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용화 성공에 수요 증가 전망 ‘초고속 성장’ 예약 … 올 매출 4백50억원 무난

휴대폰을 꺼내보자. 액정화면이 있고, 폴더를 열면 번호판이 보인다. 그리고 데이터를 잡을 수 있는 안테나와 내부엔 반도체 칩이 꽂혀 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뒷면엔 배터리가 본체에 물려 있다. 휴대폰이 없어지지 않는 한 앞으로 성장할 수 있는 산업분야를 꼽으라면 이 안에 들어 있는 분야일 것이다. 바이어블코리아는 이중 휴대폰의 심장역할을 하는 배터리 전문 제조업체로 승부수를 던진 곳이다. 불과 3년 전인 지난 97년 설립돼 초고속으로 성장, 오는 10월12일 코스닥에 등록할 예정이다.올해 2차전지(충전으로 다시 사용할 수 있는 전지)의 세계시장 규모는 6조원이다. 그 가운데 리튬이온 전지가 3조6천4백억원으로 가장 많이 차지하고 니켈카드뮴이 1조4천3백억원 그리고 니켈수소가 8천7백억원으로 가장 적다.(출처 한국전지조합) 단연 리튬이온 전지가 노트북PC, 휴대폰 등에 사용되는 2차전지로 각광을 받고 있는 셈이다.그러나 바이어블코리아가 뛰어든 분야는 리튬이온 전지 시장이 아니라 리튬이온폴리머 전지(이하 리튬폴리머) 시장이다. 이철상 사장은 “리튬폴리머는 리튬이온보다 30%나 더 가벼워 휴대폰의 경량화를 선도할 수 있다. 또 리튬이온전지의 한계 두께가 4mm인데 반해 리튬폴리머는 최저 1mm까지 제작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이밖에도 리튬을 이용한 전지의 최대 약점은 폭발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인데 리튬폴리머 전지는 지금까지 생산된 어떤 전지보다 안정성 측면에서 뛰어나다는 평가도 받고 있다.(서도원 LG투자증권 애널리스트)◆ 성능 뛰어나지만 시장 대접 못받아성능은 리튬이온보다 뛰어나지만 생소한 탓인지 시장에선 아직 대접을 받지 못하고 있다. 올해 국내 2차전지 시장점유율에서 리튬폴리머는 고작 7%대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에 따르면 국내 리튬폴리머의 수요는 지난해 30만셀(전지를 세는 단위)에서 올해는 1백80만셀 그리고 3년 뒤엔 1천2백30만셀로 해마다 1백% 이상 증가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반면 리튬이온전지의 수요 증가율은 9%에 그칠 것으로 전망했다. 따라서 이 분야 전지시장이 2차전지의 대세가 될 것임을 예고하는 것이다.이처럼 리튬폴리머의 수요가 급격히 늘어날 것으로 예측되면서 바이어블코리아는 이 분야에서 최대의 수혜업체가 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국내 처음으로 이 전지의 상용화에 성공했을 뿐 아니라 경쟁업체인 삼성SDI나 LG화학이 리튬폴리머 전지를 상용화하는 시기가 내년 봄이기 때문에 이들과 1년 가까운 제품 출시 기간의 갭이 생기기 때문이다. 바이어블코리아의 올해 매출은 지난해보다 3백80% 증가한 4백52억원이고 당기순이익도 1천3백%가 늘어난 85억원에 이를 전망이다.이 업체의 초기 성장 배경을 살펴보면 재미있다. 설립 초기에는 주로 말레이시아 에티온사에서 리튬폴리머 셀을 수입해 이를 패킹(Packing, 품질관리와 추가공정을 통해 완성된 배터리 팩을 만드는 것), 삼성전자에 납품했다. 이와 병행해 서울대 응용화학과 연구진과 리튬폴리머 전지의 자체개발도 진행하고 있었다. 