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개발·마케팅 위해 국내외 누벼 … 디지털 융복합화 혁명 선도 차기 목표

흔히 20세기를 아날로그 시대라고 할 때, 21세기는 디지털 시대라고 한다. 통신을 예로 들자면, 음성을 0과 1로 대별되는 디지털 신호로 바꿔 보다 깨끗하고 정확하게 전달한다는 것이 디지털의 핵심이다. 아날로그에 대비해 쓰이는 디지털은 보다 정확하고, 보다 선명하고, 보다 빠르고, 보다 선진적인 것, 결국 ‘보다 나은 것’을 의미한다. 그래서 디지털 경제, 디지털 경영, 디지털 마인드 등이 유행어가 되고 있으며, 21세기를 20세기와 구분짓는 가장 상징적인 단어 또한 디지털로 요약된다. ‘모든 것은 디지털로 통한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삼성전자 진대제 디지털미디어 총괄 사장(48)은 바로 디지털 시대를 이끄는 대표적 CEO로 꼽힌다. 이미 디지털로 바뀐 컴퓨터와 그 주변제품 및 무선전화기를 비롯해 컬러TV, VCR, 캠코더 등 가전제품의 디지털화가 진사장의 손에 달려 있는 셈이다. “삼성전자가 반도체 부문에서 이룬 성과를 바탕으로, 디지털미디어 분야에서도 세계 최고, 초일류 ‘디지털 e-Company’가 되고자 한다”는 것이 진사장의 포부다. 구체적으로는, 2003년까지 디지털TV와 DVD 등 7개 제품을 세계 시장 점유율 15% 이상의 1등 제품으로 만들겠다는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진사장의 이런 포부는 그의 경력 및 능력에 비추어 결코 과장된 말이 아니라는 것이 주변의 평가다.기업 이윤으로 주주 이익·사원복지 추구반도체 업계에서 진사장은 사실상 ‘한국 반도체 산업의 대부’로 불리는 인물. 서울대 전자공학과 70학번으로, 미 스탠퍼드 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뒤 IBM, 휴렛팩커드 등에서 연구원으로 근무하다 85년 삼성전자 미 현지법인 수석연구원으로 삼성과 인연을 맺었다. 이후 4메가, 16메가, 64메가, 2백56메가 D램 반도체를 일본보다 앞서 개발하는데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 오늘날 삼성전자가 ‘반도체 신화’를 이룩한데는 그가 일등공신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덕분에 지난해 연말 삼성그룹 정기인사에서 40대의 비교적 젊은 나이의 그가 디지털미디어담당 사장으로 발탁됐을 때 주변에선 그가 이 사업분야에서 ‘또 하나의 신화’를 일궈내리란 기대를 숨기지 않았다. 아직 취임 1년이 채 안된 시점에서 그에 대한 기대의 실현 여부를 매출액이나 이익 등 수치로 증명하긴 힘들다.그러나 현재 디지털 TV에 대한 세계시장의 평가나 디지털 가전시장의 성장률(30%)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볼 때 그에 대한 기대는 여전히 긍정적이다. 여기에는 물론 하루 24시간을 48시간처럼 쪼개 쓰며 기술개발과 마케팅을 위해 국내외를 누비고 다니는 진사장의 지칠줄 모르는 열의도 한몫 하고 있다.“디지털 기술은 모든 전자제품들을 사용자의 편의에 맞춰 점차 컨버전화(융복합화) 하고 있습니다. 제품 측면보다는 사용자 측면을 고려하고 있다는 뜻이지요. 이를 위해 저희 사업부에서는 컴퓨팅과 엔터테인먼트, 네트워킹 등에 중점을 두고 디지털 융복합화 혁명을 선도해나갈 방침입니다. 가장 큰 목표이자 비전은 최고 제품과 서비스로 고객만족을 실천하고, 여기서 나오는 기업 이윤을 통해 주주 이익과 사원복지를 추구하는 것입니다.”진사장은 “이익을 창출하고 기업가치를 지속적으로 상승시키는 것이 경영자의 기본역할”이라며 이를 위해 앞을 내다보는 통찰력과 이를 추진하는 결단력을 CEO의 가장 중요한 덕목으로 꼽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