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듬·비트로 풀어낸 주방 안 코믹풍경 ‘공감대’, 전세계 43만 관객 동원

지난 11월23일 오후 서울 중구 정동의 난타극장. 평일 오후공연이었지만 장내는 주한 외국부인들과 자녀, 일본인 단체관광객, 내국인 등이 통로에 간이좌석을 마련해야 할 정도로 가득찼다. 이날 자녀들과 함께 공연장을 찾은 외국인 주부들은 공연소감을 묻자 “원더풀”을 연발하며 “특히 아이들에게 좋았다”고 입을 모았다. 지난 97년 호암아트홀에서 첫 선을 보인 후 국내외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모으며 한국 공연예술을 보는 눈높이를 한 단계 높인 <난타(Cookin) designtimesp=20433>의 두드림이 쉬지 않고 이어지고 있는 ‘현장’이다. 아닌게 아니라 난타는 지금까지 3년에 걸쳐 국내외에서 모두 1천72회 공연에 관람객수만 43만7천6백여명(11월23일 기준)에 이를 정도로 폭발적인 인기를 유지하고 있다. 공연무대도 영국 네덜란드 오스트리아 미국 일본 대만 등 대륙을 넘나든다.‘연극의 견본시’라고 불리는 영국 에딘버러페스티벌을 디딤돌로 세계적인 작품으로 도약을 한 것이다. 공연수요가 늘면서 공연팀을 5개로 늘려야 했을 정도다.전문가들의 평도 대단하다. ‘1999 에딘버러페스티벌의 주인공, 완전매진’(CNN), ‘빅히트, 시선집중’(Newsweek Int’l), ‘전염되기 쉬운 리듬이 주는 엄청난 에너지의 경험’(The Guardian) 등 쟁쟁한 매체들이 매긴 최고의 평점으로 가득하다.흥행성적도 엄청나 국내에도 잘 알려진 영국의 <스톰프 designtimesp=20440>와 비교해 전혀 뒤지지 않는다. <스톰프 designtimesp=20441>가 6년간 약 2천2백만달러의 흥행수입을 거두었지만 <난타 designtimesp=20442>는 이보다 더 많은 수익을 올릴 것으로 예상될 정도다. 실제로 기획·제작사인 (주)PMC프로덕션측은 “<난타 designtimesp=20443> 하나만으로도 전용관 공연수익 약 30억원, 캐릭터를 이용한 상품판매수익 약 5억원, 해외공연 및 이벤트로 약 10억∼15억원 등 모두 45억∼50억원 가량의 연간매출이 예상된다”고 밝히고 있다. <스톰프 designtimesp=20444>의 흥행수익을 뛰어넘는 것은 시간문제라는 것이다.전통가락 현대화, 영국 <스톰프 designtimesp=20448> 뺨치는 성공이처럼 <난타 designtimesp=20451>가 대성공을 거둘 수 있었던 배경으로는 먼저 신명나는 한국적 리듬을 현대적으로 풀어낸 극적 구성과 연기, 결혼식과 주방을 소재로 삼은 친근하고 드라마틱한 줄거리, 한국적 소재를 이용한 무대장치 등이 거론된다. 이를 송승환 대표는 “애초부터 세계시장을 겨냥, 리듬과 비트라는 공감대를 이용해 한국적인 것을 포장해 ‘은근히 내보이는’ 방법으로 접근했다”는 말로 설명했다. <난타 designtimesp=20452>의 리듬은 사물놀이 가락을 원용했다. 때문에 연기자들이 두드리는 도마 솥 냄비 음식배달통 생수병 식기 쓰레기통 등은 국악기들이 어울린듯한 착각을 준다.연기도 마찬가지. 중간중간 상모돌리기와 고시레, 삼고무 등 한국적인 문화를 전하는 연기가 삽입돼 호기심을 자극하면서 공연에서 한시도 눈과 귀를 돌리지 않도록 만든다. 한국 전통소재를 활용한 무대장치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무대앞에 마련된 천하대장군과 공연이 끝날 때까지 불을 밝히는 청사초롱, 시계를 걸어놓은 솟대와 그 아래에 쌓인 항아리 등이다. 모두 공연을 계속하면서 수정·보완된 것들이다.논버벌퍼포먼스라는 점도 세계무대에서 <난타 designtimesp=20457>의 인기를 부채질했다. 언어차이로 인한 관객수용의 한계를 고려해 아예 대사가 없이 리듬과 비트가 전부인 작품으로 만들었다. 90년대 초반부터 불어닥친 비언어극의 열풍을 고려했다. 