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변지역 돌며 시식회, 전화주문 유도 주효 … 무점포사업, 창업비용 적은 것도 이점

‘창업비용 6백만원, 한달 매출 1천4백만원’식재료 배달을 전문으로 하는 ‘계경촌’ 구리점 최재갑 사장(37)의 창업 성적표다. 무점포 사업이어서 창업비용이 크게 들지 않은 반면, 주부들의 호응으로 매출이 하루가 다르게 오르는 것이 ‘환상적인’ 성적을 올린 배경이다.최사장이 배달하는 것은 강원도, 충청도지역 목장에서 공수해 온 쇠고기, 돼지고기와 각종 농산물. 양념한 소갈비, 돼지갈비에서 약콩된장, 보리고추장에 이르는 20가지 청정 식재료를 식탁까지 배달한다. 위생적인 가공과정을 거쳐 개별 포장된 이 제품들은 즉시 조리할 수 있고 이동이 간편하다는 장점이 있다. 또 건강에 좋은 ‘시골산’ 농산물이라는 점이 아파트촌 주부들에게 어필, 높은 인기를 얻고 있다.최사장의 영업무대는 경기도 구리·남양주시의 아파트단지들이다. 1주일에 한번씩 열리는 단지내 알뜰시장을 돌며 시식회와 판매, 홍보작업을 동시에 진행한다. 구리시 수택, 교문, 인창지구와 남양주시 덕소, 운암지구 등 고정 순회하는 아파트만 수십개 단지. 세대수로 따지면 웬만한 소도시 인구를 능가한다.시식회를 통해 고기, 된장 등 청정 식재료를 맛본 주부들은 상당수 단골로 이어진다. 직접 눈과 입으로 상품을 체험하도록 한 뒤 전화 주문을 유도하는 전략 덕분이다.고객은 크게 세가지 부류로 나눠진다. 외식 대신 저렴한 비용으로 가족끼리 별미를 즐기려는 주부와 집안 행사나 야유회가 있을 때 양념 고기류를 대량 주문하는 고객 그리고 독신자나 맞벌이부부들이다.◆ 중소형 아파트 밀집지역 입지 적합사실 최사장에겐 식재료 배달 사업이 ‘부업’이다. 본업은 남양주시 덕소리 현대아파트의 변전실 기사. 하루 일하고 하루 쉬는 직업 특성을 이용, 8년 전부터 수족관 등 부업을 해 오다 지난 5월15일부터 이 사업으로 전환했다.최사장이 직장으로 출근하는 날에는 친형인 재철씨가 배달 일을 도와준다. 또 아르바이트로 고용한 주부 3명이 아파트단지내 시식회를 도맡아 처리하고 있어 비교적 일 부담은 없는 편이다. 하지만 조만간 전기기사 일을 그만두고 ‘부업’을 ‘본업’으로 삼을 예정이다. 2개월여의 체험을 통해 시장성과 수익성을 확인했기 때문이다.상품 가격은 시중가보다 20% 이상 싸다. 돼지갈비 5인분 1㎏이 1만원, 양념쇠갈비찜 1㎏은 1만8천원선이다. 맛은 대다수 고객이 ‘맛있다’고 할 정도. 저렴한 가격과 좋은 품질, 코 앞까지 배달해 주는 편의성이 인기의 비결인 셈이다.전화 주문량은 하루 10건 정도다. 시식회 현장의 판매량과 합하면 하루 매출은 평균 40만~50만원에 이른다. 지난달 총매출은 1천4백만원에 달했을 정도다. 이 가운데 체인 본사에서 배송받는 제품비, 인건비 등을 제외한 순이익은 3백만원 선.이에 비해 창업비용은 상당히 낮은 수준이다. 가맹비 5백만원, 초도물품비 1백만원 등 6백만원이 전부다. 배달용 차량을 보유하고 있던 덕에 창업비용을 크게 줄일 수 있었다. 가맹비에는 제품들을 보관할 수 있는 냉장·냉동고와 광고전단 4천장, 유니폼 비용 등이 포함돼 있다.“다음 달부터는 일반 식당에 식재료 일체를 공급하려고 합니다. 대개 소규모 식당들은 고기와 야채, 부재료 등을 서로 다른 거래처에서 공급받지요. 원스톱으로 모든 식자재를 공급한다면 충분히 승산이 있을 겁니다. 품질에 가격까지 좋다면 마다할 이유가 없겠지요.”최사장은 이미 식당들을 대상으로 홍보작업에 들어간 상태다. 전국의 17개 농협과 체인본사가 운영하는 영농조합에서 마늘, 참기름 등 기본재료에서부터 육류, 쌀, 야채에 이르기까지 일괄 공급받을 수 있기 때문에 영업범위를 확대해도 문제가 없다. 식당 대상 영업이 본 궤도에 오르면 지금 매출의 두배는 거뜬하리라고 기대하고 있다.◆ 온라인 주문체제도 갖출 예정식재료 배달 전문점은 맞벌이 부부, 독신자뿐 아니라 일반 가정에까지 수요를 확대시킬 수 있는 생활편의업종 가운데 하나이다. 원재료를 다듬고 씻고 썰어야 하는 번거로움을 없애고 간단하게 포장만 뜯어내면 조리할 수 있도록 만든 것이 핵심. 물론 맛과 신선도 수준이 뛰어나야 소비자 만족도가 높다. 계경촌의 경우 부사장인 김태준 식품공학박사가 제품개발과 품질관리를 책임지고 있어 맛과 품질 모두 자신있다는 자랑이다. 또 가을부터는 인터넷에 전용 쇼핑몰을 개설, 온라인 주문체제도 갖출 예정이다.이 사업은 전화 주문을 받는 사업이기 때문에 입지에 영향을 받지 않는다. 하지만 배달 거리를 감안, 대단위 아파트단지나 주택가 주변에 자리를 잡는 것이 유리하다. 특히 독신자나 맞벌이부부가 많이 거주하는 중소형 아파트 밀집지를 권할 만하다.미국이나 일본에서는 밖에서 식사를 하는 대신 가정에서 별미를 조리해 먹는 이른바 ‘가정용 외식 대용식(HMR·Home Meal Replacement)’ 시장이 외식업의 중요한 흐름으로 자리를 잡고 있다. 식재료 배달 전문점은 이같은 조류가 국내에 투영된 예로, 높은 성장잠재력을 가진 업종으로 평가된다. (02)400-96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