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전(口傳)마케팅이란게 있다.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는 힘을 이용해 상품이나 서비스를 파는 것을 말한다. ‘그 상품은 문제가 있어’ ‘그 회사 서비스가 최고야’ 등등. 소비자 입에서 나오는 이런 말들은 주관적이지만 다른 소비자들의 구매결정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소비자가 상품을 구매할 때나 품질·서비스에 대한 의문이 생길 때 가장 쉽게 얻을 수 있는 정보가 주위사람의 사용 경험이기 때문이다.이런 소비자의 구매 심리를 정확히 잡아내 소비자 정보만을 전문적으로 제공해 주고 수익을 올리는 소비자 사이트들이 최근 주목받고 있다.소비자 사이트라고 해서 소비자 주권을 주창하는 안티(Anti) 사이트는 아니다. 안티적인 내용도 있지만 철저하게 수익을 올리기 위한 비즈니스 모델이다. 이 모델의 핵심은 특정상품이나 서비스에 대한 소비자 의견을 가공, 데이터 베이스화해 기업에 파는 것이다.업계 전문가들은 소비자 사이트의 경우 인터넷을 통한 사용자들의 정보 교류가 가능해 시장에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고 평가한다. 하지만 비즈니스로 성공하기 위해서는 소비자 평가의 중립성, 객관성, 공정성 등 운영과정의 투명성을 유지해야 한다고 지적한다.현재 소비자 민심(?)을 이용해 비즈니스를 펼치고 있는 곳은 엔토크, 가이드클럽, 이보스, 클릭캣, 빅트러스트 등 5~6곳이다. 특히 엔토크, 가이드클럽, 이보스는 소비자 사이트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3인방. 모두 지난해 말과 올해 초에 설립돼 1년 가까이 소비자 리뷰 사이트를 운영해 오면서 상당량의 데이터를 축적해 나름대로 경쟁력을 갖췄다. 이들 업체들은 축적된 소비자 정보와 솔루션을 가지고 본격적인 수익 올리기 경쟁에 들어갔다.엔토크커뮤니케이션즈(entalk.co.kr)는 축적된 5만5천건의 리뷰 데이터를 이용해 10월부터 사이트에 기업 페이지를 개설하고 회원을 모아 유료로 정보를 제공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지난 6월 정보 가공 및 리서치를 위한 엔토크마케팅연구소(EMR)도 설립했다. 현재 엔토크의 주요 수익모델은 광고와 콘텐츠 판매. 콘텐츠는 현재 심마니, 네이버, 하나넷, CJ39 등과 계약을 맺고 제공하고 있다. 올해 상반기에 5억원의 매출을 올린 엔토크는 연말까지 10억원 매출을 기대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사이트를 연 엔토크의 회원은 9월말 현재 8만명. 글을 올린 소비자들은 3단계 평가 후 건당 1천원의 원고료를 받고 있다. 엔토크는 또 지난 8월말 현대종합상사, 일본 정보통신 업체 다이찌이통신과 합작법인을 세우고 일본 시장에도 진출했다.가이드클럽(guideclub.com)을 운영하고 있는 네트커뮤니케이션은 축적된 2만건의 데이터를 이용한 ASP사업과 리뷰시스템 판매를 주요 수익모델로 잡았다. ASP 사업은 가이드클럽을 특정 업체에 맞도록 서비스하는 것으로 현재 라이코스코리아, 동아닷컴과 계약을 맺었다. 라이코스코리아와는 월 1천만원의 사용료를 받기로 했다. 솔루션 판매는 가이드클럽이 개발한 리뷰시스템을 패키지 형태로 파는 것으로 현재 해외업체와 공급 협상중이다. 가이드클럽에 등록된 회원은 2만명으로 이 가운데 2천~3천명 정도가 규칙적으로 글을 올리고 있다. 소비자 리뷰는 등급에 따라 원고료를 5백원에서 2천원까지 지불한다. 지난해 11월11일 사이트를 오픈한 네트커뮤니케이션의 올해 매출 목표는 4억5천만원.◆ 글 올린 소비자에 소정의 원고료 지급올해 2월 문을 연 인사이트커뮤니케이션즈(evoice.co.kr)는 경쟁업체와 다르게 수익모델을 CRM(고객관계관리) 쪽에서 찾고 있다. 인사이트는 소비자 정보를 모으기 위해 우선 쇼핑 비교사이트 야비스, 쇼핑몰 쇼펠넷, 웹사이트 평가업체 에슈컴코리아 등과 손잡고 쇼핑몰 검색엔진을 개발중이다. 검색엔진을 이용한 소비자들의 정보는 개발중인 CRM 솔루션 스마트몰(가칭)로 축적된다. 축적된 데이터는 기업들에 필요한 형태로 가공돼 유료로 제공한다는게 인사이트의 CRM 전략이다. 인사이트가 현재 보유하고 있는 소비자 리뷰 건수는 4만건. 현재 활발하게 리뷰를 올리는 소비자는 8천명 정도다. 인사이트는 다른 업체와 다르게 원고를 올리는 모든 소비자에게 건당 4백원을 제공하고 있다.소비자 의견보다는 전문가 그룹에 의해 상품을 평가하고 인증 마크를 주는 사이트도 있다. 빅트러스트(bigtrust.com)는 인터넷 쇼핑몰 회사의 제품을 평가한 뒤 제품마다 ‘B/T’라는 인증 마크를 준다. 인증마크가 부착된 제품을 구매한 뒤 30일 이내에 하자가 발생할 경우 물건 값은 물론 구매금액의 10%를 추가로 보상한다. 빅트러스트는 보상금 지급을 위해 삼성화재보험과 제휴를 맺었다. 빅트러스트의 수익은 인증된 물건이 팔릴 때마다 해당 쇼핑몰에서 일정액의 수수료를 받는 것. 현재 한솔CSN과 계약을 맺었다.한편 소비자 사이트가 비즈니스 모델로 적합하지 않아 방향을 수정했거나 시장조사를 잘못해 문을 닫은 업체도 있다. B2B 솔루션업체인 파이언소프트가 운영하고 있는 클리캣(Clicat.com)은 소비자 리뷰에 의한 비즈니스 모델이 한계가 있다고 보고 쇼핑 콘텐츠 제공쪽으로 사업 방향을 바꿨다. 또 올해 4월초 개그맨 김형곤씨 동생이기도 한 변호사 김형진씨가 의욕적으로 설립한 인터클(intercle.com)은 소비자 사이트에 대한 비즈니스 분석 없이 시작했다가 최근 사업을 접었다.소비자 사이트는 사용자 정보를 전자상거래와 연결시키는 비즈니스 모델로 e-비즈니스 틈새시장으로 성장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기업들에 어느 정도 가치를 줄지는 더 두고봐야 한다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