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 탈출 돌파구, 북토피아·에버북 등 시장선점 군침 … 전용단말기 보급 등 시장 형성이 급선무

컴퓨터와 책과의 만남!불황에 허덕이고 있는 출판업계가 현재 가장 야심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분야가 바로 전자책, 즉 e-Book 서비스다. 종이로 만든 책 대신 컴퓨터에서 볼 수 있도록 디지털화한 e-북은 컴퓨터에 익숙한 신세대들을 우선적인 타깃으로 하고 있다. 그러나 읽는 책보다 보는 문화(영상물, 만화 등)에 익숙한 신세대들을 어떻게 e-북의 독자로 끌어들이느냐는 e-북 서비스업체들의 숙제로 남을 수밖에 없다. 여기에는 풍부한 콘텐츠(책의 내용)의 확보뿐만 아니라 전용프로그램과 단말기 등 기술적인 문제도 얽혀 있다.출판사들은 그럼에도 e-북이 멀지않아 업계의 주류로 떠오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미 미국에선 스티븐 킹의 소설(‘Riding the Bullet’)이 e-북 전용으로 선보여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는 소식이다. 그래서 기존의 굵직굵직한 출판사들이 너도나도 e-북 서비스시장에 뛰어들고 있다.현재 운영중인 대표적인 e-북 서비스업체로는 바로북, 와이즈북닷컴, 북토피아, 에버북, 예스24 등이 꼽히고 있다. 이들중 북토피아와 에버북은 기존 출판사가 중심이 된 e-북 서비스업체로, 종이책의 e-북화 및 기존 출판사의 디지털화를 주도한다는 점에서 그 행보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멀지않아 ‘e-북이 업계 주류’ 전망나와북토피아(www.booktopia.com 대표 조근태 현암사 사장)는 지난해 5월 단행본 중심의 출판사들이 대한출판문화협회에서 독립해 만든 한국출판인회의가 주도한 e-북 서비스업체. 1백6개 출판사들이 주주로 참여하고 있다. 김영사, 나남출판사, 박영사, 사계절, 삼성당, 열린책들, 한길사, 현암사, 황금가지 등 이름만 들어도 알만한 출판사들이 다수 포진해 있다. 게다가 공지영, 김원일, 신현림, 안정효, 이문구, 이우혁 등 잘 나가는 작가들(현재 16명)도 북토피아의 주주들이다.올해 6월 사이트 오픈 및 무료 e-북 서비스에 들어가고 지난 9월부터 유료서비스를 시작했다. 현재 근현대 작가 3백40명 작품 2천여권을 무료 e-북으로 제공하고, 6백권의 e-북을 유료로 선보이고 있다. 북토피아는 단순한 e-북 서비스를 넘어 출판계를 대표하는 국내 최대의 도서 포털 사이트이자 출판업 선진화 및 디지털화의 선구자가 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에버북(www.everbook.com)은 국내 단행본 종합출판사중 매출 1, 2위를 다투는 중앙M&B와 민음사를 비롯해 경제·경영서적 전문인 청림출판사, 인문학 전문의 까치, 아동교육부문의 한국프뢰벨, 음악전문 삼호출판사 등 5개 출판사가 공동주주로 참여한 업체다. 해외저작권 중개업체인 에릭양 에이전시와 미디어스테이션이 가세했다는 점도 에버북에 무게를 실어주는 부분이다. 10월20일 유료사이트를 오픈, 이문열씨의 e-북 전용작품인 ‘하늘길’을 시작으로 9권의 국내외 작가 작품을 10월말까지 유료 e-북으로 선보일 계획이다. 앞으로 매달 50권의 새로운 e-북을 내놓을 방침. 에버북은 해외 저작권 에이전시를 끼고 있기 때문에 인기 있는 해외 저작물의 e-북화에 강세를 보일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이들 출판사 중심의 e-북 서비스업체들은 콘텐츠(작품) 확보에 유리하다는 것을 가장 큰 강점으로 들면서 출판계를 대표하는 e-북 리더로 자리매김하고자 한다. 그러나 바로북 등 한발 앞서 서비스를 시작한 기존업체들의 공세도 만만치 않다.◆ 내년초 e-북 전용단말기 나오면 시장형성바로북(www.barobook.com)의 경우 1997년부터 나우누리 등 4대 통신사에 무협소설, 만화 등을 제공해온 경험과 노하우를 살려 일찌감치(1998년10월) e-북 시장에 뛰어들었다. 현재 4천3백여권의 작품을 유료 e-북으로 선보이고 있는데, 올해안에 1만권으로 늘릴 계획이다.책읽기 프로그램(viewer)을 자체개발하고 있는 것도 특징이다. 