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기관이란 불특정 다수인으로부터 돈을 예탁받아 필요한 사람들에게 이자를 받고 빌려 주거나 주식이나 채권 등에 투자, 이익을 남겨 예탁한 사람들에게 되돌려 주는 기능을 주로 한다. 따라서 금융기관이 고객들로부터 예탁받은 돈을 건전하게 운용하지 않으면 수많은 사람들이 피해를 볼 수가 있고, 그런 측면에서 정부는 금융기관에 대해 여러가지 감독기준을 만들어 철저히 감시하고 있는 것이다.그 가운데 하나가 자산건전성 분류 및 대손충당금 적립제도다. 다시 말하면 은행이 대출해준 돈을 떼일 염려는 없는지를 따져 보고, 만약 얼마라도 회수할 수 없는 가능성이 있다면 그럴 때에 대비해 별도의 자금(대손충당금)을 적립해 두도록 하는 것이다. 그래야만 은행이 빌려준 돈을 받지 못하더라도 예금자에게는 안전하게 되돌려 줄 수 있기 때문이다.금융감독원은 지난 99년말부터 은행감독규정을 고쳐 새로운 자산건전성분류기준(FLC·Forward Looking Criteria)을 적용해왔다. 금감원은 지난 6월말부터 종금사에도 이 기준을 적용하고, 하반기중에는 보험회사들에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물론 그 이전에도 그같은 감독기준은 있었지만 FLC는 종전기준에 비해 강화된 내용을 담고 있다. 가장 크게 달라진 것은 종래의 기준은 주로 대출금의 연체기간을 기준으로 분류해 왔었다. 예컨대 대출금상환이 연체되지 않은 것은 ‘정상’여신으로 분류하고, 1개월 이상 3개월 미만 연체는 ‘요주의’, 3개월 이상 연체는 ‘고정’, 고정으로 분류된 것 가운데 12개월 미만 연체는 ‘회수의문’, 고정으로 분류된 것 가운데 12개월 이상 연체는 ‘추정손실’로 분류했었다. 그런데 FLC에서는 연체기간뿐만 아니라 채무자의 채무상환 능력, 부도여부 등을 추가로 검토하도록 돼 있다.또 금융기관 여신분류가 정상·요주의·고정·회수의문·추정손실 등 5단계로 나눠지고, 그같은 자산의 건전성 분류에 따라 대손충당금 적립비율은 정상 0.5%, 요주의 2%, 고정 20%, 회수의문 50%, 추정손실 1백%로 재조정됐다. 종래의 적립비율 가운데 회수의문 여신의 비율만 종래의 75%에서 50%로 낮춰졌다. 이는 분류기준 자체가 강화돼 충당금 적립부담이 늘어나 회수의문 여신의 비율을 낮췄다는 게 정부의 설명이다. 충당금 적립비율이 높아지면 예금자 보호는 그만큼 강화된 것이긴 하지만 은행 입장에서 보면 그만큼 대출재원이 묶여 자금운용의 부담으로 작용한다.물론 이 감독기준은 모든 은행이 그대로 시행하기에는 여러가지 미흡한 점이 많다. 따라서 금감원이 규정한 기준은 사실상 금융기관들이 지켜야 할 최소한의 기준이고, 세부기준은 금감원의 기준을 충족시키는 범위내에서 금융기관별로 자체적으로 만들어 적용하도록 하고 있다.자산건전성 분류기준을 강화하게 된 것은 기본적으로 금융기관 건전화 유도라는 목적을 갖고 있다. 그동안의 담보 및 대기업 위주의 여신관행에서 탈피하여 여신심사 및 사후관리기능을 선진화하도록 하자는 것이다. 특히 자산관리를 강화함으로써 금융기관의 수지를 개선하고 경영의 조기정상화를 가능케 한다는 목적도 갖고 있다. 그러나 실무적으로는 외환위기 때 IMF(국제통화기금)에 약속한 사항의 이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