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통부-동기식 포함 복수표준 의지, 업계-비동기식 선호 … 장비 공급업체 신경전도 점입가경

IMT-2000 사업은 말도 많고 탈도 많다. 사업자 선정 문제로 한동안 시끄럽던 논쟁이 이제는 기술 표준방식으로 불이 옮겨 붙었다. 기술 표준 채택 여부에 따라 각 회사의 사활이 걸려 있음은 두말할 나위 없기 때문이다.미국의 퀄컴이 주도하는 동기식과 유럽의 노키아 에릭슨이 주도하는 비동기식 두가지로 대별되는 기술 표준을 놓고 서비스 사업자는 물론 장비 개발 업체들까지 가세해 그야말로 점입가경이다. 과거 이동전화 표준 도입시 시분할다중접속(TDMA)과 코드분할다중접속(CDMA)의 논쟁이 재현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서비스 사업자인 KT(한국통신) SK LG 3사는 일단 비동기식을 채택한다는 것이 기본적인 입장이다. 특히 SK와 LG는 누가 뭐래도 ‘우리는 비동기식으로 간다’는 당초 주장을 고수하고 있다. 세계 시장에서 범용성이 뛰어난 비동기식을 포기한다는 것은 사업 자체에 의미가 없다는 것이다.주무 부처인 정통부는 세계 시장에는 두 방식이 모두 상용화돼 있는 만큼 단일 표준보다 복수 표준을 선택한다는 방침으로 알려졌다. 세계 시장에서 국가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최소한 1개사 정도는 동기식 서비스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기술 표준 선택은 업계 자율에 맡긴다고 했다. 즉 시장 논리에 따르겠다는 뜻이다.여기에 정통부의 고민이 있다. 기술 표준 채택이 업계 자율로 정해지지 않을 조짐이 보이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이 지속되면 정통부가 개입할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섣불리 개입할 수도 없다. 누구를 동기식으로 밀어내느냐는 것도 쉬운 문제가 아니다. 더군다나 일반 기업에 이래라 저래라 하고 간섭할 수도 없는 처지다. 기업의 장래를 책임질 수도 없다. 이런 논리를 대입해 보면 결국 KT가 동기식을 떠맡게 되지 않겠느냐는 의견이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비동기식, 80% 이상 국가서 채택 수출 확대 효과”서비스 사업자보다 장비 공급 업체들의 경쟁은 더욱 치열하다. 기술 표준에 따라 자신들이 개발한 장비 판로가 확대되느냐 사장되느냐는 사활의 문제와 직결되기 때문이다. 얼마전 통신장비 관련 중소 벤처기업들이 자신들의 입장을 발표했다가 번복하는 등 해프닝이 벌어지기도 했다.벤처기업협회와 정보통신중소기업협회(PICCA)는 8월25일 비동기식을 지지한다고 발표했다가 일부 회원사들의 반발로 PICCA는 8월28일 다시 동기식과 비동기식을 모두 지지한다고 번복해야 하는 등 이 문제가 민감한 사안임을 여실히 보여줬다. PICCA는 회원사가 5백여개에 이르다보니 비동기식이든 동기식이든 어느 하나로 통일될 수가 없는 현실이다. 대기업 장비 공급에 기술적으로 연결돼 있다 보니 해당 대기업 입김과 움직임을 따르지 않을 수 없는 처지이기 때문이다.비동기식을 추진하는 장비 업체의 주장을 보면 비동기식이 세계 80% 이상 국가에서 채택하고 있어 수출 확대 효과를 가져 올 수 있다는 점을 들고 있다. 많은 국가에서 사용하는 만큼 IMT-2000 서비스의 핵심인 로밍 서비스에도 그만큼 유리하다는 얘기다. 범용성의 장점을 들고 있다. 또 상용화가 오래 걸린다는 동기식측 주장에 대해 몇년전부터 비동기식 기술 개발을 착수해 왔기 때문에 서비스 개시 시기(2002년)에는 어려움이 없다고 한다.