 투자전략을 세워야 한다는 것이다. 물론 금리변동의 요인만 영향을 미친다면 주식에 비해 가격변동이 크지 않겠지만 기업신용도에 변화가 생길 경우 큰 폭의 등락이 이뤄질 수 있음에 유의해야 한다.채권시가평가제를 실시하는 이유는 우선 채권의 가격이 정확하게 반영됨에 따라 채권거래가 늘어나고 결국 채권시장의 활성화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특히 채권평가가 국제적인 기준에 따라 이뤄짐으로써 외국인들의 투자가 늘어날 여지가 크다. 지금까지는 기업내용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기 때문에 외국인들의 국내 채권에 대한 투자가 저조했던 것이 사실이다. 문제는 채권시가평가제가 전면 실시되면 일단 수익증권가격이 떨어질 위험이 있고, 그에 따른 일시적인 환매요청의 증가와 환매자금조달을 위해 투신사들이 보유채권을 매각할 경우 금융혼란이 야기되지 않을까 하는 점이 우려되고 있다. 그러나 투신구조조정으로 수익증권에 대한 클린화 작업이 선행되기 때문에 그다지 큰 파장은 없을 것이라는 낙관론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