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원유가격이 배럴당 30달러를 훌쩍 뛰어넘어 33달러에 근접해가는 초강세를 보이고 있다. 미국 서부 텍사스산 중질유(WTI)가격은 배럴당 32달러 수준을 넘보고 있고 북해산 브렌트유 값은 이미 32달러를 돌파했다. 중동산 두바이유 가격도 최근들어 배럴당 27달러 수준에서 강보합세를 나타내는 중이다.이같은 고유가 행진으로 인해 국내 경제 전반에 먹구름이 드리우고 있다. 전량 수입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구조적 문제로 인해 당장 무역수지가 타격을 받는다. 또 물가를 압박하게 되고 산업경쟁력을 약화시킨다. 가뜩이나 하반기부터는 경기가 하향세를 그릴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국제 원유가 상승은 경기를 급속히 냉각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그래서 나온다.영국 글로벌에너지연구소의 레오 드롤러스 수석연구원은 최근 연말에 미국 뉴욕시장에서의 원유가격(WTI 기준)이 40달러까지 치솟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보고서에서 오는 9월10일 오스트리아 빈에서 열리는 석유수출국기구(OPEC) 회의에서 증산 합의를 이끌어내지 못하면 이같은 유가 급등을 피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국내 연구기관 등에서도 예상치 못한 유가 행진이 당분간 이어지리라는 전망을 속속 내놓고 있다. 특히 원유 도입물량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중동산 원유의 기준가 역할을 하는 두바이유 값이 하반기중에 배럴당 27달러 이상까지 오를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이문배 에너지경제연구원 에너지정보통계팀장은 “앞으로 산유국의 증산합의가 도출되지 않으면 두바이유가 평균은 낮아야 배럴당 25달러, 높으면 27달러까지 오를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한국석유공사도 내부 보고서를 통해 하반기 두바이유 가격은 최소 25달러 이상의 강세기조를 유지할 전망이라고 밝혔다. 석유공사는 수요측면에서 미국 등 북반구 국가의 동절기가 임박해 기름 수요가 많아질 뿐 아니라 가격이 올라도 소비가 줄어드는 가격탄력성이 낮은 점을 고려할 때 유가 급등은 불가피한 것으로 전망했다. 이와 함께 미국의 원유 재고가 예년보다 크게 낮고 OPEC의 증산 가능성이 크지 않다는 점에서도 당분간 가격 오름세가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실제로 두바이유 가격은 갈수록 오름세가 가팔라지는 상황이다. 1∼6월 두바이유 가격(단순 평규가격)은 24.74달러 수준이었으나 7월 26.11달러를 기록했고 8월들어 16일까지 25. 91달러를 나타내고 있다. 최근 배럴당 27달러를 웃도는 강세기조를 보이고 있어 8월말에는 26달러를 훨씬 웃돌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국제 원유가격 상승으로 인해 무역수지가 직접적인 타격을 받고있다. 올들어 6월까지 원유수입액은 1백17억달러. 지난해 같은기간의 57억달러보다 2배넘게 늘었다. 올해 원유 수입물량(4억5천만배럴)이 지난해(4억4천1백만배럴)와 비슷했음에도 유가 상승으로 인해 60억달러를 고스란히 무역수지에서 손해를 봤다. 올해 1백억달러 무역수지 흑자를 기록할 수 있느냐는 전적으로 유가 수준에 달려 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유가 상승으로 무역수지와 물가가 골병고유가는 물가에도 큰 부담이 된다. 한국은행은 최근 7월 원재료 가격이 6월에 비해 3. 1%나 올랐다고 발표했다. 6월 원재료 가격이 5월에 비해 6. 5% 상승한 데 이은 가파른 오름세다. 원유 액화천연가스(LNG) 등 에너지 수입가격이 크게 올랐기 때문이다. 이같은 원재료 가격상승은 수출단가를 올려 무역수지 악화에 영향을 미칠 뿐 아니라 물가를 직접 압박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한국은행 관계자는 “국제유가가 갈수록 오름세를 타고 있어 연말 물가에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고 우려했다.유가 상승은 이와 함께 산업경쟁력 악화에도 치명적인 영향을 미친다. 정유산업의 경우 원가부담 가중과 수요감소로 직접적인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석유화학산업에서도 생산비 상승으로 인한 채산성 악화가 불가피하다. 유가 급등은 이같은 과정을 거쳐 최종적으로 경제성장률을 떨어뜨린다. 한국은행은 유가가 25% 오르면 제조업체의 경상이익률이 0. 5%포인트 낮아지고 경제성장률은 0. 27%포인트 떨어지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지난해보다 1백% 넘게 오른 유가는 이미 한국의 경제성장률을 1%포인트 떨어뜨렸다는 얘기다. 고유가의 위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