비동기식 진영이 주 타깃으로 삼는 장비 업체로는 삼성전자를 몰아 세우고 있다. 그동안 삼성전자가 이동통신 분야에서 퀄컴의 기술지원을 받아 동기식 장비 시장을 독점하다시피했는데 IMT-2000 분야에서도 시장을 독식하려는 의도라고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다. 동기식 기술 일변도에서 벗어나 뒤떨어진 비동기식 기술을 축적해 양쪽 시장에서 영향력을 갖추기 위해 동기식의 당위성을 역설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편으로 미국의 GPS 위성에서 신호를 받는 동기식으로 단일화됐을 때 만약 이 위성에서 신호를 받지 못하는 경우가 생기면 이동통신 대란이 일어날 수 있다는 점도 유의해야 한다는 의견도 대두되고 있다.동기식 장비 업체의 입장은 다르다. 상용 서비스 개시 시기를 맞추려면 지금까지 축적된 기술인 동기식이 유리하다는 주장이다. 또 원천 기술은 퀄컴이 갖고 있지만 상용화에 성공한 한국이 핵심 기술면에서 세계 수준에 있다고 자부한다. 따라서 활용하기에 따라서는 이동통신 사업 분야에서 세계 선두 국가로 나설수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 또 이동통신 서비스 분야에서 10년 이상을 개발하고 서비스해 온 동기식 기술을 포기하면 그동안 축적된 국내 기반이 무너질 수 있다는 것이다. CDMA분야에서 세계적으로 상용화에 성공한만큼 어떤 식으로든 동기식 기술이 유지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세계 시장 점유율면에서 동기식도 높아가고 있다고 강조한다.◆ 일본도 기술 표준 채택시 미국 압력으로 진통어찌됐든 세계 시장의 흐름은 현재 비동기식이 앞서고 있다. 그러나 국내 경제 구조는 미국과 남다르게 얽혀 있어 북미 방식인 동기식을 간과할 수 없다. 일본은 기술 표준 채택 과정에서 미국의 압력으로 상당한 진통을 겪은 경험을 갖고 있다. 과거 이동통신 표준을 CDMA로 단일화했는데 IMT-2000은 복수 표준을 정하면 ‘규모의 경제’ 실현이 곤란해 산업 파급 효과가 줄어들 수 있다는 정부의 고민도 있다.이동통신 기술은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는 첨단 분야다. 상용서비스 개시 시기인 2002년에 세계 시장의 추이가 어떻게 발전할지 예측하기는 쉽지 않다. 동기식과 비동기식의 호환 여부도 생각할 수 있다. 그래서 선택의 고민이 커진다.서비스 사업자는 9월말까지 사업 계획서를 정통부에 제출해야 한다. 사업 계획서에는 각 사가 채택할 기술 표준을 첨부해야 한다. 어떤 기술 표준을 선택할지 선택이 자율적으로 정해질지 외부 압력에 영향을 받을지 두고 볼 일이다.◆ 동기식동기식은 송수신기 사이의 신호(데이터)를 송수신 시점에 일치시키는 방식이다. 미국 퀄컴사가 주도하고 있어 흔히 북미 방식이라고 한다. 지구 상공에 쏘아 올린 GPS 위성을 이용해 송신측 시간대와 수신측 시간대를 동시에 맞춰 전송한다. 미국에서 쏘아 올린 GPS 위성을 이용해야 하기 때문에 중국에서는 채택을 주저하고 있다. 통화 안정성에서 우수하나 글로벌 로밍에 약하다는 단점을 안고 있다.◆ 비동기식비동기식은 GPS 위성을 사용하지 않고 망 내부에 별도 클럭을 두고각 기지국에 고유 코드를 활당해 기지국을 식별하는 방식이다. 유럽의 노키아 에릭슨이 특허를 갖고 있어 유럽방식이라고 한다. 세계적인 보급으로 글로벌 로밍에 장점을 갖고 있다. 기술 발전 속도가 빠르다. 국내에 비동기식 관련 특허 보유가 적어 로열티 부담이 큰 것이 단점으로 지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