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어딜 가면 후회없는 외식을 즐길 수 있을까.”맛있고 분위기 좋은 집이라는 말만 듣고 찾았다가 알려진 것과는 달리 형편없는 곳이라는 것을 확인했던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면 곧잘 이런 고민을 한다. 최근 미국에서는 여행중이거나 외식을 원하는 사람들에게 객관적으로 음식점을 평가한 자료를 제공하는 레스토랑 평가업이 각광을 받고 있다.이 분야의 선두주자는 뉴욕에 본사를 두고 있는 ‘재거트 서베이(Zagat Survey)’. 이 회사는 한 두 사람의 음식 비평가가 아니라 다수의 음식 조사 평가단에 의한 평가법을 개발, 미국의 50개 주요도시에 진출해 2만여개의 레스토랑을 커버하는 레스토랑 평가회사로 급성장했다.창업자인 팀 재거트씨 부부는 원래 뉴욕에서 개업하고 있던 변호사 출신. 유명 레스토랑을 찾아 외식을 즐기는 취미를 가지고 있는 두 사람은 자신들이 가장 좋아하는 일에서 엄청난 금맥을 찾았다.재거트 서베이의 컨셉은 단순하지만 뛰어나다. ‘한 사람보다는 많은 사람들이 정확하고 객관적인 평가를 할 수 있다’는게 핵심이다. 최초의 조사결과는 1979년에 완성됐다. 재거트 부부의 친구인 미식가들이 직접 레스토랑을 방문, 평가한 내용이었다. 그러나 그 당시만 해도 이것이 사업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식도락동호회 수준으로 운영되는 재거트 서베이가 본격적인 사업을 시작한 것은 1983년 부터. 초기에는 조사 결과를 담은 인쇄물 7천5백부로 시작했지만, 판매 부수가 비약적으로 늘어나면서 50만부 이상 발행하기에 이르렀다. 결국 취미가 본업이 됐고 재거트씨 부부는 변호사 업무를 기꺼이 중단했다.뉴욕에서 시작된 이 사업은 워싱턴 DC, 로스앤젤레스, 샌프란시스코, 시카고 등을 거쳐 주요도시 50여 곳으로 확대됐다. 각 지역에서는 2명의 스태프가 모든 일을 처리한다. 라이터(writer)는 편집 분야를 맡고 홍보담당자는 와인 전문점, 고급음식점, 법률회사, 회계회사, 은행 등을 돌아다니면서 조사평가원을 물색하는 일을 한다.재거트 서베이의 특징은 구체적인 숫자로 해당 레스토랑을 평가한다는 것이다. 맛, 분위기, 서비스, 가격 등 외식의 4가지 주요 항목을 놓고 0점에서 30점까지의 점수를 매긴다. 평가대상이 된 레스토랑으로서는 가혹한 면이 없지 않지만 재거트 서베이에 등재된 것만으로도 이익이 된다고 믿기 때문에 결과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는 곳은 거의 없다. 평가 대상이나 독자 모두가 재거트 서베이를 신뢰한다는 이야기다.◆ 식도락 즐기는 전문직 종사자들이 자원봉사10만명을 헤아리는 이 회사의 조사평가원들은 일반고객처럼 행동한다. 대부분이 법률, 회계, 금융 분야에서 일하고 있는 전문직 종사자들로 대가를 받지 않고 일하는 자원봉사자들이다. 식도락을 즐기는 동호인들은 오히려 ‘즐거운 일’로 받아들인다.이 회사는 독자적인 조사 컨셉에 기초해서 별도 장르의 가이드북 제작에 나서고 있다. 미국 전역의 호텔, 리조트, 온천의 가이드북을 내놓는 것을 시작으로 항공사, 렌터카 회사 등을 대상으로 하는 가이드북 사업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02) 501-20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