때문에 일부에서 외국작품의 아류라는 말도 나왔지만 “오히려 외국에서는 새롭고 놀라운 작품으로 평가됐다”는 것이 (주)PMC 마케팅팀 유경숙씨의 말이다.공연물 경쟁력 충분, 프로듀서시스템이 ‘관건’마케팅을 적극적으로 전개한 점도 성공의 빼놓을 수 없는 요인이다. “작품과 마케팅을 50대50의 비중으로 본다”는게 송대표의 지론. 그만큼 마케팅을 중시한다. 해외시장 공략을 위해 미국의 브로드웨이아시아와 에이전시계약을 맺은 것이 단적인 예다. 실제로 에딘버러페스티벌 전에 현지기자들을 뉴욕공연장으로 초청해 미리 관람케 해 사전에 분위기를 조성하고 에딘버러전역에 포스터를 깔아 작품을 알리는 마케팅으로 전회매진의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국내시장보다는 해외시장을 겨냥해 작품을 기획하면서 해외에서의 성공이 곧 국내에서의 도미노 효과를 가져오리라 예상했다”는 것이 송대표의 말이다.“우리 공연예술계에는 <난타 designtimesp=20465>처럼 경쟁력있는 공연물을 만들 수 있는 능력이 충분합니다. 하지만 모두 연기나 연출만 생각합니다. 작품의 기반인 프로듀서가 없습니다. 가르치는 곳도 없고요. 요즘 한국영화가 잘되는 것도 프로듀서시스템이 도입됐기 때문입니다. 연극계에도 프로듀서시스템이 하루 빨리 정착해야 합니다. 연극처럼 좋은 문화상품이 어디 있습니까. 프로듀서들이 할 수 있는 일입니다.” 세계를 난타하는 송대표가 한국연극계에 대해 풀어놓은 속내다.★ 인터뷰 / 송승환 (주)PMC프로덕션 대표“오프 브로드웨이 ‘난타’ 별러”‘신바람’. 30여년 이상 방송 연극 영화 CF 등을 두루 섭렵해온 송승환 (주)PMC프로덕션 대표의 요즘 기분이다. <난타 designtimesp=20478> 전용공연장 마련, 서울시 10대 볼거리 선정, 1천회 공연 돌파, 관광문화상품개발에 관한 벤처기업 인증 등 줄줄이 경사가 겹쳤기 때문이다.“벤처인증은 공연물을 상품화한 기업으로는 첫 사례입니다. 이는 외국인 관광객 유치를 목표로 한 전용관이 마련됐기에 가능했습니다. 연간 5백만명의 외국인 관광객을 위한 나이트라이프가 없는 실정입니다. 전용관에서 밤에 한국의 전통문화를 알릴 수 있는 대표적 문화상품인 <난타 designtimesp=20481>를 공연하는 것은 큰 의미가 있습니다.” 겹경사로 고무된 송대표의 말이다.아닌게 아니라 요즘 관객의 30% 정도를 외국인들이 차지할 정도로 외국인들로부터 호응이 높다. 일본인 단체관광객과 수학여행온 일본학생들, 주한외국인 등이다. 비즈니스차 한국을 찾았다가 소문을 듣고 짬을 내 공연장을 찾는 사람들도 부지기수다. <난타 designtimesp=20484>는 이런 외국인들을 주타깃으로 하고 있으며, “내년 하반기쯤이면 외국인관객이 70∼80% 정도 차지할 것”이라고 송대표는 전망한다.한국의 대표적인 문화상품으로 자리잡은 <난타 designtimesp=20487>로 승승장구한 송대표지만 문화상품에 대한 접근은 조심스럽다. “(문화상품은)무한한 가능성을 지니고 있고 부가가치도 높지만, 문화를 상품으로 포장해 파는 일이 절대 쉽지 않다”고. 때문에 직설적인 접근보다는 은근한 접근이 필요하다는게 송대표의 주장이다. <난타 designtimesp=20488>에 이은 작품도 이런 맥락에서 한국적 소재와 문화를 전달하는 작품으로 기획하고 있다. 역시 비언어극이다. “한국에 떨어진 외계인과 한국인들과의 접촉을 그린 것으로 가제는 로 정했다”는 송대표는 “<난타 designtimesp=20490>가 리듬과 비트를 강조한데 반해 한국적인 춤과 서커스적인 요소가 가미된 작품”이라고 설명했다.“내년 하반기 미국투어를 성공적으로 끝내 이를 토대로 오프 브로드웨이(브로드웨이 상업주의에 대항해 형성된 외곽의 소극장지역)를 공략하고 나아가 세계적으로 롱런하는 공연물로 만들 것입니다.” 2010년까지 1만회 공연에 4백만 관객을 목표로 잡은 송대표의 맺음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