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51170최근 들어 클린턴대통령 이후 미국을 이끌어갈 차기 대통령이 상당기간 동안 지연됨에 따라 미국경제에 대한 신뢰가 떨어지고 있다. 이미 국제금융시장에서는 미 달러화와 주식, 국채가격이 동시에 떨어지는 ‘트리플 약세조짐’이 일고 있다.현재 미국경제에 대한 시각은 신뢰정도에 따라 연착륙(Soft Landing)과 경착륙(Hard Landing)으로 구분된다. 만약 미국경제가 연착륙된다면 다행이겠지만 경착륙될 경우 세계경제는 침체의 늪으로 빠져들 가능성이 높다. 지난 10년간 장기호황으로 미국경제는 세계 전체 소득(GDP)의 약 25%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한 나라의 경제가 연착륙되느냐 혹은 경착륙되느냐 여부는 두가지 기준에 의해 판명된다. 하나는 성장의 질이 얼마나 건전한가 하는 점이다. 다른 하나는 기존의 성장동인이 약화될 무렵에 새로운 성장동인으로 얼마나 신속하게 대처할 수 있는가 하는 정책운용능력이다.최근에 미국경제는 구경제에서 신경제 국면을 지나 ‘골디락스 경제’에 진입했다고 평가되고 있다. 골디락스 경제라 하는 것은 영국의 전래동화에서 이름을 따온 것으로 한 나라의 경제가 이보다 더 좋아질 수 없다는 가장 이상적인 경제를 두고 말한다.따라서 현재 미국경제는 실물경제와 금융시장, 노동시장이 이상적인 조화를 이루면서 ‘고성장·저물가·저실업’ 현상이 나타남에 따라 성장의 질이 매우 건전한 상태다.현시점에서 미국경제가 연착륙되어 성장률이 둔화된다 하더라도 미 연준이 파악하고 있는 잠재수준인 3∼3.5% 정도는 충분히 안착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물론 미국경제가 연착륙될 경우 지난 10년간 성장과정에서 잉태된 거품을 제거할 수 있어 지속 성장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신경제 침체 불구 연착륙 가능성 높아정책운용능력도 사전에 경제현상을 읽고 대처하는 선제적(Pre-Emptive)인 능력이 뛰어나다. 지난 10년간 호황국면을 성장동인별로 나눌 때 제1기(91.3∼95.2)에는 연방정부와 민간기업 차원에서 대대적으로 추진된 구조조정 정책이 효과를 보면서 미국경제가 성장국면에 진입했다.미국경제를 침체국면에서 끌어 올렸던 구조조정 효과도 94년말 멕시코 외환위기가 발생할 무렵부터 약화될 조짐을 보였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경제의 성장을 연장시킬 수 있었던 제2기(95.2∼98.8)의 동인이 바로 루빈 재무장관의 ‘강한 달러화 정책’이었다.95년초 재무장관으로 취임한 루빈은 강한 달러화 정책을 추진함으로써 제1기의 성장동인이 약화됨에 따라 경제성장률이 떨어지는 현상을 ‘부(富)의 효과’(외자유입→주가상승→자산소득 증대→소비촉진→성장)를 통해 보완할 수 있었다.강한 달러화 정책도 98년8월 러시아 모라토리엄을 계기로 고평가된 달러화 가치가 시정돼야 한다는 요구가 거세지면서 더 이상 성장동인이 못됐다. 당시 강한 달러화 정책이 3년 반 이상 동안 지속됨에 따라 미국 이외의 지역에 유입됐던 자금이 미국내로 몰림에 따라 세계경제나 국제금융시장이 제2의 대공황을 우려할 만큼 불안감이 고조됐다.이에 따라 세계경제와 국제금융시장의 안정을 위해서는 고평가된 달러화 가치가 시정돼야 한다는 분위기가 확산됐다. 그 결과 미 연준은 98년9월말 이후 세 차례 금리인하를 단행함으로써 달러화 가치의 약세를 유도하고 국제유동성을 공급함에 따라 세계경제와 국제금융시장이 안정을 찾을 수 있었다.문제는 미국경제 입장에서는 강한 달러화 정책으로 더 이상 성장을 지탱할 수 있는 요인이 약화됐다는 점이다. 