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정보통신분야 집중투자, 고수익 행진 … 생명공학 펀드 ‘바이오 금맥캐기’ 박차

뭉게구름이 피어오르는 수평선을 향해 부푼 꿈을 갖고 미끄러져 나가는 한 척의 배. 벤처기업은 신대륙을 찾아 떠나는 돛단배다. 돌풍에 휩싸이면 파선할 수도 있다. 대신 파고를 견뎌 신대륙을 찾으면 엄청난 금과 향료를 구하게 된다.이들 기업에 돈을 대는 벤처캐피털도 모험을 감수하기는 마찬가지. 벤처캐피털 초창기인 1980년대에는 상당수 벤처캐피털이 중소기업에 의욕적으로 투자했다가 거덜이 날 뻔했다. 부도를 내는 기업이 많았기 때문. 몇몇 벤처캐피털은 투자기업의 20%가량이 문을 닫거나 부도를 내 곤욕을 치르고 있다. 어찌보면 당연한 일. 따라서 위험을 줄이는 게 중요하다. 그것이 경영의 핵심목표일 수도 있다.이런 면에서 우리기술투자(대표 곽성신·50)는 독특한 벤처캐피털이다. 실패사례가 거의 없기 때문이다. 60개사에 투자중이지만 조업을 중단한 업체는 1개사에 불과하다. 그러면서 큰 이익을 올리고 있다. 지난해 87억원의 당기순이익을 냈다. 올 1/4분기에 거둔 당기순이익은 1백24억원에 이른다. 투자회수기업에 대한 수익률이 연복리로 4백47%에 이른다. 주주에 대한 수익률은 연복리로 81%. 기록적인 수치다.투자업체는 인터넷경매업체 옥션, 검색용 소프트웨어업체 쓰리소프트, 의료기기업체 자원메디칼, 전자상거래업체 메타랜드, 인터넷포털서비스업체 지식발전소 등.서울대 상대, 하버드대 경영대학원 출신의 곽성신 사장이 이끌고 있다. 팀장은 이승도 김은섭 김정민 정만희씨 등 4명. 이들은 평균 투자경력이 10년이 넘는 베테랑들이다. 이 회사는 개인의 역할을 중시한다. 업체를 발굴하고 분석하는 등 투자관련 일의 80% 가량을 개인이 소화한다. 마지막 단계에서는 집단토론을 한다. 개인심사역이 미처 발견하지 못한 위험을 찾기 위한 것. 기술은 뛰어난데 산업 전망이 밝지 않다든지, 경영자 성품에 대한 평판이 좋지 않다든지 하는 것들이다. 2주 이내에 투자여부를 결정한다. 현대 기업경영의 핵심이 스피드이기 때문. 투자를 통해 이익을 낸 경우 직원에게 인센티브를 준다. 이 과정은 두 가지로 나뉜다. 해당 기업의 발굴 분석 사후관리 책임자를 파악해 이들에게 기여도에 따라 분배한다. 도중에 마찰이 생기지 않도록 분배비율을 아예 문서화해 놓고 있다. 또 하나의 인센티브는 투자심사역 개인에 대한 별도의 인센티브다. 자사가 운용하는 투자조합의 출자회사에 개인들이 동반투자하는 등 수익과 위험을 공유하고 있다.곽성신 사장은 전남 장성 출신으로 광주일고를 거쳐 서울대 경영학과를 다녔다. 3학년때 공인회계사 시험에 합격했다. 그후 한국개발투자금융(지금의 TG벤처)에 입사해 벤처업무를 다뤘다. 하버드대 경영대학원에서의 연수는 벤처캐피털 사업에 대한 안목을 넓혀주는 계기가 됐다. 그곳에서 케이스스터디 중심의 공부를 하면서 기업에 대한 분석 심사 투자기법 의사결정과정에 대해 공부했다. 귀국 후 회사에 복귀했다가 96년 우리기술투자 설립시 사장으로 영입된 것. 우리기술투자는 신성이엔지 디아이를 비롯한 반도체장비업체들이 후배 벤처기업인 육성을 위해 만든 기업.◆ 1/4분기 당기순이익 1백24억원사장직을 수락한 것은 대기업에 종속된 벤처캐피털이 아니어서 독립적인 운영이 가능하다고 판단한데 따른 것. 시작 당시 자본금은 1백20억원이었다. 인원을 최소화하고 전문분야에 집중투자하는 것을 주요 전략으로 삼았다. 사람이 많으면 간접비용 부담이 크기 때문. 지금도 12명의 정예요원으로 꾸려가고 있다. 전문분야 투자는 아는 분야에 투자해야 실패가 적다는 논리 때문. 그렇다고 소액분산투자만을 했던 것은 아니다. 초창기에 어필텔레콤에 가용재원의 20%에 가까운 금액을 투자한 게 이를 반증한다. 이 회사에 대한 투자는 1년만에 80%의 수익을 올려 재투자재원을 마련하는데 큰 힘이 됐다. 지금은 자본잉여금 순이익 조합자금을 합쳐 가용재원만 5백억원을 확보하고 있으며 투자기업에 대한 이익을 실현하면 하반기에는 가용재원이 9백억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곽성신 사장은 “벤처캐피털의 임무는 보석을 찾는 것이지만 이에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실패를 줄이는 일”이라고 말한다. 이를 위해 반도체 정보통신분야에 특화시켰다고 설명한다. 그는 “해당 산업의 전망을 가장 중시하고 다음으로 기업의 경쟁력 경영자의 자질 등을 살핀다”고 말한다.그는 정보통신에 이어 생명공학이 유망산업으로 떠오를 것으로 보고 1백억원 규모의 생명공학 펀드를 만들었다. 중진공 자원메디칼 등이 공동 출자했다. 바이오 분야의 기존 제조업체와 새로 창업하는 벤처기업에 대해집중 투자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서강대 대학원 생명과학과를 나와 태평양중앙연구소에서 근무했던 조영국씨를 팀장으로 영입하는 등 전문인력으로 바이오팀을 구성했다. 이 회사는 최근 의약품용 단백질업체인 알진텍에 5억원을 투자했고 원료의약품업체인 에스텍에 20억원을 대기로 하는 등 적극적인 출자에 나서고 있다. (02)508-774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