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모가 이하 종목 속출, ‘황금알’은 옛말 … 기업가치 따져 청약해야 손실 줄여

코스닥 공모주는 더 이상 ‘황금알을 낳는 거위’가 아니다. 번거로운 청약 절차를 쫓아다니는 수고만 들이면 리스크 없이 고수익을 낼 수 있는 수단으로 인식되던 것은 이제 옛말이다. 99년 말 코스닥시장의 신규 등록 주식은 투자자들에게 엄청난 수익을 안겨줬지만, 2000년 1월에 들어오면서 수익률이 점차 감소하기 시작했다.공모가 이하로 떨어진 종목이 속출했고, 거액의 청약증거금을 넣어 엄청난 경쟁을 뚫고 공모주를 손에 넣은 투자자들은 손실을 입었다. 현재 16개 신규등록주식들이 공모가 대비 80% 이하로 주가가 하락, 주간사의 시장조성을 받고 있다.지난 8~9일 청약을 받은 한양이엔지를 마지막으로 공모주시장은 현재 ‘여름휴가’에 들어간 상태다. 기업들이 공모를 하기 위해 금감원에 제출하는 유가증권 신고서에 상반기 실적을 확정 반영해야 하는데다, 7월1일부터 바뀐 공모가 결정 방식이 공모가를 낮추는 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보여 기업들이 발행을 늦추는 분위기이기 때문이다.◆ 물량 부담도 시장 어둡게 하는 요인따라서 개인 투자자들은 이 휴가 기간을 공모주 투자 전략을 재점검하는 기회로 삼을 만하다. 전문가들은 무엇보다 “기대수익률을 낮추는 등 공모주 투자에 대한 인식을 전환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한 이제는 공모주도 ‘손실 줄이는 투자법’을 알아야 하는 쪽으로 발상을 바꿔야 한다는 지적도 많다.하반기 공모시장 전망을 어둡게 하는 요인으로는 몇가지가 지적된다. 우선 물량부담이다. 올해 상반기 코스닥 시장 신규등록 물량은 1조9천2백43억원에 달했다. 하반기에는 2조5천억원의 신규등록이 예상되고 있다.기관투자가 대주주의 초기 매도공세도 개인투자자의 수익률을 낮출 수 있는 요인. 지난 7월6일 코스닥에 등록한 한국정보공학은 등록 직후 2백% 무상증자를 발표한 뒤 대주주인 기관투자가가 대규모 매물을 내놓아 하락세로 돌아섰다. 이같은 기관투자가의 무책임한 행위에 대한 규제 방법은 아직 없다.같은 맥락에서, 프리 코스닥 단계에서 이루어진 펀딩 규모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등록기업들은 대개 코스닥 등록 직전에 액면가보다 높은 배수로 펀딩을 하는 사례가 많다. 펀딩 규모가 크다면 등록 직후부터 매물 공세가 계속될 가능성이 있는 것. 기관 물량이 어느정도 소화된 종목을 골라야 청약에 실패하지 않는다. 또한 동원경제연구소 정동희 애널리스트는 “특히 프리 코스닥 단계에서 비슷한 종류의 기업보다 매우 좋은 조건으로 펀딩했다면 내실보다 외형 부풀리기에 치중하는 기업일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이런 요인들이 개인투자자의 공모시장 수익률을 나쁘게 하는 변수로 작용한다면, 공모가 거품 제거를 목적으로 시행된 새 수요예측제도는 공모가를 전반적으로 낮춰 개인투자자에게는 유리한 기회를 제공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가격메리트만으로 모든 악재를 극복하기는 어렵다.새 제도 아래서 높은 수익(또는 낮은 손실)을 내기 위해서는 매도시점을 잡는 법도 달라져야 한다. 시초가 결정방식이 거래 첫날 동시호가에 의해 단 한번 거래가 성사되는 방식으로 바뀌었기 때문이다. 가격 변동폭도 공모가의 2백%까지 오를 수 있게 된다. 따라서 전처럼 ‘등록후 무조건 상한가’는 사라지게 될 전망이다. 이전에는 상한가 행진이 꺾이면서 첫 대량 거래가 터지는 날을 매도시점으로 잡는 것이 보통이었다. 그러나 이제는 거래 첫날에도 무조건 고가 매도 주문을 내놓고 기다릴 수밖에 없다.동시 호가 상황을 계속 살펴보면서 매도주문이 매수주문을 크게 넘어서면, 가격을 낮춰 주문을 내는 유연함도 만약의 손실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이다. 첫 날 팔지 못하고 주가 하락세가 이어질 경우, 울며 겨자먹기로 장기보유하게 될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주가가 빠질 경우 강화된 주간사 시장조성 의무를 활용해 손실을 줄이는 방법도 생각해 볼 수 있다. 제도 개선 전에는 주간사가 공모가 이하로 주가가 떨어져도 공모주식의 50%까지만 주간사가 사들이면 됐다. 그러나 7월1일 이후 유가증권신고서를 낸 기업의 경우에는 주간사가 공모주식의 1백%까지 사들여 공모가의 80%를 유지해야 한다. 따라서 7월1일 이후 등록한 기업들이 거래를 시작하는 8월에는 주가가 하락하면 물량을 털었다가 20% 이상 하락하면 다시 매입, 주간사의 시장조성 매수 주문에 팔아 손실을 줄이는 방법도 가능하다.“성공적인 공모주 투자를 하는 방법은 결국 하나, 기업가치를 따지는 것”이라고 애널리스트들은 입을 모은다. 한화증권 구철호 애널리스트는 “공모가 결정 과정서 희망공모가보다 최종공모가가 낮아진 기업 중 기업내용이 충실한 기업을 골라 청약하는 수밖에 없다”며 정석투자를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