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문화산업 관련 인터넷업체들이 일본시장 진출을 위한 교두보 구축과 자금 유치를 목표로 도쿄에서 제2회 투자설명회를 개최한 지난 8월24일 오후.습기가 많은 탓에 바람마저 후텁지근 했던 도쿄만의 빅사이트 전시장 한 구석에서는 별난 일본인 남녀 다섯명이 관람객들의 이목을 끌었다. 20대에서 40대까지 연령도 다양했던 이들은 분명 일본인이면서도 한 한국측 참가기업의 작은 부스 앞에서 오가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열심히 팸플릿과 기념품을 나눠주며 관심을 호소했다.잠시도 쉬지 않고 온종일 일에 매달린 이들의 행동은 자연 부근에 있던 한국측 참가기업 직원들의 주목의 대상이 됐다. 서울에서 온 한국인 직원들은 당연히 이들 일본인이 참가업체의 일당을 받는 파트 타이머려니 생각했다. 그리고 비싼 엔화를 써가며 작은 부스에도 5명이나 외국인 인력을 동원했다고 판단, 사업을 과감히 하는 업체라고 추측했다.하지만 이들의 선입견은 빗나갔다. 일본인들은 파트타이머도 아니요, 돈을 받고 온 사람도 아니었다. 오로지 한 참가업체가 좋아서, 자신들이 클럽을 결성한 후 서로 연락해서 일을 도와주기 위해 찾아온 사람들이었다. 그 중에는 전시장으로부터 수십킬로미터나 떨어진 곳에 살면서도 직장에 휴가원을 내고 달려온 지바켄의 중견공무원도 한명 포함돼 있었다.일본인 자원봉사자들이 불볕더위 속을 마다 않고 도쿄의 구석진 전시장까지 달려오게 만든 한국업체의 이름은 바로 코지클럽(Cozy Club. com, 대표·조학영). 사이버 공간에 이름을 올린지 2개월여밖에 되지 않은 새내기 인터넷 벤처기업이었다.하루가 멀다 하고 인터넷 벤처기업이 우후죽순처럼 쏟아져 나오는 한국 시장에서 코지클럽의 브랜드 네임은 네티즌들에게 그다지 친숙한 이름이 아니었다.그러나 이날 자원봉사자들의 맹활약은 코지클럽이 일본시장에서 갖고 있는 브랜드 파워와 앞으로의 성장 가능성을 짐작케 하는 잣대가 되기에 충분했다.“일본인 자원봉사자들이 찾아 올 줄은 꿈에도 몰랐습니다. 모두가 처음 보는 얼굴들이어서 전시장에서 서로 인사를 나눴을 뿐인데 행사가 있다는 것을 알고 자신들끼리 사전에 이메일로 연락을 해서 찾아왔더라고요.”설명회가 끝난 후 조사장은 “자원봉사자들의 본심은 이해하지만 이렇게까지 진심으로 위하고 도와줄 줄은 몰랐다”고 놀라워했다.더욱이 지바켄의 공무원은 코지클럽 사이트를 보고 서울을 찾아왔다가 게재 내용이 사실과 다르다며 항의전화를 해왔던 인물이라며 그는 상기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일본 네티즌들에게 소리없이, 그러나 빠른 속도로 브랜드 네임을 높여가고 있는 코지클럽의 사업 내용은 간단 명료하다. 한마디로 한국여행에 필요한 모든 서비스와 정보를 일본 관광객들에게 정확하면서도 신속하게 제공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 회사의 포부와 미래비전은 평범하지 않다. 기존 사이트들이 미처 생각지 못한 번뜩이는 아이디어를 캐내 뚜렷한 방향으로 밀어붙이고 있다.코지클럽은 한국에 관한 레저, 관광정보라면 일본인들에게 최고의 평가를 받는 전문사이트로 자리매김한다는 목표를 세워 놓고 있다. 이를 위해 은행, 택시회사, 쇼핑몰, 면세점 및 정보통신부 등과 손잡고 일본인들이 보다 편하고 값싸게, 그리고 한국여행을 믿고 즐길 수 있도록 할인혜택과 정보 서비스를 푸짐하게 제공하고 있다.