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70년대 미국 사우스 캐롤라이나. 영국과 프랑스 식민지 전쟁에서 뛰어난 전사였던 벤자민 마틴(멜 깁슨)은 전쟁이 끝나고 고향으로 돌아온다. 그는 피로 얼룩진 자신의 과거를 뒤로 하고 평화로운 미래를 꿈꾸며 아이들과 행복한 나날을 보낸다. 그도 잠시, 얼마 지나지 않아 또 다시 전쟁의 총성은 미 대륙을 뒤덮는다. 식민지 개척자들이 자신들의 조국인 영국 정부에 대항해 독립을 위한 혁명을 시작한 것이다.그러던 중 악명 높은 테빙턴 대령이 이끄는 영국 군대가 벤자민의 농장까지 들이닥쳐 피신해 있던 벤자민의 장남 가브리엘을 체포하고, 이를 말리던 둘째 아들을 무자비하게 죽여버린다. 가장 소중한 것을 잃어버린 벤자민은 복수의 화신으로 변신, 돌아가는 영국군대를 전멸시키고 미국 독립 전쟁의 포화 한가운데에 서게 된다.<패트리어트 designtimesp=20019>를 만든 롤랜드 에머리히는 할리우드 상업 영화의 조리법을 알고 있는 감독이다. 전작 <인디펜던스 데이 designtimesp=20020>나 <고질라 designtimesp=20021>에서처럼 그는 사람들의 관심을 끌만한 이야기라는 재료를 일급 요리사를 동원해 조리한 뒤 화려한 볼거리로 치장해 관객에게 내놓는다. 수저를 들기 전까지는 상당히 먹음직스러워 보이지만, 막상 수저를 들면 뭔가 간이 맞지 않는다는 생각을 지우기 힘들다.신작 <패트리어트 designtimesp=20024> 역시 미국 독립 전쟁이라는 ‘무언가 있을 법한’ 이야기에다 초특급 배우 멜 깁슨, 화려한 의상과 막대한 물량의 세트 그리고 박진감 넘치는 전투 장면 등으로 풍성하게 장식했다.영화에서 아무 것도 바라지 않고 두시간 동안 화려한 볼거리에 현혹되기를 원하는 관객이라면 6천원의 교환 가치는 충분히 있는 것이다.하지만 <패트리어트 designtimesp=20029>에서 이야기를 원한다면 상황은 달라진다. 감독의 고질병으로 지적되어 왔던 허술한 이야기는 이번 영화에서도 여지없이 드러난다.앞 이야기 단락은 뒷 단락에 동기를 부여하지 못해 전체적인 밀도감을 떨어뜨리고, 계속 비슷한 이야기가 반복 나열돼 지루함을 준다. 또한 마치 전지 전능한 예언자가 된 듯 영화를 보며 다음 장면을 맞힐 수 있을 정도로 전개가 상투적이다.이 영화가 관객에게 베푸는 미덕은 거부할 수 없을 정도로 매력적인 멜 깁슨의 연기다. 아들을 잃고 오열하는 멜 깁슨의 연기는 이제 원숙함을 넘어서 어느 경지에 오른 것처럼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