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는 그 어느 해보다 다사다난했다. 특히 서민들의 고통은 이루 말할 수 없이 컸다. 서민들의 고통은 아직도 계속되고 있다. 그런데 서민들의 고통은 단지 그들의 무능 때문에 빚어진 것은 아니다. 지난해 겪은 우리의 어려움은 이른바 ‘국난(國難)’으로 불리듯이 이 사회의 총체적 문제 때문이었다.‘총체적 원인’은 우리 나라의 경우 어떤 일이 발생할 때마다 거론하는 단골 차림표이다. 물론 어떤 사회이든 나름의 문제를 안고 있다. 그러나 유독 한국 사회가 여전히 총체적 원인을 해결하지 못하고 있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사람마다 총체적 원인을 해결하기 위한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우리 사회가 여전히 총체적 문제에 시달리고 있는 것은 ‘기본’의 부재에 있다. 우리가 선진국 문턱에서 국제금융의 도움을 받을 수밖에 없었던 것도 기본을 튼튼히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튼튼하지 못한 댐의 둑이 홍수에 무너지듯, 허약한 한국의 경제구조가 국제화에 무너진 것이다. 따라서 IMF 시대는 우리에게 튼튼한 기본 없이는 결코 선진국이 될 수 없다는 사실을 가르쳐 주었다. 우리는 이러한 상식적인 교훈을 얻는데 너무나 값비싼 대가를 지불한 셈이다.끊임없이 재현되고 있는 건설공사의 부실도 우리 사회가 얼마나 기본을 무시하고 있는지를 입증하고도 남는다. 더욱이 지금 새천년을 맞이하면서 지난날의 긴장과 억제는 점차 사라지고, 해이와 과소비가 곳곳에서 재현하고 있다. 이는 한국적 병폐로 꼽히고 있는 냄비근성의 재현이자 기본의 망각이다.지금 많은 한국인이 세계무대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과거에는 한국을 빛낸 사람들중 대부분이 음악가였으나, 지금은 많은 스포츠 선수들이 한국을 빛내고 있다.대다수 국민들이 이들의 활동에 찬사를 보내고 있다. 특히 젊은이들의 스포츠선수에 대한 선망은 열광적이다. 어떤 학생들은 선망의 대상을 넘어 자신도 인기있는 선수가 되길 꿈꾸기도 한다.성장 과정에서 선망의 대상이 있다는 것은 행복한 일이다. 그러나 이들은 세계무대에서 활동하고 있는 사람들이 어떤 삶을 살았는지, 어떤 과정을 통해 훌륭한 선수가 되었는지에 대해서는 큰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다. 지금 세계무대에서 한국을 빛내고 있는 사람들은 예외 없이 기본을 튼튼히 한 사람들이다.혹 기본을 튼튼히 하지 않고서도 수없이 많은 사람들과의 경쟁에서 이길 수 있을지 모른다. 그러나 그러한 요행은 절대 오래 갈 수 없다. 한국 사회가 선진국 문턱에서 잠시 서성일 수 있었던 것도 일종의 요행이었을 뿐이다.이러한 상식적인 원리는 이미 2천3백여년 전 중국 고대의 유학자 맹자(孟子)가 설파한 바 있다. 그는 “물은 웅덩이를 채운 후에 나아간다(水 盈科而後進)”고 주장했다. 물은 위에서 아래로 흐르는 습성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물은 웅덩이를 피하면서 앞으로 가지 않는다. 오로지 물은 웅덩이를 채운 뒤에야 나아간다.맹자의 메시지는 웅덩이라는 기본을 무시하고서는 결코 새로운 단계인 선진국에 도달할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적자생존의 시대에 모든 국가들이 부국강병에 힘썼지만, 부국강병에 이르는 지름길은 무기를 많이 만들고, 군대를 많이 소유하는 것이 아니라, 백성들의 삶을 안정시키는 것이었다. 맹자는 인간 삶에 가장 기본인 먹는 문제를 해결해 주는 것이야말로 부국강병의 지름길이라 설파했다.역사 이래 기본을 튼튼히 하지 않고 선진국에 도달한 국가는 없었다. 수많은 대형사고도 대부분 기본적인 원칙을 지키지 않아 생긴 것이다. 이러한 현상은 여전히 곳곳에 만연되어 있다.이런 상황에서 아무리 사회 경제 발전을 꿈꾼들 소용없는 일이다. 이러한 예는 한 개인의 능력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예컨대 이른바 좋은 대학에 입학하는 학생들의 절대 다수는 기초에 강하다. 기초에 약한 학생들은 아무리 노력하더라도 높은 점수를 얻을 수 없다.요컨대 개인은 물론 사회의 발전에는 반드시 기본을 튼튼히 해야 한다. 그러나 대부분 급한 나머지 기본을 무시하고 나아가길 바란다. 물론 기본을 무시한 채 일정 수준까지는 발전할 수 있지만, 기본을 무시하고는 결코 높은 수준으로는 나아갈 수 없다. 경제와 사회발전도 기본을 다지면 우선 보기에 늦은 듯 하지만 결국에는 빠른 길임을 알 수 있다.한국이 선진국으로 진입하기 위해서는 절대 서두르지 않고 각 분야에서 차근차근 기본을 다져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