삼성전자에 독점 납품할 수 있었던 이유는 연간 5천억원에 달하는 배터리 수입을 줄이려는 삼성전자의 생각과 이 분야의 개발을 추진하고 있던 바이어블코리아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졌기 때문이었다.문제는 전지를 직접 생산하는 공장을 어떻게 설립할 것인가 하는 점이었다. 전지 제조 장비들은 10억원이 넘는 고가인데다 이를 한거번에 구입할 경우 1천억원을 훌쩍 뛰어넘을 수도 있었다. 말하자면 초기 투자비용이 엄청나다는 얘기다. 그렇다고 꼭 성공한다는 보장도 없는 상황이었다.고가의 장비를 살 수 있는 여력이 없자 이사장은 창고에 묻혀 있는 고가의 장비를 찾아내기 시작했다. 실례로 고가 장비중 하나인 충방전기제품을 구입했을 때 일이다. 컴퓨터용 헤드제조업체인 태일정밀은 지난 98년 부도를 맞아 리튬이온 전지를 생산할 수 있는 장비를 창고에서 썩히고 있었다. 부도때문에 이 기계는 국민리스의 자산으로 편입돼 있었고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았다.이사장은 양쪽 업체를 찾아가 “창고에 방치된 것은 국가적으로 낭비”라며 “주면 유용하게 사용하겠다”고 설득했다. 결국 이 장비는 시가의 15%에 해당하는 헐값으로 인수할 수 있었다. 다른 한편으로는 말레이시아에서 수입한 리튬폴리머 전지를 2차 가공하는 과정에서 시행착오도 간접 경험할 수 있었다. 기술을 검증하고 개선해서 기계화할 수 있었던 것이다.바이어블코리아의 지분은 이철상 사장 등 특수관계인이 33.6%, 아시아벤처금융, 테크노21 벤처펀드1호, 기은투자조합 등 벤처금융기관이 19%를 소유하고 있다.★ CEO 인터뷰 / 이철상 사장기술·장비 오픈, 세계와 겨룬다경기도 안성공장에서 만난 이철상 사장은 만나자마자 공장 구경부터 시켜주겠다고 나섰다. 뭔가를 보여주고 싶다는 것은 그만큼 자신도 있고, 하는 일이 자랑스럽기 때문이 아니겠는가.▶ 설립 3년만에 코스닥 등록까지 한 제조업체는 드물다. 요인은.좋은 기술진에 유망 아이템(리튬폴리머) 그리고 정부의 벤처지원금 등 3박자가 맞아떨어진 것 같다. 제조업체답지 않게 의사결정이 신속했고 결과도 좋았다.▶ 올 5월 자체개발에 성공한 이후 실적은.중국 과건(科建)사와 현지에 합작공장을 설립하고 매월 1백만셀을 생산하는 라인을 만들 예정이다. 브라질 비브라사에는 리튬이온과 리튬폴리머 전지를 납품할 계획이다. 노키아의 경우 핀란드 본사에서 직접 우리가 제작한 전지 샘플을 보자고 했다. 국내 업체로는 삼성전자와 와이드텔레콤에 1백만셀을 공급할 예정이다.▶ 삼성SDI나 LG화학, 일본의 소니 등 경쟁업체들과 어떻게 경쟁할 것인가.우선 경쟁업체들이 많을수록 이 분야의 시장이 확대되기 때문에 우리로선 환영이다. 다만 우리가 일본업체들과 다르게 시장을 공략하는 방법은 적극적으로 기술을 이전하고 자체 개발한 장비를 판매하는 것이다. 가령 중국 국영기업에 기술이전을 해주고 합작공장을 세운 것이 그 예다. 성장하는 마켓을 장악하기 위해서는 기술과 장비를 꼭 손에 쥐고 있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오픈해서 우리 브랜드를 알리는 적극적인 전략이 필요하다.▶ 리튬폴리머를 대체할 수 있는 차세대 전지도 있는가.결국엔 배터리 팩이 없어지고 IC칩처럼 휴대폰 본체에 내장된 형태가 개발될 것이다. 이게 가능하려면 리튬 자체를 전지로 이용해야 한다. 여러 가지 방법을 고안하고 있는 중이다. 이 전지가 개발되면 전지 종주국인 일본을 이겼다고 말할 수 있다.약력: 67년 출생. 서울대 경제학과 졸업. 97년 바이어블코리아 창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