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시도 야심찬 아젠다를 가지고 있다. 대표적인게 대규모 감세정책이다.세금감면을 통해 경제에 활기를 불어넣어주고 흔들리는 주식시장을 안정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한다.부시의 경제정책은 미국경제의 장기적이고 구조적인 측면을 볼 때 상당히 어려운 도전에 직면해 있다.미국의 21세기가 조지 W. 부시 대통령과 함께 열렸다. 지난 연말 민주당후보였던 앨 고어 부통령과 천당과 지옥을 몇번씩 왔다갔다하는 처절한 승부끝에 제43대 대통령으로 당선된 그의 앞에는 아마 영광보다는 고난의 길이 더 많을는지 모른다. 해결해야 할 문제가 한둘이 아닌 탓이다. 당장 전국지지도에 뒤진 ‘선거인단 대통령’으로서 지지자보다 더 많은 반대자들을 보듬어야 한다. 특히 이번 선거에서 뚜렷이 나타난 흑인들의 소외문제도 추슬러야 한다.하지만 가장 신경써야 할 곳은 역시 경제다. 클린턴이 일궈놓은 경제호황의 끝머리에서 임기를 시작하는 그에게 ‘경제’는 앞으로 4년 임기 동안 늘 따라다니며 괴롭힐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당선이 확정된 이후 첫 워싱턴나들이에서 그가 가장 먼저 만난 사람이 앨런 그린스펀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장이었다는 점이 부시행정부의 경제에 대한 중압감을 잘 말해준다. 경제문제를 잘 해결할 경우 클린턴처럼 재선이 보장되겠지만 그렇지 못하면 그의 아버지처럼 단명으로 끝날 가능성이 크다.부시가 클린턴행정부에서 물려받은 경제는 기본적으로는 이른바 ‘펀더멘털’이 튼튼한 건강한 경제다. 실업률이 사상 최저 수준이고 인플레이션도 상대적으로 안정되어 있다. ‘신경제’의 역군들이었던 첨단기업들의 꾸준한 기술발전에서 오는 생산성 향상으로 물가압력없는 임금상승 등 많은 성장의 과실들을 누리고 있다.그러나 중장기적으로 보면 상황은 다르다. 뜯어 고쳐야 할게 수두룩하다. 망가진 지붕은 해가 있을 때 수리하듯 경제의 구조적인 문제점은 경기가 좋을 때 고쳐야 한다. 지난 몇년간의 호황기는 미국 경제의 망가진 지붕을 수리할 절호의 찬스였다. 사실 많은 전문가들이 지붕수리를 제안하기도 했다.하지만 클린턴행정부는 ‘사상 최대의 호황’에 너무 취해 지붕 고치는 작업을 소홀히 했다. 지붕을 고치지 못한 상태에서 해는 점차 구름으로 바뀌고 있고 이 시점에서 부시행정부가 들어섰다. 너무 빨리 폭풍우가 몰아치면 미국 경제는 곧바로 비가 샐지도 모른다.물론 부시도 야심찬 아젠다를 가지고 있다. 대표적인게 대규모 감세정책이다. 세금감면을 통해 후퇴기미를 보이고 있는 경제에 활기를 불어넣어주고 흔들리는 주식시장을 안정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부시의 경제정책은 단기적으로 경기후퇴를 늦출 수 있다. 하지만 경기사이클을 넘어 미국경제의 장기적이고 구조적인 측면을 볼 때 부시는 상당히 어려운 도전에 직면해 있다는게 전문가들의 견해다.‘부시노믹스’의 발목을 잡고 있는 아킬레스건은 크게 4가지. 경상수지 적자, 인구의 고령화, 숙련된 노동력 부족, 낮은 저축률이다. 부시행정부가 이런 아킬레스건을 어떻게 피해가며 경제를 살릴 수 있을지 전세계가 지켜보고 있다.