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실 더 다진뒤 해외매각·전략적 제휴 추진

▶ 최근 서울지방법원으로부터 ‘올해의 관리인상’중 최고경영자상을 수상, 감회가 남다를 것으로 생각되는데요.더욱 책임감을 갖고 사업을 추진하라는 채찍이라 생각합니다. 2000년 한 해 동안 쌍방울은 최선의 노력을 기울였습니다. 특히 2000년 매출 2천5백억원에 2백30억원의 수익을 올리는 등 법정관리 중이지만 국내 내의업체 중 최고의 경영실적을 올려 상을 받게됐다고 생각합니다. 현재 화의에 들어가거나 법정관리 중인 기업들 가운데는 아직 정신을 못차리고 방만하게 경영을 해 모럴해저드가 심각한 기업들이 눈에 띕니다.경영정상화를 위해선 전문경영인이 도덕적으로 무장하고 강력하게 구조조정을 추진해야 합니다. 특히 법정관리기업의 전문경영인에게는 더욱더 투명한 경영마인드가 필요합니다. 이와 함께 열린경영, 투명경영 그리고 참여경영을 지향하고 실천하는 자세도 필수적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런 원칙을 갖고 지난 한해동안 정신없이 뛰었습니다.▶ 회사조직을 대폭 축소하는 등 강력한 구조조정을 단행했습니다. 어려움은 없었습니까.아픈 몸을 치유하는 데는 당장 통증이 수반되더라도 병의 근원을 찾아 고치는 것이 필요합니다. 기업 경영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 방만하고 수직적인 조직을 간결하고 수평적인 조직으로 개편하는 것이 악화된 회사경영상황을 해소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었습니다.법정관리인으로 선임된 뒤 가장 먼저 조직 슬림화를 단행했습니다. 2백31명의 임직원을 퇴직시키는 등 조직 규모를 최대한 줄여나갔습니다. 물론 개개인에게는 말로 표현하기 힘든 어려움이었겠지만 회사의 경영정상화를 위해서는 다른 대안이 없었습니다. 다행히 떠난 직원들이나 남아있는 직원들이 이런 회사사정을 이해하고 동참해줘 성공적으로 경영정상화를 이룰 수 있었습니다.▶ 수익성 개선을 통한 경쟁력 강화에 경영역량을 집중하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추진과정을 들려주시지요.결재과정이 매우 복잡해 신속한 상하간 커뮤니케이션이 원활하지 않았습니다. 수직적인 조직구조를 수평적으로 바꾸고 말단 직원들로부터 참신한 아이디어가 나오도록 유도했습니다.또 예나지나, 노하우, 용가리, X-ZONE, 스캉달 등 적자브랜드와 사업들을 과감하게 퇴출시켰습니다. 직영매장을 위탁매장으로 전환해 매장의 경쟁력을 제고시키고 수익성을 개선했습니다. 특혜를 철저히 배제하는 동시에 수익구조 개선을 위해 임대료를 현실화하고 유휴시설 또한 적극적으로 임대했습니다. 본사가 재고를 떠안는 불합리한 조건도 과감하게 철폐했습니다.또한 임가공거래처 및 매입거래처를 통폐합해 임가공비와 매입단가를 낮췄습니다. 이 과정에서 불필요한 잡음이 나올 것 같아 모든 퇴출과정을 투명하게 하고 학연, 지연, 혈연 등을 철저히 배제했습니다. 눈 딱 감고 거의 독사처럼 밀어붙였습니다.▶ 법정관리에 들어간 뒤 소비자들 사이에 형성된 회사의 부정적 이미지를 불식시키기 위해 상당한 노력을 기울이셨는데요.우선 소비자중심의 경영을 실천했습니다. 낡고 진부한 중저가 브랜드이미지를 바꾸기 위해 트라이 로고체를 변경했습니다. 또 젊은층, 부유층을 겨냥한 고가의 신규브랜드 ‘이끌림’도 런칭했습니다. 소비자의 욕구를 반영한 제품생산을 위한 연구를 강화하고 과거의 대량생산 위주에서 벗어나 다품종 소량생산체제로 전환해 소비자의 요구를 신속히 충족시키는 생산라인도 확보했습니다.이와 함께 시장의 반응이 빠르게 반영될 수 있는 Q/R체제도 도입했습니다. 이젠 ‘속옷도 패션’이란 개념이 확산되고 있습니다. 사내 전임직원을 패션전문가로 만드는 9차례에 걸친 패션전문 교육과 ‘패션 트렌드 관점에서의 내의 트렌드’ 등을 주제로 한 새로운 패션 패러다임에 대한 적응력 배양에도 주력했습니다. 