이밖에 e-북 전문 솔루션업체인 와이즈북(www.wisebook.com)과 국내 최대의 인터넷 서점인 예스24(www.yes24.com)도 e-북 시장에 작지 않은 군침을 삼키고 있는 실정이다.이들 업체들은 e-북이 빠른 시일 안에 종이책을 완전히 대체하리라고 보지는 않는다. 그러나 적어도 몇 년 안에 e-북이 종이책 독자의 상당수를 흡수할 것으로 보고 있다. 종이책 독자들이 하루아침에 e-북 독자로 돌아서진 않겠지만, 상당 비율의 독자공유는 가능하다는 얘기다.게다가 e-북만이 할 수 있는 멀티미디어 기술과 새로운 서비스로 신세대들을 끌어들일 경우 5년안에 전체 출판시장의 절반 정도를 e-북이 차지하리라는 낙관적인 전망도 나오고 있다. 여기에 단말기 솔루션 시장을 포함할 경우 e-북 관련시장은 5조원 규모에 달할 것이란 추정치도 나왔다.에버북 마케팅팀 정성경 팀장은 “일단 시장을 키우는 것이 급선무”라고 말한다. 북토피아 문영규 마케팅 팀장도 “e-북 시장은 이제 시작단계에 불과하다. 내년 초쯤 e-북 전용 단말기가 나와야 제대로 시장형성이 될 것이다”라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국내 e-북 관계자들은 대체로 국내 종이책 출판사 및 작가들이 e-북 서비스에 호의적인데다, 국내 e-북 관련 기술 및 개발속도가 미국에 이어 거의 2번째로 인식되는 만큼 e-북 시장의 파이는 커질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출판업계에서도 e-북을 기존 출판시장에 대항하는 ‘이단아’라기 보다는 새로운 출판문화를 형성하는 하나의 ‘돌파구’로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e-북, 어떻게 이용하고 어떤 기술이 나와 있나우선 읽기전용 프로그램 다운받아라e-북을 읽기 위해서는 일단 해당 e-북 서비스업체 웹사이트에 접속한 다음 회원등록을 하고(대부분 무료), 읽기 전용 프로그램(viewer)을 다운받는 것이 기본이다. 업체들은 저마다 ‘맛보기’용 무료 e-북을 제공하고 있다. 유료 e-북의 가격은 일반적으로 종이책의 30~40% 수준이다. 서점에서 1만원짜리 책이라면 e-북으로는 3천~4천원에 볼 수 있다는 얘기다.현재 업체들이 가장 신경쓰고 있는 e-북 관련 기술이 바로 이 읽기 전용 프로그램이다. 보고 읽기에 편하면서 동영상, 검색, 사운드, 밑줄긋기 등 여러 가지 기능을 갖추어야 하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기반기술은 PDF와 XML이다. PDF는 그림 화보 등 이미지 구현에 유리한 대신 파일크기가 크고, XML기반의 뷰어는 이미지 표현엔 불리하지만 읽기에 편하면서 파일크기가 적다는 장점을 각각 갖고 있지만 표준화가 안됐다는 점이 한계로 지적되고 있다.e-북 관련 기술중 e-북의 활성화에 결정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되는 것이 e-북 전용 휴대용 단말기다. 국내에서 e-북 전용 단말기 개발에 가장 앞서 있는 업체는 한국전자북(www.hiebook.com)이다. 지난 9월 미국표준화위원회 주최로 워싱턴에서 개최된 ‘eBook2000’포럼에서 e-북 전용 휴대용 단말기를 출시, 좋은 반응을 얻었다. 이 휴대용 단말기는 종이책의 장점인 이동성에 컴퓨터의 장점인 멀티미디어 기능을 최대한 결합시킨 것. 인터넷에서 다운받은 책을 손바닥만한 크기의 단말기에 저장, 언제 어디서나 휴대하며 읽을 수 있도록 했다. 또한 주소록 일정관리 및 메모기능에 MP3기능까지 갖췄다.한국전자북 최영찬 사장은 “음악을 들으며 책을 보는 것이 기본 컨셉”이라고 밝혔다. 이 단말기는 컴퓨터상의 다른 e-북과 마찬가지로 단순히 읽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중요한 단어나 문장에 대한 밑줄표시, 모르는 단어에 대한 검색기능도 갖고 있다.북토피아 등 일부 e-북 업체들이 e-북 시장의 활성화 계기를 내년 초로 삼고 있는 이유도 e-북 전용 단말기 출시가 내년 1~2월께로 예정돼 있기 때문이다. 휴대용 단말기의 가격이 29만원대로(업체추정) 비싼 편이지만, e-북 시장에 대한 정부지원이 있을 경우 10만원대로 낮아질 수도 있을 것으로 업체 관계자들은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