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능·효험 ‘탁월’ … 하루 생산 50여만개, ‘양계 선진국’ 견인

요즘 달걀은 1개에 1백원도 채 안 될 만큼 값싼 식품중 하나다. 양계 농가에서 ‘수지가 안 맞는다’는 말이 나오는 것도 당연하다.그러나 달걀을 흔한 반찬거리나 간식 정도로 과소평가해서는 안 된다. 달걀에는 생명체 탄생에 필요한 모든 인자들이 함축돼있다. 그 자체로도 완전식품이라 할 수 있다.더구나 달걀이 첨단 가공기술로 고부가가치의 영양식품과 첨단 의약품으로 변신될 수 있다는 것이 양계 선진국에서 입증되고 있다. 고작 1백원짜리 달걀이 값을 매길 수 없는 ‘황금알’로 바뀔 수 있다는 얘기다. 이 때문에 양계 선진국을 중심으로 달걀을 이용한 산업은 첨단 바이오 산업으로 부각되고 있다.최근 국내에서도 달걀을 이용한 바이오 산업이 ‘부화’됐다. 경기도 포천에 있는 가농바이오(주)(대표 유재흥)가 ‘달걀바이오’ 벤처를 선언하고 나선 것이다. 이 회사의 자체 양계장인 가산농장에는 무려 70만마리가 넘는 닭이 있다. 하루에 생산되는 달걀만 50여만개다.가농의 달걀은 겉보기엔 여느 양계장에서 생산되는 달걀과 크게 다르지 않다. 그러나 그 기능과 효험은 상상을 초월한다. 이 회사가 개발, 시판을 앞두고 있는 위염을 예방하는 ‘항위염 달걀’을 비롯, 충치를 막는 ‘특정면역항체(IgY) 달걀’ 등은 이미 식품이라기보다 바이오 상품에 가깝다.“달걀 가공산업은 ‘저비용 고효율’의 고부가가치 산업”이라는게 이 회사 관리사업본부장인 유재국 이사의 설명이다. 제약, 화장품, 식품 등의 원료로도 사용되는 등 달걀의 쓰임새도 무궁무진하다는 것이다. 그만큼 시장성이 뛰어나다는 뜻이다.◆1만7천여평 규모‘첨단 달걀공장’이 회사가 운영하는 1만7천여평 규모의 양계장은 단순한 양계장이 아니라 ‘첨단 달걀공장’이라는 표현이 더 어울린다. 닭을 키우는 것에서부터 달걀을 가공하는 모든 과정이 첨단 시스템을 통해 이뤄진다. 늙어서 죽은 닭을 빼내는 일 말고는 사람이 하는 일이 거의 없다. 컴퓨터와 센서가 장착된 인공지능 시스템에 의해 공산품을 찍어내듯 달걀이 대량으로 쏟아져 포장된다.달걀의 생명공학적 이용을 위한 연구소와 기술인력도 독일, 일본, 네덜란드 등의 양계 선진국에 뒤지지 않는다. 연세대 생물산업소재 연구센터를 비롯해 (주)시트리, 제일제당 등 국내 생물산업 관련 회사와도 제휴했다. 이를 통해 달걀을 이용한 바이오산업의 선두주자로 나설 수 있었다. 원료인 달걀을 자체적으로 대량조달할 수 있는 점도 경쟁력 확보에 기여한다.이 회사는 최근 특정면역항체(IgY)가 함유된 달걀을 개발, 특허출원했다. IgY는 충치를 유발하는 뮤탄스균을 막는 항체다. 병원균을 닭에 투입, 항체가 들어있는 달걀을 생산하는 방식이다. 유이사는 “우리나라 아동의 90% 이상이 치아우식을 경험했고 성인의 80% 이상이 잇몸병을 앓고 있다”며 “IgY는 항생제에 비해 투여량, 투여기간 등을 현저히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또 기능성 식품첨가제원료나 화장품원료 및 진단시약 등으로도 쓰일 수 있다.이 회사는 또 ‘항위염 달걀’도 출시를 앞두고 있다. 이 달걀은 위염. 위궤양, 십이지장 궤양, 위선암 등을 일으키는 주범인 ‘헬리코박터 파이로리’라는 균을 닭에 투여해 달걀에 항체가 생기도록 했다. 김승배 영업지원부장은 “이 달걀은 비스킷, 우유, 아이스크림 등에 적용된다”며 “연간 10조원 이상의 국내 위궤양 치료제 시장을 감안하면 시장성이 매우 크다”고 설명했다.이 회사가 생산하는 달걀의 50% 정도는 완전 위생처리된 액란으로 팔린다. 