경상 및 무역수지 적자미국의 경상적자와 무역적자는 어떻게 보면 오늘날 미국경제를 강하게 만들어 놓은 원동력이다. 외국인들의 자본이 미국에 유입되면서 주가를 끌어올리고 그 돈으로 미국 기업들은 더욱 강해진게 사실이다. ‘강한 달러’로 바로 이런 과정의 산물이다. 문제는 요즘들어 적자폭이 지나치게 확대되고 있다는 점이다. 92년부터 98년까지 GDP(국내총생산)의 평균 1.7%에 불과하던 경상적자 폭이 요즘은 4%를 넘어서고 있다. 무역적자도 사상 최고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만일 경상적자의 다른 얼굴인 외국인 투자가 급격히 빠져 나간다면 어떻게 될까. 미국 경기가 꺾이면 언제든지 가능한 시나리오다. 적자폭은 줄어들겠지만 주식시장이 우선 직격탄을 맞고 달러화가 약세로 반전될 것이다. 이는 이자율상승 인플레압력가중 경기후퇴로 이어질게 불을 보듯 뻔하다. 지난 대선의 소용돌이 와중에 미국 금융가에서 가장 걱정한 것이 바로 외국투자자들의 동향이었다는 점은 주목할 일이다.인구의 고령화45년 세계 제2차대전 이후 태어난 베이비붐세대가 이제 은퇴시기를 맞는데다 의료수준의 발달로 평균수명은 크게 늘어나고 있다. 양적이나 질적으로 고령화현상이 뚜렷해진다는 얘기다. 이는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일을 하는 사람들보다 이미 창출된 부가가치를 사용하는 은퇴한 사람들이 상대적으로 많아지고 있음을 뜻한다. 결국 지금과 같은 속도의 사회발전을 계속하려면 젊은 근로계층의 생산성증가율이 과거보다 높아야 한다는 계산이다.고령화사회는 막대한 예산이 생산적인 분야보다는 이들을 위한 사회보장과 의료혜택으로 지불될 것임을 의미한다. 전후 베이비붐세대는 그동안 은퇴 이후를 대비해 각종 뮤추얼펀드를 통해 주식시장에 자금을 투자해 왔는데 이제는 그 자금을 빼서 생활을 해야 한다. 주식시장의 수급변화를 예고해주는 대목이기도 하다.숙련된 노동력 부족지난 대선의 가장 쟁점은 누가 뭐라해도 교육문제였다. 미국인들이 그만큼 교육에 관심을 갖고 있다는 얘기이기도 하지만 뒤집어 보면 미국의 교육시스템이 사회에서 요구하는 수준에 못미친다는 얘기이다. 물론 미국은 세계 최고의 교육시스템을 가지고 있는 나라다. 문제는 교육의 양극화현상이 심해 노동계층의 교육과 기술수준이 형편없이 떨어진다는 점이다. 앞으로 학교나 직업훈련교육에 대한 개선이 없으면 미국 경제는 지난 10년간 구축해놓은 신경제의 강한 경쟁력을 거의 활용하지 못할 것이란 주장까지 나온다.낮은 저축률가처분소득에서 차지하는 개인들의 저축비율이 90년대 들어 급격히 떨어지고 있다. 80년대 초반에는 저축률이 10%를 웃돌았으나 90년대 들어서 급격히 떨어지면서 요즘은 아예 0% 수준이다. 저축률 하락의 문제는 연방정부의 재정흑자로 인해 거시적인 측면에서 거의 무시되어온게 사실이다. 하지만 재정흑자가 언제까지 지속되리란 보장이 없다.학자들은 흑자행진이 길어야 15년 정도 지속될 것으로 예측한다. 경상수지적자, 사회보장이나 의료 혜택같은 고령화문제 등 미국 경제의 난관을 극복할 수 있는 방법중 하나가 저축률의 증대라는 점에서 저축률의 향방이 앞으로 미국 경제의 향방을 가늠하는 열쇠가 될 것이라는 전문가들이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