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 시장 ‘1위 제품’ 가장 많이 보유한 기업
2년 연속 연매출 3조원 돌파
식품기업 오뚜기에 따라붙는 수식어다. 설립 55주년을 맞은 오뚜기는 심장병 어린이 수술비를 대고 10년간 라면 가격을 동결하고 상속세를 제대로 냈다는 사실이 밝혀지며 착한 기업 반열에 올랐다.
오뚜기의 경영 철학과 기업 이미지는 대외적으로 널리 알려진 반면, 오뚜기가 식품산업에 새긴 궤적은 상대적으로 덜 유명하다. 뛰어난 외모 때문에 실력이 묻힌 셈이다.
오뚜기는 55년간 카레 외에도 한국 식탁 위에 다양한 ‘최초’의 역사를 썼다. 먼저 케첩. 한국인의 밥상에 낯선 이름의 새빨간 소스가 등장한 건 불과 50년 전이다. 1971년 오뚜기는 당시 미국인들이 즐겨 먹는 토마토소스에 착안해 국내 최초로 토마토 케첩을 선보였다.
당시 ‘토마토 케챂’이라는 제품명으로 출시된 이 소스는 집집마다 하나씩 구비해 두는 ‘국민 소스’가 됐다. 기쁨도 잠시. 갑자기 글로벌 공룡이 케첩 시장에 들어왔다. 미국에서도 점유율 50%를 기록하는 글로벌 식품기업 하인즈가 서울하인즈를 설립하고 케첩 시장에 뛰어든 것이다. 하인즈는 브랜드 인지도를 내세워 고급화 전략을 구사했지만 한국 시장에 진입하면서 제빵에 기반을 둔 탓에 영업 조직은 취약했다.
오뚜기는 하인즈의 공격적인 광고에 맞서기 위해 ‘진한 케챂, 오뚜기 케챂’이라는 슬로건을 내걸었다. 이후 오뚜기와 하인즈, 한국크노르 3사의 제품 성분을 비교하는 광고를 전면에 내세웠다.
오뚜기는 300g 튜브형 제품 1개당 9.4개 이상의 토마토를 사용했다. 제품 우위를 바탕으로 시장을 지킨 것이다. 그 결과 서울하인즈는 1984년 12%의 점유율을 기록한 이후 1985년 6.2%, 1986년 3.7%로 추락했고 시장에서 존재감이 미미해졌다.
출시 이래 시장 1위를 점유하고 있는 ‘오뚜기 케챂’은 2020년까지 약 47억 개(300g 튜브형 환산 시)가 팔렸다. 국민 1인당 약 91개씩 소비한 것과 같다.
케챂 출시 이듬해 선보인 ‘오뚜기 마요네스’도 국내 시장에서 부동의 1위를 유지하고 있다. 출시 이후 50년간 판매된 양은 약 150만톤으로, 300g 튜브형 제품으로는 약 50억 개에 이른다.
오뚜기 마요네스는 출시 이후 1년 만인 1973년 시장에 안착, 시장의 절대 강자가 됐다. 1977년에는 ‘오뚜기 양조식초’로 식초 시장에 진출했으며 1981년에는 레토르트 형태의 ‘3분 카레’를 앞세워 국내 가정간편식 시장의 포문을 열었다.
1987년에는 라면업체인 청보식품을 인수하며 라면 시장에 뛰어들었다. 오뚜기가 처음 개척한 국내 가정간편식 시장 역시 가구 변화와 소비자 동향에 맞는 라인업을 늘리며 트렌드를 주도했다. 그 결과 2022년 창사 이후 처음으로 연매출 3조원을 돌파하며 ‘3조 클럽’에 이름을 올렸다. 오뚜기는 각 분야의 ‘1위 제품’을 가장 많이 보유한 식품기업이다. 카레, 케첩, 마요네즈, 식초, 당면 등 각 식품 분야의 대명사로 자리 잡은 오뚜기의 성장에는 품질 관리와 생산 체제에 큰 변화를 일으킨 최대 생산기지 ‘대풍공장’이 주효했다.
대풍공장은 ‘제품의 균일화’와 ‘제품원가의 인하(코스트 다운)’를 통해 보다 좋은 품질을 공급하기 위한 목적이 있었다.
2001년 8월 준공된 대풍공장(부지 10만4000여 ㎡)은 스마트 팩토리 시스템, HACCP 관리, 효율적인 물류시스템, AI 검사 시스템 등을 갖춘 첨단 미래형 공장이다. 2022년 기준 18개 유형, 452개 품목을 생산하고 있으며 생산 중량은 약 25만 톤이다.
함영준 오뚜기 회장은 해외시장 개척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오뚜기는 지난해 8월 미국에 생산법인인 ‘오뚜기푸드아메리카’를 설립했다. 2018년 공장을 준공했던 베트남에도 추가 공장을 설립한다. 오뚜기 설립 이유인 ‘식품보국’을 실현하기 위해 해외로 무대를 넓힌다는 계획이다.
김영은 기자 kye0218@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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