그렇지만 이 회사는 인터넷 사이트의 무대를 일본시장에만 국한시키지 않는다. 코지클럽의 깃발아래 지구촌의 관광선진국들을 하나로 묶는 정보네트워크를 구축, 일본인들이 전세계 관광, 여행에 관한 사이트라면 가장 먼저 클릭하는 사이버 명소로 키우겠다는 각오다.걸음마 단계에 불과하지만 코지클럽의 사업전략 및 정식 서비스에 들어간 지난 6월부터 최근까지의 성과는 주목할만하다. 우선 회사 이름이자 사이트 명이다. 코지 클럽의 ‘코지’는 원래 일본의 유명한 양과체인점 ‘코지 코너’에서 따온 이름이다. 코지 코너는 오랜 가게 역사와 뛰어난 빵, 케이크 맛 그리고 브랜드 인지도 등을 바탕으로 여성들에게 특히 높은 인기를 얻고 있는 체인점이다.“70년대 후반부터 업무차 일본을 드나들면서 보아온 이름이었는데 단어에서 풍기는 뉘앙스가 여행, 관광정보 사이트와 딱 들어맞는다고 생각했습니다.”조대표는 한국관광에 처음 나서는 일본인들중 20대 전후 젊은 여성이 대다수라는 점에 주목, 사이트 이름을 코지클럽으로 정한 것이 그대로 적중한 것 같다고 분석했다.평소에 자주 보고 듣던 브랜드 네임이라 쉽게 기억할 수 있고 이것이 페이지 뷰로 이어지면서 복합적인 상승효과를 냈다는 진단이다. 코지 클럽은 사이트 개설 2개월만인 지난 8월초 일본인 가입회원수가 벌써 5만5천명을 넘어섰다. 일본인 회원들은 코지 클럽을 통해 서로 정보를 주고 받는 과정에서 자진해 동호회를 결성하거나 새로운 뉴스와 클레임, 제언 등을 올려 회사측을 놀라게 하고 있다.◆ 일본 엘리트여성 포진 섬세한 여행정보 호응코지클럽은 무명의 신설회사 답지 않게 맨파워에서도 철저한 현지화를 추구한다. 이 회사에는 놀랍게도 한국에 거주하는 일본인 고급두뇌가 5명이나 포진하고 있다. 모두 여성인 일본인 직원들은 한결같이 오차노미즈 여자대학 등 일본의 명문대학을 졸업한 학력을 갖고 있으면서, 그저 ‘한국이 좋아서’ 서울에서 살고 있는 사람들이다.조대표는 한국남편과 결혼해 와 있거나 한국에 매료돼 서울에 살고 있는 일본 여성 엘리트들이 적지 않다며 이들을 발굴한 것만도 큰 수확이라고 기뻐하고 있다. 1백% 일본어로 운영되는 코지클럽의 사이트에서 이들 직원은 여성 특유의 섬세한 감각과 완벽한 글 솜씨로 일본인 회원들로부터 대호평을 받고 있다.일자리를 갖고 싶은 일본인 여성들은 자국민들을 위한 정보 사이트에 참가할 수 있어 좋고, 코지클럽은 저렴한 인건비로 고급인력을 쓸 수 있으니 금상첨화격이 아니냐는게 조대표의 자랑이다.코지클럽에 대한 회원들의 지지와 신뢰는 절대적이다. 조대표는 한일간 축구시합이 있을 때마다 모습을 드러내는 ‘울트라 닛폰’과도 탄탄한 유대관계를 맺어놓고 있다. 1백만 회원이 접속하는 울트라 닛폰의 사이트상에서 ‘가자 한국으로’라는 메뉴를 클릭하면 코지클럽의 화면이 당장 뜰 정도다.조대표는 코지클럽이 갖고 있는 최고의 무형 자산중 하나로 각종 데이터를 꼽고 있다. 일본인 회원들이 자진해서 적어 놓는 신상 정보야말로 일본을 이해하고, 일본인의 심리와 기호를 파악하고, 시장을 개척하는데 더 없이 소중한 도구로 활용될 수 있다는게 그의 소신이다.“브랜드 인지도와 회원수에서 넘버 원은 물론 전자상거래 및 광고, 렌탈 등 부대사업을 바탕으로 수익성에서도 최고의 사이트를 만들겁니다.”관광은 부자에서 거지, 도둑에 이르기까지 온국민을 먹여 살리는 효자산업이라고 주장하는 조대표는 대한항공, 동부고속, 계명여행사 등 관광, 운수업계 일선에서만 23년을 뛰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