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품성 고평가 주문 쇄도 … NTT인터넷·일본농협 판매로 올 매출 1천만달러 거뜬

농협의 현지법인인 농협인터내셔널의 전상호 초대사장. 요즘 현지한국기업인 가운데 일본에서 가장 유명세를 타고 있는 인물이다. 그는 TV 신문 잡지 등으로부터 쇄도하고 있는 인터뷰 요청으로 눈코뜰새가 없다. 최근 니혼게이자이신문과 인터뷰를 했다. 니혼게이자이는 지금까지의 농협김치 판매현황을 비롯, 자위대 납품실적 및 배경, 일본에서의 김치붐을 일으킨 요인, 판매전략 등을 취재해 갔다. 한국김치관련 특집기사를 실을 예정이라는게 신문사측의 설명이다.신문뿐만이 아니다. 니혼TV(채널 4)에서도 21일 오후 9시54분부터 약 5분간 농협김치가 방영될 예정이다. 니혼TV는 e-get프로그램에서 한국농협의 김치판매 홈페이지인 ‘www. koreafood. co. jp’를 집중 보도한다. e-get는 1주일에 한번씩 일본내 우수 홈페이지를 소개하는 프로그램. 한국업체가 이 프로그램을 타기는 농협김치가 몰론 처음이다.농협김치는 7월29일 오후 1시30분부터 2시25분까지 방영되는 TV도쿄(채널 12)의 ‘버라이어티 텔레숍’에도 소개될 예정이다. TV도쿄는 현지촬영을 위해 6월14일 기획팀을 한국에 파견했다. 2박3일 동안 경기도 연천의 청산농협김치공장과 충북 살미농협김치공장을 방문 취재했다. 이들은 한국의 고춧가루공장과 배추밭 농가가정을 찾았다. 서울시내 유통현장도 둘러봤다.주간 ‘플레이보이’지에서도 전사장을 인터뷰해갔다. 자위대에 김치를 납품한 내용을 취재하기 위한 것이었다. 기자는 “농협김치가 비싼데도 낙찰된 것은 그만큼 품질이 뛰어났기 때문”이라는 설명을 자위대로부터 들었다고 관계자에게 털어놓기도 했다. 플레이보이는 ‘김치가 미용에 좋을 뿐 아니라 건강식품’이라는 내용의 기사를 조만간 실을 예정이다.그가 이처럼 유명세를 타고 있는 이유는 무엇인가. 바로 ‘기무치(일본식 김치)’의 코를 납짝하게 만들어버린 농협김치 덕택이다. 그는 농협김치로 일본의 기무치(キムチ)역사를 바꾸는데 앞장서고 있다.◆ 외국식품 일본농협 들어가기도 처음그 첫 사례는 자위대 납품. 농협은 지난 5월 일본 자위대의 2개 기지에 농협김치 6백t을 납품했다. 자위대에 한국 김치가 납품되기는 처음이다. 한국산 식품으로서도 물론 처음이다. 이번에 납품된 김치는 일본에서 선풍적 인기를 끌고 있는 통신판매용 1㎏짜리 배추김치와 깍두기김치등 2종류. 농협은 자위대가 김치를 공식메뉴로 채택한다는 정보를 입수, 관동지역의 자위대 기지를 대상으로 김치샘플을 제공하고 시식회를 개최하는 등 판촉활동을 벌인 끝에 납품권을 따냈다. “일부 한국업체가 김치납품을 추진해왔으나 품질 가격문제 등으로 무산됐다. 이번 납품으로 한국산 김치가 일본정부로부터 품질을 인증받게 됐다. ” 전사장의 설명이다.농협측은 김치 첫 납품의 여세를 몰아 6∼7월중에 실시되는 6개 대규모 자위대 기지의 김치 납품권도 따낼 계획이다. 이 가운데 규슈지역에 주둔중인 자위대에 10월부터 월 20t 규모로 납품키로 이미 결정됐다. 이들 기지에 추가로 납품될 물량은 월 1백여t. 추가로 납품할 김치는 벌크로 공급한다는 방침이다.농협은 또 한국주둔 미군에 대한 김치납품실적을 내세워 일본에 주둔중인 미군기지에도 김치 납품을 추진하고 있다. 일본 주둔 미군은 현재 일본업체로부터 기무치를 납품받고 있다. 기무치를 누르고 김치의 우수성을 또 한번 증명해 보이겠다고 벼르고 있다.두번째 사례는 전국농업협동조합연합회(전농) 납품. 6월20일부터 도쿄에 있는 전농 직할 레스토랑인 퓨어(일본 소고기취급 전문점) 2곳에 김치를 시험 납품한다. 전농은 고객의 반응을 확인한 다음 본격적으로 구매할 예정이다. 전농의 슈퍼에도 조만간 김치가 공급될 예정이다. 