토코페롤이 일반 달걀보다 4∼5배나 많이 들어 있는 ‘원료란’을 상품화했다. 남극바다의 크릴새우로부터 추출한 천연항산화제인 아스타산친(Astaxanthin)을 다량 함유시킨 ‘특수란’도 내놓았다. 아스타산친은 노화나 암을 예방하는 효능이 토코페롤의 5백배 정도다. 이 특수액란들은 제과 및 제빵회사 등에 판매할 예정이다. “액란은 중간재란 점에서 B2B마케팅을 통해 판매를 획기적으로 늘릴 수 있다”고 김부장은 설명한다.이와 함께 무콜레스테롤의 ‘저지방 달걀’도 인기다. 초·중·고등학교의 단체 급식, 또는 기업 병원 호텔 등 급식시장을 겨냥, 1kg 단위로 팩으로 포장한 액란상품도 출시했다. 대리점 등 전국적 판매망을 확보할 생각이다. 에버랜드, 제일제당, 동원산업, 풀무원 등과도 공급 계약을 체결한 상태다. “외국의 액란비율을 기준으로 하면 국내에 하루 3백12t의 액란이 더 필요하다”는게 김부장의 계산이다.◆달걀껍질로 만든 ‘에그칼’ 획기적 제품달걀껍질을 미세하게 분쇄해 만든 칼슘인 ‘에그칼(Eggcal)’도 획기적인 바이오상품이다. 칼슘강화를 위해 라면, 비스킷, 빵, 밀가루 등에 쓰인다. 그동안 전량 일본에서 수입했으나 가농바이오가 대체생산해 농심, 제일제당 등에 공급하고 있다. 가정에서 조리용으로 간편하게 사용할 수 있는 ‘조리용 천연칼슘’도 조만간 시판할 계획이다. “음식을 조리할 때 양념을 넣는 것처럼 칼슘을 첨가해 온 가족이 칼슘을 섭취할 수 있다”며 “약 먹기 싫어하는 아이들에게 칼슘을 섭취하게 할 수 있다”고 유이사는 말했다. 환경쓰레기로만 여겼던 달걀껍질이 고부가가치 상품으로 환골탈태한 셈이다.이 회사는 올해부터 매분기마다 회계감사를 자청해서 받고 있다. 무차입경영 및 경영 투명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앞으로 단체급식 등의 케터링 사업 등의 호조에 힘입어 내년 6월까지 2백40억원의 매출과 84억원의 이익을 낼 것으로 유이사는 기대하고 있다.“생산원가의 절감 및 바이오상품의 비중 확대로 채산성이 2003년에는 54.7%까지 증가할 것”이란게 경영자문을 맡은 향영21C 리스크 컨설팅의 이정조 사장이 내린 전망이다.◆ 인터뷰 / 유재흥 사장첨단 양계시설 구축, 선진국과 어깨 나란히“우리 나라도 양계선진국에 뒤지지 않는 첨단달걀 가공산업국으로 발전할 수 있습니다.”주위에서 ‘달걀박사’로 통하는 유재흥(45) 가농바이오 사장은 국내 달걀가공산업을 개척해오고 있는 경영자다. 미국 위스콘신 주립대에서 MBA과정을 마친뒤 1991년 부친으로부터 양계장을 물려 받아 본격적으로 이 분야에 뛰어들었다. “처음엔 평생 닭똥만 치우는 건 아닌가하고 갈등도 많이 했습니다.”그러다 양계장을 혁신적으로 경영해보고 싶었던 유사장은 축산선진국인 독일 네덜란드 덴마크 미국 일본 등을 수차례 방문하면서 양계관련 산업을 조사했다.“선진국 양계산업이 우리 나라와는 비교도 안될 만큼 첨단시스템으로 운영되고 있었습니다. 국내외 연구기관들의 자문을 구하던 끝에 91년 선진국과 겨룰 수 있는 최첨단의 양계시설 구축을 시작했습니다.”유사장이 양계선진국들을 탐방하며 더욱 놀랐던 것은 따로 있었다. 이미 국가적인 차원에서 진행되고 있는 달걀을 이용한 바이오 산업이 그것이다. “달걀이야 말로 생명을 잉태시키는 물질로서 각종 생명공학의 핵심이 집결돼 있습니다”이를 위해선 첨단 가공시설 및 연구시설이 필요하다고 인식했다. 회사명도 (주)가농에서 가농바이오로 바꾸고 달걀을 이용한 바이오산업에 몸을 던졌다 .“달걀로 가공할 수 있는 식품과 생명공학제품은 무궁무진합니다. 관련 연구기관과 업체간 네트워크를 통해 꾸준히 새로운 제품을 개발해 나가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