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겁게 달아 오르던 벤처 기업의 열풍이 식고, 가파르게 오르던 코스닥 지수가 내려가면서 벤처 기업간의 차별화가 본격화되고 있다. 닷컴(.com)의 시대가 가고 닷곤(.gone)의 시대가 도래하고 있다는 혹평도 일고 있다.정녕 그토록 뜨겁게 달아오르던 인터넷의 열풍과 신생 벤처 기업들의 창업붐 그리고 코스닥의 가파른 상승은 한여름 밤의 꿈에 불과한 것인가.인디언 중에서 용감하기로 소문난 아파치족의 추장이 연로해 그 후계자를 선출하게 됐다. 아파치족의 전통에 따라 후보자로 나선 젊은이들은 말 타기, 활 쏘기, 사냥 기술, 길 찾기, 인디언 씨름, 칼 쓰기 등 여러가지 관문을 통과해야 했는데 많은 젊은이들이 추장 자리에 도전했지만 모두 탈락하고 세명의 용사만 남게 됐다. 아파치의 노추장은 “아파치의 자랑스런 용사들이여! 저기 눈 덮인 록키 산맥의 최고봉이 보이는가. 이제 아무런 장비 없이 저 꼭대기까지 올라갔다가 제일 먼저 내려 오는 자에게 나의 추장 자리를 물려 주겠노라”고 선포했다.아파치 최고의 세 용사는 가시에 찢기고, 바위에 굴러 떨어지기도 하면서 정상을 향해 힘차게 달렸고 얼마후 첫번째 용사가 도착했다. “저는 산꼭대기에서만 피는 꽃 한 송이를 증거물로 가져왔습니다.” 환성이 울려 퍼졌고 곧 이어 두번째 용사가 도착했다. “저는 산 정상에만 있는 붉은 빛 돌 조각을 증거물로 가져 왔습니다.” 역시 환성이 울려 퍼지고 얼마 지나자 마지막 용사가 달려 왔다. 그러나 이 마지막 용사는 아무런 증거물도 가져 오지 않았다. 야유가 터져 나왔고 노기띤 노추장은 “너는 왜 아파치의 명예를 더럽혔느냐? 왜 중도에서 포기했느냐?” 세번째 용사가 대답했다. “추장님, 저도 저 산 꼭대기에 올라 갔었습니다. 거기서 저는 보았습니다. 저 산너머에는 비옥한 땅과 넓은 강물과 수많은 버팔로떼가 살고 있습니다. 누가 추장이 되든지 저는 상관없습니다. 다만 우리 아파치는 저 산을 넘어야 합니다.”내재 가치냐, 성장성이냐. 굴뚝이냐, 벤처냐. 전세계적으로 일고 있는 이러한 물음에 대한 대답은 아무도 섣불리 답하기 어려운 숙제다. 아피치족의 노추장이 세명의 용사를 앞에 두고 후계자를 결정해야만 하는 어려운 결단과도 같은 문제라고 생각한다.빠른 시간 내에 많은 돈을 벌어 보겠다는 투기성 심리와, 미국 증시를 따라가는 시장 성향 때문에 실제 가치보다 과대 평가 또는 과소 평가되는 기업들이 속출하게 되는 비이성적인 현상이 우리 앞에 벌어지긴 했지만 분명 이것이 시대의 변화를 우리에게 극명하게 보여 주는 것이며 거스를 수 없는 대세의 흐름임을 인식해야 할 것이다.현재 한창 진행중인 벤처 기업간의 옥석 가리기는 올바른 시장의 자정 작용이라고 생각한다. 사람을 현혹케 하는 짧은 아이디어를 가지고 일확천금을 노리며 벤처에 뛰어든 기업들과, 기술력과 비전을 가진 기업을 동일시하는 것은 참으로 옳지 않다. 이러한 옥석 가리기가 참다운 벤처의 꿈을 안고 오늘도 매진하는 많은 젊은 인재들의 비전을 송두리째 말살하는 쪽으로 진행되지 않기를 바란다. 아름다운 산이란 아름드리 나무들만 있어서는 이루어지지 않는다. 크고 작은 나무들과 이름 모를 잡초 그리고 기암 절벽이 함께 어우러질 때 참으로 아름다운 명산이 되는 것처럼, 수많은 기업들이 생겨났다 사라지고 또 다시 생겨날 때 우리 경제의 앞날은 밝다고 생각한다. 옥석을 가리는 것은 정말로 중요한 일이다. 그러나 우리가 너무도 잘 아는 야후와 같은 수많은 외국의 우수 기업들도 처음부터 지금처럼 훌륭하게 성장하리라고 아무도 예견하지 못했었음을 우리는 기억해야 할 것이다.들불처럼 번져가는 벤처의 열풍, 아무리 내가 속한 현재의 기업이 나에게 편안함과 많은 혜택을 준다 해도, 혹은 전혀 예측할 수 없는 수많은 위험들이 내 앞에 놓여 있다 해도 우리 앞에 펼쳐진 가나안 땅보다도 더 비옥하고 상상을 용납하지 않을 만큼 드넓은 미래의 땅을 발견한 이상 모든 것을 내던지고 이 곳에 뛰어들지 않을 수 없는 것이 벤처의 세계다.두 용사는 산꼭대기에 올랐다는 증거물을 가져 왔으나 세번째 용사는 아파치족 전체를 위한 미래의 꿈, 아파치족이 나가야 할 미래의 ‘방향’을 가져왔고 지혜로운 아파치의 노추장이 아무런 의심없이 아파치의 다음 세대를 그에게 맡겼던 것처럼, 우리 조국의 미래를 오늘도 밤낮없이 꿈을 현실로 실현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벤처 기업에 맡겨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우리는 이미 닷캠(.came)의 시대에 살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