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약분업 실시로 시장점유율 늘고 수익 개선될듯 … 녹십자·동아제약 등 투자유망

의사는 처방, 약사는 조제라는 의약분업의 시행은 1963년 약사법 전문 개정 시에 의약분업의 실시에 대한 원칙을 명기한 후 의사, 약사의 이해관계로 실시를 미루어 오다가 37년이 지난 지금도 난항을 거듭하고 있다. 당초에는 2000년7월1일부터 의약분업을 전면적으로 실시할 예정이었으나 7월 한달간 계도기간을 거친 후 8월부터 전면 실시할 예정이다.그러면 의약품 유통구조의 획기적인 조치라 할 수 있는 의약분업 시행안의 주요 내용과 실시에 따른 제약산업의 영향에 대해서 알아보고자 한다.◆ 대체·임의조제가 의약분업의 쟁점먼저 과거 의약분업이 실시되기 전에는 다음과 같은 문제점이 있었다. 첫째, 약사가 고용돼 있는 의료기관에서는 의사의 처방전에 대한 약사의 검토, 견제 기능이 부족, 의약품 남용의 소지가 있었다.둘째, 소비자가 항생제, 스테로이드제, 습관성의약품 등 의사의 진단, 처방이 필요한 전문의약품을 자유롭게 약국에서 구매함에 따라 한국의 페니실린(항생제)내성률(균이 소멸되지 않을 확률)이 70~77%로 세계 최고 수준이며 의약품의 위험에 과다하게 노출되었다.셋째, 미국, 영국 등에서는 응급환자나 입원환자에게만 주사제를 사용하는데 반해 한국의 주사제 처방빈도는 56.6%로 WHO(세계보건기구)의 주사제 처방 권장치 17.2%에 비해 3배 이상 높은 수준이다. 넷째, 처방료, 조제료가 현실화되어 있지 않아 국민의료비중 약제비가 차지하는 비율이 31.1%로 미국 11.3%, 영국 16.4%에 비해 높은 수준이다.의약분업 시행안의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다.먼저 의약품(2만7천9백62품목)을 전문의약품(1만7천1백87품목)과 일반의약품(1만7백75품목)으로 구분하여 전문의약품만을 의약분업의 대상으로 한다는 것이다. 전문의약품 중 주사제는 대부분이 제외되었다. 대상기관은 보건소와 보건지소를 포함한 모든 의료기관이며 모든 의료기관에서 외래 처방전은 반드시 병원외 즉 약국에서 발행하도록 했다. 처방전의 기재 방법은 일반명 또는 상품명을 병용하도록 했다.또한 의사와 약사집단 사이의 핵심 쟁점 사항인 약사의 대체조제와 임의조제는 개정 약사법에서는 의사가 처방한 의약품에 대해서는 의사의 동의없이 다른 의약품으로 대체해 조제할 수 없다고 규정, 약사의 대체조제를 금지시켰다. 또 약사의 일반약 낱알 판매 조항(약사법 39조 2항)을 삭제, 사실상 임의조제를 금지시켰다.이같은 내용으로 의약분업이 실시됨에 따라 국내 제약산업은 다음과 같은 영향을 받을 것이다. 첫째, 환자의 진찰비용과 교통비용, 병원대기비용 등의 증가와 의사의 처방전 공개에 따라 의약품의 수요가 7~30% 감소할 전망이다. 따라서 의약품 생산액도 99년 6%증가에서 2000년에는 3.2% 증가로 증가율이 축소되며 의약분업이 본격화되는 2001년에는 0.7%로 현저히 둔화될 것으로 보인다.둘째, 이러한 의약품 수요의 감소에도 불구하고 상장제약사 특히 매출액 상위 10개사의 매출비중은 오히려 증가할 전망이다. 그 이유는 의사의 처방전 공개 및 상품명 처방의 증가로 의사의 입장에서는 상대적으로 지명도가 있는 회사의 제품이나 특허의약품을 처방할 가능성이 높고 약사의 입장에서도 그러한 제품을 권유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지명도가 높고 특허의약품을 많이 보유한 외자계 제약사 및 대형제약사의 매출은 상대적으로 증가할 전망이다.◆ 매출 상위 10사 매출 비중, 2001년 42.3% 증가또한 99년11월 실시된 실거래가 상환제(보험약품의 가격산정을 제약회사가 실제 납품하는 가격으로 산정)로 의약품의 과다한 할인, 할증이 감소하고 있으며 저가 원료를 바탕으로 한 가격경쟁력에 힘입어 성장한 중소형 제약사의 입지는 약화되는 반면 대형제약사 및 외자계제약사의 수익성은 더욱 개선될 전망이다.의약품 매출이 있는 96개 제약사 중 매출 상위 20사의 매출 비중은 96년 59.5%에서 99년 60.4%로 증가하였다. 특히 매출 상위 10사의 매출비중은 96년 37.2%에서 99년 40.9%로 늘었으며 2001년에는 42.3%로 증가할 전망이다. 수익성 측면에서도 매출 상위 20사의 영업이익 비중이 96년 56.7%에서 99년 57.5%로 증가했다. 매출 상위 10사의 영업이익 비중은 96년 34.9%에서 99년 43.0%로 늘었는데 의약분업이 본격화되는 2001년에는 그 비중이 44.5%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의약분업의 실시와 실거래가 상환제에 따라 외자계 제약사 및 대형제약사의 시장점유율은 더욱 늘어나고 수익성도 개선될 전망이다.그리고 의약품 재분류 결과에 따라 전문의약품성 약품이 일반의약품으로 분류되는 제품을 가진 제약사도 유리해진다. 대웅제약의 미란타 베아겔 베아제, 동아제약의 써큐란, 부광약품의 훼로바 레가론, 유한양행의 알마겔, 일양약품의 노루모, 종근당의 젤콤 아스피린 펜잘, 중외제약의 훼럼 등이 전문의약품이면서 일반의약품으로 분류돼 매출증가가 예상된다. 또한 대웅제약의 우루사, 동아제약의 박카스 암씨롱, 동화약품의 활명수 판콜 홈키파, 삼진제약의 게보린, 유한양행의 그랑페롤 삐콤씨 콘텍600 , 일양약품의 원비F, 종근당의 속청 자황, 중외제약의 화콜, 한미약품의 세세 메디락베베 등 대형제약사의 지명도있는 제품들도 일반의약품으로 분류돼 의약분업의 영향을 받지 않게 됐다.개별 기업으로는 국내 제약사 중 지명도가 있고 신약개발력이 있는 녹십자, 동아제약, 대웅제약, 유한양행 등이 성장 가능성이 높다.◆ 녹십자 백신, 분업 예외품목 경쟁력 있어녹십자는 주력제품인 백신과 진단시약이 의약분업 예외품목으로 경쟁력이 있다. 또 독일의 라인바이오텍과 제휴해 백신부문에서 세계시장 진출 가능성이 높다.동아제약의 경우 주력품목인 박카스가 인지도가 높아 약국영업에서 강점을 갖고 있으며 항진균제의 세계판매권 이전가능성과 함께 에이즈백신을 개발중인 점에서 잠재력이 있다. 대웅제약은 주력품목인 우루사 미란타가 일반의약품으로 분류돼 매출성장이 예상되며 바이오의약품인 EGF(족부궤양치료제)의 상품화가 임박했다.유한양행은 한국크로락스의 살충제 판매계약으로 매출증대가 기대되며 현재 개발중인 위궤양치료제의 기술수출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투자대상으로 관심을 가질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