히로시마현의 전농 생활품 식품판매점포인 ‘A-coop’에 7월부터 김치를 납품키로 원칙 합의됐다. 농협측은 일본측과 전국판매를 협의하고 있다.일본농협에 외국식품이 들어가기는 김치가 처음이다. 일본에서도 농협은 가장 보수적인 기관이다. 신토불이의 상징으로 떠올리게 되는 것은 일본에서도 마찬가지다. 이런 농협이 김치를 구입했다. 한마디로 파격이다. 농협김치의 인기가 어느 정도인가를 쉽게 확인할 수 있게 해주는 대목이기도 하다.농협은 늦어도 내년 상반기까지는 일본농협의 직배센터와 일본농협식품(농협전국판매장)에서 김치를 비롯한 한국농산품을 위탁판매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수수료만 주고 일본 전역에 있는 전농의 판매망을 한국농협의 창구로 활용하는게 농협인터내셔널이 잡고 있는 최후의 목표”라는게 전상호 사장의 설명이다.세번째로는 일본 최대 통신업체인 NTT의 인터넷망을 통한 김치판매를 꼽을 수 있다. NTT계열의 일본컴퓨터아트(NCA)는 농협인터내셔널의 홈페이지를 통해 지난 3월20일부터 농협김치를 판매하고 있다. 한국업체로 NTT인터넷망을 탄 것도 물론 처음이다. 일본컴퓨터아트는 농협쪽에 김치를 판매해주겠다며 먼저 제의해 왔었다. 농협김치의 상품성을 그만큼 높이 평가했다는 얘기다. 인터넷판매에 나선지 처음 한달 동안은 예상외로 고전했다. 그러나 5월 들어서면서부터 판매가 크게 늘고 있다. 5월에는 4월의 4배인 5t상당(2천건 주문)을 판매했다.농협김치가 NTT에서만 성가를 인정받은 것은 아니다. 북한측으로부터도 최고의 품질을 인정받고 있다. 북한계 기업인 사쿠라그룹의 불고기 체인인 모란봉은 순천농협김치를 지난해 초부터 구입하고 있다. 현재 구입량은 월 16t상당. 단일기업으로는 상당한 규모다. 모란봉은 한국농협을 생산자로한 한국김치를 ‘남도김치’라는 브랜드로 판매하고 있다.농협은 한국김치에 대한 이미지 제고를 위한 홍보에 힘을 쏟고 있다. 28일부터 30일까지 도쿄시내 빅사이트 도쿄국제전시장에서 열리는 인터넷식품판매전시회인 e-food 2000에 참가한다. 인터넷을 통해 자원봉사에 나설 여자 도우미 4명을 선발했다. 이 가운데는 모델출신도 포함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행사가 끝난 다음 이들 도우미는 한국에 나선다. 홍보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한 전략이다.김치판매망을 활용한 한국식품 판매도 농협에 대한 이미지를 제고하기 위한 것이다. 농협은 6월1일부터 농심 신라면과 해태 김도 판매하고 있다. 김치 이외의 우수상품을 동시에 판매, 한국식품에 대한 이미지를 개선한다는 전략이다. 농협은 판매상품을 단계적으로 확대해 나갈 방침이다.통신판매, 자위대와 생협을 통한 판매도 크게 늘릴 예정이다. 전화 및 인터넷주문을 통한 통신판매액은 전체 실적의 20%선에 불과하다. 그러나 이미지 홍보 효과는 뛰어나다. 따라서 현재 월 1만1천건인 통신판매를 연말까지 2만건으로 늘려나간다는 목표다.농협김치가 지난해 10월 통신판매로 주목을 끌기 시작한 이래 자위대 납품, NTT인터넷 판매, 일본농협납품 등으로 돌풍을 계속 일으키고 있다. 김치돌풍을 계기로 올해는 지난해보다 4백만달러 늘어난 1천만달러의 매출을 올린다는 목표다. 한국김치의 얼굴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브랜드 가치를 높여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일본의 기무치에 이길 수 없습니다. 저가를 무기로한 중국김치의 시장공세에도 미리 대비해야 합니다. ” 전사장은 김치전쟁에서 이기기 위해 눈코뜰새없이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