그 이후 최근까지 제3기의 미국경제 성장을 지속시킬 수 있었던 동인은 바로 신경제 국면을 낳게 한 인터넷과 같은 첨단기술업종이다.첨단기술업종은 제조업과 달리 수확체증법칙이 적용됨에 따라 2차 세계대전 이후 가장 이상적인 미국경제 성장을 이끌어 낼 수 있었다. 우려되는 점은 최근 들어서는 첨단기술업종이 주류를 차지하고 있는 나스닥 주가가 빠지면서 더 이상 성장동인이 못될 것이라는 분위기가 팽배해지고 있다는 것이다.그렇다면 클린턴대통령 이후 차기 정부가 미국경제를 이끌어갈 성장동인은 무엇인가. 여러가지 견해가 대두되고 있으나 기존의 구조조정·강한 달러화·첨단기술과 같은 동인이 복합돼 시너지 효과에 의해 미국경제를 이끌어 나가는 제3의 성장섹터인 ‘혼합경제(Fusion Economy)’가 될 것으로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결국 이런 국면은 골디락스 경제라 불릴만큼 실물경제와 금융시장, 노동시장간에 선순환 고리가 형성될 수 있을 때만 가능하다. 벌써부터 차기 정부에 강한 달러화와 자본시장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는 것도 이런 연유다.특히 공화당이 집권할 경우 전통적으로 강한 미국을 표방해 온 점을 감안할 때 미국경제의 기초여건과 맞물려 80년초 레이건 대통령이 집권할 당시와 버금가는 강한 달러화 시대가 도래할 것이라는 견해가 나오고 있다.결국 미국경제는 성장의 질이 건전하고 정책운용기술로 선제적 차원에서 잘 대응해 온 점을 감안하면 연착륙될 가능성이 높은 상태다. 물론 미국경제가 연착륙된다면 세계경제와 국제금융시장이 불안정 국면에 빠질 수 있는 가능성은 그만큼 적어진다는 의미다.우리 경제는 어떤가. 일단 이번의 경기회복은 98년9월말 연준리의 세차례 금리인하 이후 찾아온 3저(低)의 혜택이 강하다. 문제는 한 나라의 경제변수를 통제여부에 따라 정책변수(Policy Variables)와 행태변수(Behavior Variables)로 나눌 때 3저와 같은 대외환경변수는 우리 스스로 통제할 수 없는 행태변수(Behavior Variables)이기 때문에 성장의 질이 건전치 못하다.한국, 선제적 차원 정책 펴나갈 때이에 따라 최근에 국제유가가 35달러대로 오르고 64메가 D램값이 4달러 밑으로 떨어짐에 따라 우리 경제와 증시가 흔들리고 있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분명한 것은 성장의 질이 건전하지 못할 경우에는 대외환경에 항상 좌우돼 한 나라 경제의 안정성과 독립성이 확보되기 어렵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정책운용능력도 그동안 수많은 정책이 쏟아져 나왔지만 선제적 차원에서 나오는 정책은 찾아볼 수 없다. 무슨 현안이 터져 나오면 그때 가서 허둥지둥 하루 이틀만에 과거의 정책을 뭉뚱그려 나오는 대중요법이 주가 되고 있다. 이런 정책이 주류를 이루면 정책비용은 있는대로 치르면서 의도한 정책효과를 내기란 어렵다.문제는 성장의 질이 건전하지 못하고 정책이 뒷북만 치는 상황이 지속될 경우 궁극적으로는 정책과 정책당국에 대한 신뢰가 급격히 떨어지는 악순환이 발생된다는 점이다. 물론 이런 상황에 놓일 경우 정책당국이 정책을 가져갈 수 있는 여지가 없기 때문에 총체적 위기국면에 빠지게 된다.올해 정기국회에서 우리 경제의 총체적 위기논쟁이 여야간에 격렬하게 일어났던 것도 이런 측면에서 보면 쉽게 이해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런 상황인데도 불구하고 한번쯤은 생각해 봐야 할 문제는 우리 경제의 성장을 보장해 주지 못하는 정책을 자주 발표하면서 기자회견은 미국보다 요란하게 한다는 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