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대학연합체 등 17개 사이버대학 내년 3월 개교 준비 한창 … 대학간 물밑경쟁 가속

경기도 반월공단의 TV부품 생산업체에 다니는 김주임은 가정형편상 대학을 가지 못했다. 지금은 여유가 생겨 대학의 꿈을 꿔보지만 시간이 없다는 점이 다시 발목을 잡는다. 그런 김주임이 요즘 콧노래를 부르고 있다. 내년부터는 큰돈 들이지 않고서도 인터넷을 통해 편리하게 학위를 딸 수 있는 길이 열리기 때문이다.오프라인 정규대학에 가지 않고도 학위를 받을 수 있는 시대가 열린다. 내년부터 인터넷으로 학사 학위나 전문학사 학위를 제공하는 사이버대학과 회사 내에서도 정식 학위를 받을 수 있는 사내대학이 등장해 본격적인 사이버교육 시대가 시작된 것이다. 이에 그동안 시간적, 경제적 여유가 없어 대학에 진학하지 못한 근로자들이나 새로운 학위를 받고자하는 일반인들에게 교육의 기회가 대폭 확대될 것으로 기대된다.현재 사이버대학 개교를 준비하고 있는 곳은 사내대학을 포함해 모두 17곳. 이 가운데 기존 4년제 대학들이 연합해 설립한 사이버대학이 주목받고 있다. 성균관대 주도로 14개 대학이 참여한 열린사이버대학(OCU), 명지대 연세대 등 36개 대학이 모인 한국싸이버대학(KCU), 고려대 숭실대 등 7개 대학과 삼성SDS 등 기업들로 구성된 한국디지털대학(KDU), 동아대 창원대 등 11개 대학이 만든 서울디지털대학(SDU) 등이다.대학 단독으로 설립한 학교도 있다. 경희대(경희사이버대학), 국민대(국민사이버디자인대학), 동서대(동서사이버대학), 세종대(세종원격대학), 한국산업기술대(사이버산업기술대학), 한성신학교(세계원격대학), 경북외국어테크노대학(경북사이버대학) 등이다. 이외 민간법인으로 캠퍼스21(사이버문화예술대학), 한국인터넷방송(아시아사이버대학), 보광씨앤씨(오리엔트사이버대학) 등이 설립 인가를 기다리고 있다. 사내대학은 삼성전자가 지난해 설립한 삼성반도체공과대학이 학위 인정을 신청해 놓고 있다. (표 참조)교육부는 지난 6월말 사이버대학 설치계획서를 접수하고 심사에 들어간 상태다. 교육부는 11월말 사이버대학 설치 인가를 최종 확정할 계획이다. 인가받은 학교는 내년 3월1일 개교한다. 교육부 평생교육국 평생학습정책과 정관수 사무관은 “심사는 법령에 근거해서 심사위원회가 정한 기준에 따라 결정될 것”이라며 “설치 계획서 요강에 2년간의 원격교육 운영경험을 제시한 만큼 이 부분이 강조될 것”이라고 말했다◆ 대학 네트워크 큰 자랑…대학연합체사이버대학 인가를 받기 위한 대학간 물밑경쟁이 치열한 가운데 각 대학마다 ‘사이버’에 걸맞은 새로운 학과를 신설하는 등 차별화 전략 짜기에 한창이다.한국싸이버대학(KCU)은 36개 대학이 뭉쳤다. 신설학과는 온라인실용영어, 법학, 벤처경영, 정보통신, 디지털미디어디자인학과 등으로 모집정원은 과별로 3백명이다. 등록금은 한 학기당 70만원으로 책정했다. KCU에는 보령제약, SK텔레콤, 디지틀조선일보 등이 협력업체로 참여했다.서울디지털대학(SDU)은 법학, 경영, 국제, 정보학과 등 4개학과에 각각 2백명씩 모집한다. 등록금은 한 학기당 50만원을 받기로 했다. SDU는 향후에 인터넷 관련 게임, 디자인 등 학과를 추가 개설할 계획이다. 방승조 SDU 사무국장은 재학생을 포함해 일반 상업고등학교, 정보고등학교, 직장인 등을 대상으로 수강생을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SDU에는 현재 11개 대학외에 꽃동네현도사회복지대, 삼척대, 한동대, 세명대, 동해대, 대전산업대, 덕성여대, 한라대, 탐라대 등이 추가로 합류할 예정이다.열린사이버대학(OCU)도 인터넷콘텐츠, 인터넷경영, 컴퓨터디자인, 인터넷어학부 등 학부제로 먼저 구성하고 향후 세부 학과를 설치할 계획이다. 모집정원은 학부별 2백명이며, 등록금은 학기당 1백만원으로 책정했다.한국디지털대학(KDU)은 참여대학들의 자체 강좌를 배제하고 신설학과를 중심으로 운영되는 점을 특징으로 내세웠다. KDU는 양질의 콘텐츠를 위해 교수와 온라인 전문가들과 함께 콘텐츠를 개발할 방침이다. 이 대학은 교육서비스외에 KDU 산하 벤처기업을 설립해 교육솔루션 판매에도 나설 계획이다. KDU는 e-비즈, e-IT, e-미디어, e-Edu, e-SC, e-Lang학부 등 6개 학부 8개 학과에 총 6천명을 모집한다. 입학금은 6만원이고 등록금은 학점당 4만원이다.한편 교육부가 제시한 설치 요강에 대해 사이버대학을 오프라인 대학 제도에 맞추려는 경향이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고려대 사회교육원 신준영 원장은 “사이버대학이 오프라인 대학의 연장선이 돼서는 곤란하다. 개방성과 유연성이라는 사이버대학의 특성을 최대한 살릴 수 있는 제도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인터뷰 / 신준용 한국디지털대학 사무국장(고려대 사회교육원 원장)“사이버대학은 교육개혁 모멘텀”신준용(54) 고려대 사회교육원 원장은 사이버대학에 거는 기대가 크다. 신원장은 지난 5월 고려대 등 7개 대학이 참여해 설립된 한국디지털대학 사무국장을 맡아 인가 준비에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사이버대학은 시공간의 제약을 받지 않고 누구나 언제 어디서나 교육받을 수 있습니다. 오프라인 대학교육은 폐쇄공간에서 비밀스럽게 이뤄지기때문에 교육의 질을 비교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사이버상에서는 강의 내용이 오픈돼 비교가 가능합니다. 결국 콘텐츠(강의내용)가 부실하면 버텨낼 수 없는 구조입니다.”신원장은 사이버대학에서의 투명한 교육이 오프라인 대학으로 확대될 수 있다고 기대한다. 사이버대학에서는 양질의 교육서비스가 중요하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경쟁이 일어난다는 것. 이 경쟁이 오프라인으로 확대돼 교육 전체의 질을 높일 수 있다는 것이다. 신원장은 그래서 사이버대학이 교육개혁의 견인차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결국 사이버 대학이 교육개혁의 모멘텀이 될 수 있다는 것이죠. 하지만 제대로 시작하기 않으면 오히려 많은 문제를 발생시킬 수 도 있습니다.”그는 사이버대학이 오프라인 교육의 연장이 아닌 열린 교육이라고 강조하면서 “미래 지향적인 교육제도로 틀을 잡아가야 한다. 현재 교육부의 사이버대학의 요강은 오프라인과 별반 차이가 없으며 사이버대학은 학생 스스로 공부가 가능한 유연성을 제공해야 한다 ”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