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금융의 ‘첨병’ 종합금융사들이 백척간두에 섰다. 벼랑밑으로 떨어지든지, 아니면 밧줄이라도 긴급히 마련해야 하는 시점이다. 밧줄을 마련해도 곧 ‘예금부분보장제’라는 적군이 몰아닥칠 예정이어서 살길이 있을지는 미지수.21일 금융감독원은 일단 종금사들의 ‘살생부’인 국제결제은행(BIS)기준 자기자본비율을 발표했다. BIS 8% 이하인 부실종금사를 가려내 적기시정조치를 부과한 후 이를 따르지 못하면 아예 정부산하 금융기관으로 만들겠다는 것.여기에는 현재 영업중인 8개 종금사중 한스종금과 한국종금 중앙종금 등 3곳이 지적됐다. 나머지도 BIS 기준을 넘기는 했지만 한시도 방심할 수 없다. 정부의 BIS 발표로 이제 종금권은 생사여부를 결정짓는 숨가쁜‘생존게임’을 시작하게 됐다.◆ 부실종금사 대책이번 발표에서 눈길을 끈 것은 중앙종금. 신자산분류기준(FLC)을 적용하면 BIS비율이 4%대로 떨어질 것으로 예상됐으나 7.26%로 나왔다. 일단 8%대에 못미쳐 정부로부터 적기시정조치로 경영개선 권고를 받게 된다.그러나 이날 중앙종금은 정부발표에 맞춰 경영정상화 방안을 발표했다. 중앙종금은 감자후 증자라는 극약을 썼다. 대주주는 5대1, 소액주주는 2대1로 감자(총 감자규모 1천8백14억원)한다. 증자금액은 5백억원이며 이렇게 하면 BIS비율이 2%포인트 상승, 9%가 된다. 증자대금 납입 완료일은 내달 31일이다.현금출자(3백억원)에는 의료기기업체 메디슨(2백억원), 윈드호스트캐피탈(독일계펀드. 50억원), 넷컴스토리지(20억원), 중앙종금의 2대주주인 코리아캐피탈(대주주 김석기. 15억원). 최창걸(15억원)이 참여키로 했다. 나머지 2백억원은 김사장이 보유하고 있는 후순위전환사채(CB)가 출자전환된다.한국종금의 경우 대주주(약22%)인 하나은행의 결단에 따라 앞으로 갈길이 달라진다. 한국종금은 BIS비율이 2.83%로 나와 경영개선 요구를 받았다. 하나은행이 증자하면 살고 그렇지 않으면 예금보험공사행이다.김종열 기획담당 상무는 “당초 5%대로 예상했던 것에 비해 턱없이 낮게 나왔다”며 “금융당국, 하나은행 대주주인 알리안츠AG와 논의한 후 한국종금 처리방안을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일단 돌아가는 사정을 보자는 얘기다.스위스계 은행 컨소시엄이 지난4월 인수한 한스종금은 대주주가 증자를 포기한 상태에서 BIS비율이 -4.39%가 나와 공적자금 투입후 예보 자회사행이 결정됐다.◆ 나머지 종금사의 향방한불 리젠트 동양 현대울산 금호 등 5개 종금사는 BIS비율 8%는 겨우 넘겼지만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나라, 영남, 한스종금 등 중견 종금사들이 잇따라 퇴출되거나 영업정지를 당하면서 종금권 전체가 기반을 잃고 있다.여기다 내년 1월1일부터 시행될 예금부분보장제(2천만원까지만 보장)도 예금인출을 부추기고 있는 상황이다. 종금권 예금은 지난 5월말 한국종금 유동성 위기 후 한달반만에 약 2조원 이상이 빠져나가 지난 18일 현재 수신잔액은 8조9천억원을 기록하고 있다.종금사들의 요구는 두가지. 독자생존을 모색하되 ‘종합금융’이란 이름을 버리고 새롭게 출발할 수 있도록 업종명이나마 바꿀 수 있게 되길 바라고 있다.리젠트와 동양종금은 기존 기업어음(CP)할인업무에서 탈피, 수익증권투자 및 기업인수합병(M&A)중개 등 틈새시장을 개발한다는 전략이며 ‘투자은행’이란 이름을 붙이고 싶어한다.나머지 요구 한가지는 예금자보호 한도확대다. 특히 은행파업 협상과정에서 정부가 “부분보장제와 관련, 시장 상황을 계속 지켜보겠다”고 밝힌 부분에 마지막 희망을 걸고 있다. 종금의 경우 2천만원 이하 예금자(금액기준)비율이 1.25%에 불과한데도 은행과 똑같은 기준을 적용해 예금자 이탈을 부추기고 있다는 주장이다. 종금사의 경우는 보호한도가 최소 2억원은 돼야 한다고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