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권 철저히 분석, 신세대 주부 겨냥 ‘중저가 아동복점’ 창업 … 유행 따라잡는 패션감각 필수

‘가격은 시장, 품질은 백화점.’ 서울시 중곡동에서 아동복 할인점 ‘미니월드’를 운영하고 있는 박은경 사장(36)의 창업 슬로건이다. 서민들이 대부분인 지역 특성과 재래시장 입구라는 입지 조건을 감안, ‘가격은 낮게, 품질은 높게’라는 원칙을 세운 것. 덕분에 창업 2개월여가 지난 지금엔 주변에서 가장 높은 매출을 기록하는 점포로 자리를 잡고 있다.“자매를 키우다 보니 아이들 옷에 관심이 많았어요. 하지만 유명 브랜드는 어른 옷보다 비싸고 동네 시장에서 사 입히자니 품질이 뒤떨어져 항상 불만이었죠. 품질이 좋되 가격이 싼 아동복이라면 충분히 히트를 칠 수 있다고 믿었습니다.”박사장은 점포를 먼저 얻은 다음 업종을 선택한 케이스. 지난해부터 점찍어 두었던 점포가 권리금없는 임대물건으로 나온 걸 보고 ‘일단 얻어놓고 보자’는 심산으로 계약을 서둘렀다. 중곡동에서 가장 큰 재래시장인 중곡제일시장 진입로에 있어 유동인구가 많고 특히 주부들의 왕래가 잦다는게 마음에 들었다. 비록 소규모 상권에 ‘없는게 없는’ 재래시장 근처지만 주부층을 겨냥한 틈새업종이라면 좋은 성과를 얻을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었다.◆ 유아용품·액세서리도 함께 진열임차계약 후 창업 아이템을 물색하기 시작했다. 주변 상권을 분석한 결과 숙녀복, 캐주얼의류점은 많지만 중저가 아동복 전문점이 없다는 결론이 나왔다.먼저 원칙을 정했다. ‘디자인과 품질이 유명 브랜드 못지 않지만 가격은 시장 제품과 경쟁이 될 만큼 낮은 선일 것.’ 마침 의류업에 종사하는 친지가 박사장이 세운 원칙에 부합하는 아동복 할인점 체인을 소개, 지난 5월 창업에 이르렀다.박사장은 이번이 두번째 창업이다. 7년전 송파구 풍납동에서 완구점을 시작했다가 1년만에 문을 닫은 아픈 경험이 있다. 학교 앞이면 무조건 되는 줄 알고 무턱대고 덤빈 것이 문제였다.“상권이나 점포 입지 분석은 생각지도 못했죠. 막상 개업하고 보니 근처에 완구도매상가가 성업중이더군요. 준비없는 창업이 어떤 결과를 가져오는지 똑똑히 알았으니 수업료 치곤 대단히 비싸게 치른 셈이지요.”실패를 거울 삼아 이번엔 신중에 신중을 기울였다는 설명이다. 박사장의 점포에는 갓난아기부터 13세 어린이가 입을 수 있는 옷과 신발, 각종 액세서리가 구비돼 있다. 본사에서 자체 생산한 초등학생용 의류를 공급받고 나머지 유아용품이나 액세서리 등은 박사장이 남대문·동대문 새벽시장에서 직접 들여 온다. 일주일에 한두번씩 디스플레이를 변경하고 신상품을 채워넣는다.박사장이 가장 바쁜 시간은 오후 5시부터 저녁 8시까지. 저녁 반찬거리를 사러 나온 주부들과 퇴근길 직장인들이 한꺼번에 몰아 닥치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상품이 5천원에서 3만원선이라 주머니가 가벼운 고객들도 부담없이 쇼핑한다.“저렴한 비용으로 고급 아동복을 샀다는 만족감을 안겨 줍니다. 얼굴을 익힌 단골고객에게는 헤어밴드 같은 액세서리를 증정해 친밀감을 더하지요. 어느새 개인적인 문제까지 의논하는 고객들도 생긴걸요.”박사장은 오랫동안 보험설계사, 텔레마케터로 일한 덕분에 고객응대 만큼은 일가견이 있다. 동네 주부들 사이에선 ‘싸고 좋은 옷 많다더라’는 소문이 나 꾸준히 고객 수가 증가하고 있는 상태다.◆ 브랜드옷 싸게 공급, 신세대 주부 인기박사장은 총 4천6백만원을 창업비용으로 투자했다. 8평짜리 점포의 임대보증금이 1천7백만원, 초도물품비와 인테리어비 등으로 2천7백만원을 지출했다. 그동안 모아 두었던 저축을 털고 신용보증기금의 창업자금 대출도 받았다.하루 방문 고객은 평균 40~50명선. 하루 평균 40만원의 매출을 올린다. 지난달에는 1천2백여만원의 총매출 중에서 4백만원의 순이익을 남겼다.실속을 중요시하는 요즘 주부들은 ‘할인점’에 이끌리는 경향이 강하다. 이 사업 역시 백화점이나 유명 아동복 브랜드의 40~50% 값에 비슷한 품질의 상품을 공급, 신세대 주부들로부터 인기를 끌고 있다.적당한 입지는 저연령층 어린이가 많은 중소형 아파트 밀집지역과 주거밀집지 대로변. 박사장의 경우처럼 시장 제품과의 경쟁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는 재래시장 인근도 좋다.이 사업은 의류사업의 일종이기 때문에 패션 감각이 필수다. 유행상품이나 신상품 동향을 빨리 파악, 고객 요구에 맞추려면 남보다 패션에 대한 안목이 뛰어나야 한다는 것. 또 추가 구매를 유도할 수 있는 모자, 양말, 가방, 액세서리 등을 구비하면 디스플레이와 매출 증대 효과를 동시에 볼 수 있다.고가의 유명 브랜드가 점할 수 없는 서민 수요층을 겨냥하는 ‘고품질 저가격’ 아동복 시장은 실용적인 소비 성향이 강해지는 추세에 따라 지속 성장할 전망이다. 또 비교적 경기를 타지 않아 수익이 안정적이라는 장점이 있다. (02)592-64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