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급호텔과 영업격차 심화, 휴·폐업 속출 … 브랜드제고 등 경쟁력 확보 시급

지난 7월19일 청와대 영빈관. 김대중대통령 주재로 제2차 관광진흥확대회의가 열렸다. 이 자리에서 문화관광부는 관광수용태세개선을 위한 ‘10대 중점개선과제’를 선정, 개선방향을 밝혔다. 그 가운데 가장 먼저 거론된 과제는 관광숙박시설 확충. 특히 중저가호텔에 초점이 모아졌다. 다른 많은 현안을 제치고 숙박시설이 맨 먼저 거론된 것은 물론 한국방문의 해, 월드컵 등을 앞두고 객실난이 우려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밑바탕에는 우리나라 관광산업에 있어 숙박시설 특히 중저가 숙박시설의 간판격인 중소호텔의 개선과 확충이 그만큼 시급하다는 인식이 깔려 있다는게 관광업계의 시각이다. 실제로 정부에서 배려해 예식업 허용이나 전기료·수도료의 산업용 요금 적용, 인턴사원 채용지원 등 많은 지원책을 펴왔으며 많은 호텔들이 적잖은 혜택을 입은 게 사실이다.그러나 대다수의 중소호텔 특히 지방호텔들은 사정이 전혀 딴판이다. 어렵다는 장탄식이 여전하다. 실제로 호텔업협회에서 지난 99년9월에 조사한 자료가 이를 잘 보여주고 있다. 자료에 따르면 IMF이후 휴·폐업, 부도, 경매, 양도·양수 등을 겪은 호텔은 1백45개.(표 참조) 이는 1년 전인 98년에 조사한 숫자와 비교해 20여개가 늘어난 숫자다. 특히 서울(12개)을 제외한 지역이 거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어, 지방호텔들의 경영난이 얼마나 심각한지 단적으로 말해주고 있다. 한국호텔업협회의 한 관계자는 “지난해는 전반적으로 경기가 회복되는 때였지만 오히려 지방호텔이나 중소호텔들은 휴폐업이 늘었다”고 말했다.◆ 서울시내 객실영업 ‘호전’, 부대업장 ‘부진’‘아랫목’. 서울시내 중심가에 위치한 중소호텔들의 경우 경기회복, 외래관광객의 증가 등에 힘입어 객실판매율이 높아지면서 다소 표정이 밝은 편이다. 신촌에 자리잡은 M호텔의 이모과장은 “서울시내에 위치한 중소호텔은 객실영업이 많이 좋아졌다”며 “M호텔의 경우 객실은 평균 80% 정도 차는 등 IMF이전의 수준을 되찾았다”고 말했다. 서울 중구 명동 맞은편에 위치한 P호텔의 정모씨도 “위치가 좋아 객실이 90% 이상 차고 있다고 말했다. 종로구에 자리잡은 S호텔도 전체 객실의 70% 가량이 판매되는 등 호조를 보이고 있다.그러나 시내에 위치한 덕분에 객실영업은 많이 나아졌더라도, 경영수지면에서는 크게 나아지지는 않았다는 게 업계에서 나오는 말이다. 주된 수입원이었던 슬롯머신 증기탕 등이 잇달아 폐지되면서 돈이 될만한 영업시설이 없어졌기 때문이다. 게다가 커피숍 식당 유흥시설 등 여타 부대업장들의 영업도 시원찮다. “평일에도 외국인 관광객들로 객실이 90% 가까이 찬다”는 서울 시내 S호텔의 홍모씨는 “부대업장은 외래관광객이나 내국인 모두 현저하게 발길이 줄어들어 여전히 어렵다”고 말했다.‘윗목’. 그래도 시내에 위치한 호텔들은 그나마 상황이 나은 편이다. 약간이라도 시내에서 벗어난 호텔의 경우 부대업장은 물론 객실영업에서도 여전히 힘겨운 분위기다. 동대문근처에 위치한 C호텔의 경우 객실판매율이 50%대를 간신히 턱걸이하는 실정이다. 