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기능 세탁·수선기계로 핸드백 등 가죽제품 ‘새것’처럼 손질 … 재료비 지출 적은 것도 이점

권사장은 창업에 앞서 체인본사에서 8주 동안 교육을 받아 웬만한 수선 기술을 익혔다.항공기정비사에서 구두수선공으로의 변신.‘구두처리119’ 서울 마포점을 운영하고 있는 권오성(54) 사장은 2년전까지만 해도 세계 곳곳을 누비는 대한항공 항공기정비사였다. 25년 경력의 베테랑 정비사인 그는 가족과 함께 미국 일본 싱가포르 등에서 근무하며 안정된 생활을 누렸다. 하지만 98년 불어닥친 구조조정 바람만은 피하지 못해 그도 명예퇴직 대열에 합류해야 했다.새로운 일을 찾는 것 또한 쉽진 않았다. 퇴직 후 1년 가까이 창업 아이템을 결정하는 일에만 매달렸다.“새로운 일거리를 찾아 나서면서 한가지 원칙을 세웠죠. 아무나 할 수 있는 사업으로는 성공할 수 없다는 겁니다. 경쟁이 비교적 덜하고 위험부담이 적으면서도 기술력이 필요한 사업이 불황을 이길 수 있다고 생각했지요. 1년 가까이 고민한 끝에 선택한 것이 ‘구두병원’입니다.”가족들은 권사장의 결정에 선뜻 동의하지 않았다. ‘험한 일’이라는 것은 둘째치고 ‘과연 장사가 될까’하는 걱정이 앞섰기 때문.하지만 권사장은 의지가 확고했다. 여러 선진국에서 구두수선·세탁 전문점이 자리잡은 모습을 봐온 데다 IMF 위기를 거치면서 검약 분위기가 확산돼 수요가 풍부할 것이라는 확신이 있었다. ‘하층민 직업’, ‘3D 업종’이라는 세간의 선입관은 중요치 않았다. 오히려 ‘이것이야말로 선진국형 소자본 창업의 전형’이라고 판단했다.지난해 11월 마포대로변에 8평 점포를 얻으면서 ‘구두수선공’ 생활을 시작했다. 비행기를 고치는 일에서 구두를 고치는 일로 일대 전환을 한 것이다. 멀리서도 눈에 잘 띄는 노란색 간판을 달고 낡은 구두, 핸드백의 수선 전·후 모습을 비교한 진열대도 마련했다. 길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자그마한 구두방과는 서비스와 품질이 다르다는 것을 점포 외형에서부터 강조했다.권사장은 창업에 앞서 체인본사에서 8주 동안 교육을 받아 기초적인 수선·세탁·염색 기술을 익혔다. 또 각종 기능이 내장된 기계를 들여놓아 비교적 순조롭게 출발할 수 있었다. 개업을 하자 별다른 홍보를 하지 않았는데도 마포대로 주변 도화동, 공덕동 일대의 대단지 아파트 주민들과 고층 빌딩에 근무하는 직장인들이 찾아오기 시작했다. 그리고 한번 방문한 고객은 절반 이상이 다시 찾고 있다.“10단계 공정에 정성 더했더니 금새 입소문”“무엇보다 품질이 좋기 때문이죠. 전용 세척제, 영양제를 사용하고 10단계에 이르는 공정에 정성까지 입히니 만족할 수밖에요. ‘혹시나’하고 맡겼던 구두가 새것처럼 바뀌었다고 좋아하는 걸 보면 제 기분까지 확 살아납니다.”구두가 주종을 이루지만 ‘전부’는 아니다. 핸드백, 골프화, 가죽점퍼까지 세탁, 수선, 염색이 필요한 가죽제품은 무엇이든 척척 손질해낸다. ‘종합 가죽수선전문점’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이같은 종합 서비스가 가능한 것은 다기능 세탁·수선기계 덕분이다. 구두 한 켤레를 닦는데도 자동화 기계를 이용, ‘확실하게’ 닦아준다. 흠집에 먹물을 칠하고 구두약을 입혀주는 수준이 아니라 기계로 먼지를 털고 약품을 입혀 구두의 수명까지 늘려주는 역할을 한다. 시중 구두방보다 두배 이상 비싼 가격을 받는데도 직장인 단골이 많은 이유가 여기에 있다.“가격이 싼 구두나 핸드백은 굳이 고쳐 쓸 생각을 하지 않죠. 하지만 비싼 값을 치른 아끼는 소품들은 오랫동안 사용하고 싶어합니다. 이런 점을 감안하면 사무실 밀집지나 중산층 거주지에 자리잡는 게 유리하지요.”하루 평균 고객은 20~30명 선. 창업 초기에 한달 평균 5백만원 정도였던 매출이 이제는 7백50만원 선으로 올랐다. 단골이 생기고 권사장 솜씨가 입에서 입으로 전해진 덕분이다. 게다가 재료비 지출이 크지 않아 알토란같은 순수익을 고스란히 건지고 있다. 부인과 단둘이 꾸려가기 때문에 인건비 지출이 없다는 것도 고수익의 비결. 임대료, 관리비 등을 제외한 한달 평균 순수익은 5백30만원 선이다.창업에는 총 9천만원 정도가 들어갔다. 임대보증금과 권리금에 5천만원, 세탁·수선기계 구입에 2천2백만원이 들어갔고 인테리어, 재료비 등에 1천여만원을 썼다.권사장은 이 사업의 전망을 아주 밝게 보고 있다. 선진국으로 갈수록 국민들의 근검절약 정신이 강해지고 합리적인 소비의식도 확산될 것이기 때문이다. 최근 주부들 사이에서 퍼지고 있는 자원 재활용운동도 권사장에겐 고무적인 현상이다.“창업을 준비하면서 예상했던대로 비교적 순탄하게 자리를 잡고 있습니다. 7~8월 휴가철을 제외하고는 꾸준하게 고객이 늘었어요. 건강이 허락할 때까지 평생직업으로 승부를 걸어 볼 생각입니다.”이 사업은 고객을 만족시킬 수 있는 완벽한 기술이 성패의 관건이다. 모든 가죽제품을 새것처럼 손질한다는 점을 부각시켜 기존의 구두수선점과의 차별성을 강조하는 것도 필수. 주고객층인 20~30대 여성층의 호응을 얻기 위해 유명 가죽 브랜드와 제휴, 신속한 애프터서비스를 제공하는 전략도 시도할 만하다.일본, 미국에서는 가죽제품 수선·세탁업이 대표적인 유망업종으로 꼽힌다. 국내에서는 도입기에 불과하지만 입지, 수요층에 유의한다면 전망이 밝은 것으로 평가된다. (02)2060-927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