서울 강북구에 자리잡은 G호텔도 대만 중국 등의 단체관광객이 늘면서 그나마 객실판매가 늘었다지만 50%를 넘지 못하고 있다. “객실영업이 그나마 나아졌지만 기업연수가 거의 끊기다시피 하면서 부대시설의 영업실적이 거의 없어 매달 1∼2천만원의 적자를 면치못하고 있다”는 것이 G호텔 함모과장의 말이다.중소호텔들이 이처럼 호텔운영이 어려운 상황이 계속되면서 많은 호텔들이 자금문제로 애로를 겪고 있다. C호텔의 오모차장은 “호텔 관리부서 담당자들의 모임인 관우회에 가보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가장 큰 애로사항으로 자금문제를 이야기한다”고 말했다. 정부에서 각종 자금을 지원한다고 해 이를 써볼 요량으로 은행을 찾지만, 대출심사시 재무제표상 영업이익을 내는 호텔이 많지 않아 대부분의 호텔들이 어쩔 수 없이 제2금융권 등에서 자금을 융통해 사용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 오차장의 설명이다.◆ 지방호텔, 영업부진으로 객실료 덤핑도 불사‘찬바람 쌩쌩’. IMF이후 한동안 부도의 공포를 헤매었던 지방중소호텔들의 요즘 분위기다. 경제가 회복되고 씀씀이도 느는 등 다소 상황이 나아지긴 했지만, ‘지방호텔은 갈수록 나빠지고 있다’는 말마저 나오고 있다. 부산시내에 자리한 T호텔의 서모부장은 “객실판매가 절반도 안되는 상황으로 아사직전”이라며 “부산지역의 다른 2∼3급 호텔들도 사정은 비슷해 올해 안에 부산지역에서 서너개의 호텔이 문을 닫을 것이라는 말이 돌고 있다”고 말했다. 전북 전주시 C호텔의 이모과장도 “객실판매가 평일 50%대, 주말에야 겨우 70%대에 이른다”며 “커피숍 나이트클럽 연회장 식당 등 부대업장의 영업도 부진해 지금이 IMF때보다 더 힘들다”고 말했다.이처럼 지방호텔들의 경영난이 가중되면서 몇몇 지역의 호텔들은 턱없이 낮은 가격에 객실을 판매하는 일도 마다않고 있다. 충남의 한 온천관광지에 있는 호텔들은 지난 7월에 객실료를 정상가격의 30%선으로 인하한 2∼3만원대에 판매한다는 현수막을 내걸기도 했다. 전주 C호텔의 이과장은 “객실판매율이 저조해지면서 방을 놀리기보다는 투숙객을 유치하는 것이 낫다고 판단, 정상객실료에 비해 40∼50%를 할인한 가격에 객실을 판매하고 있다”고 말했다.이처럼 중소호텔들의 경영난이 심각한 상황에 대해 세종대 호텔관광경영학부 이애주교수는 “우리나라 특급호텔들은 세계적인 수준에 도달했지만 문제는 중소호텔들”이라며 “호텔산업이 비약하는 단계로 탈바꿈하기 위해서는 중소호텔들이 경쟁력을 갖추며 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깨끗한 시설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비즈니스호텔을 원하는 수요가 좋은 틈새시장이라는 것이다. 아울러 호텔이미지를 떨어뜨릴 위험이 있는 성인용 오락실 등과 같은 영업장에 기대기보다는 객실과 식음료라는 호텔 본연의 수익구조를 충실히 확보해야 한다는 것이 이교수의 설명이다.이를 위해 “효율적인 마케팅, 지방·중소호텔간의 중앙예약시스템 구축과 활용, 체인·프랜차이즈 가맹을 통한 호텔 브랜드구축 등으로 객실판매를 늘려 일정 수준에 오른 다음 경영의 효율성을 제고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 이교수의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