디자이너를 해외로 파견해 선진 패션에 대한 안목을 기를 수 있도록 하고 신규브랜드나 신상품 개발을 위한 디자인 공모전도 열었습니다.▶ 방판·통판·홈쇼핑 등 무점포 판매를 비롯해 사이버쇼핑몰을 오픈하는 등 e-비즈니스화에 역량을 집중하셨는데 성과는 있었습니까.지난해 8월 국내 최초로 언더웨어 패션쇼를 야후 사이트를 통해 인터넷으로 생중계했습니다. 하루만에 10만여명의 네티즌이 동시 접속했을 정도로 관심이 대단했습니다.이같은 인터넷마케팅으로 회원을 모집해 쌍방울 인터넷쇼핑몰(www.goodnewstry.co.kr)도 개설했습니다. 내의는 인터넷 쇼핑몰이나 통신 등 매체를 통해 판매하기에 아주 적합한 아이템입니다. 현재 무점포 판매로 매월 4억원 이상의 매출을 올리고 있습니다. 아직까지는 일부 품목만 판매하고 있지만 앞으로 새로운 컨셉과 디자인을 갖춘 우수한 제품군을 형성해 인터넷과 무점포시장에서도 쌍방울의 시장점유율을 지속적으로 늘려갈 계획입니다.진정한 의미의 글로벌 패션기업으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디지털화된 온라인 인프라 구축은 반드시 선행돼야만 합니다. 온라인에 기반을 둔 B2C, B2B 사업을 본격화하기 위한 기반구축에도 힘쓸 생각입니다.▶ 지난해 11월 지식경영을 선포했습니다. 전사지식관리시스템도 구축하고 있는 것으로 압니다. 지식기업으로 거듭나기 위한 구체적인 방안은 마련돼 있는지요.이미 KAIST(한국과학기술원)와 5개월간 공동 연구 끝에 쌍방울 본사, 공장, 영업망을 총괄하는 네트워크를 구축했습니다. 이를 통해 업무관련 정보와 지식을 공유하고 인력간 활발한 교류를 유도해 영업활동을 활성시킬 전사 지식관리시스템 구축이 완성 단계에 있습니다.이와 함께 지식경영의 구체적 방법인 지식경영사이클도 도입했습니다. 이 사이클은 전략화·활성화·인프라화 등 세가지로 구성돼 있습니다. 즉 전략수립, 실행 및 기반확보 과정이 유기적으로 진행됩니다. 사내 지식활동 결과 개인이 획득하게 되는 지식마일리지에 따라 매월 사이버 사장, 사이버 이사와 같은 명예보상으로 구성원의 공감대를 이끌어내는 사이버임원제도 실시하고 있습니다.▶ 올해 경기가 안 좋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는데 불황 타개를 위한 전략은 마련돼 있습니까.전반적인 경제지표가 악화되고 불안심리가 확산되고 있어 저 역시 올해 경영이 지난해처럼 순항을 할지 걱정이 많이 됩니다. 하지만 쌍방울은 지난해 흑자경영을 한 경험을 토대로 경영목표를 상향조정했습니다. 올해 매출목표도 지난해 보다 23% 정도 높게 잡았습니다.이와 함께 지난 1년간 어려움을 극복해 나가는 과정에서 현명한 방법 하나를 터득할 수 있었습니다. 그것은 바로 소비자가 원하는 제품을 개발하는 것입니다. 경기가 안좋다고 한숨만 내쉬고 있을 것이 아니라 수요를 창출하는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칠 계획입니다.소비를 촉진시킬 수 있는 우수한 제품을 내놓는다면 불황속에서도 매출신장은 이뤄질 수 있다고 봅니다.▶ 언제쯤 쌍방울이 법정관리를 졸업할 것으로 보십니까. 법정관리 조기졸업을 위한 복안은 서 있습니까.현재의 정리계획안에는 2010년까지 정상화 및 법정관리에서 벗어나는 것으로 돼 있습니다. 다소 고통이 뒤따르더라도 영업이익을 초과달성한다면 예정보다 빨리 법정관리에서 벗어날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또 경영을 하루 빨리 정상화하고 성장성과 신뢰도를 함께 높인다면 우량 기업들과 유리한 조건으로 합병할 수 있는 길도 열릴 것으로 기대합니다. 이를 위해 현재 진행하고 있는 공격적인 마케팅을 계속해나가고 유통의 혁신적인 전환과 활성화에도 박차를 가할 생각입니다.★ Profile in Mirror‘독사’. 백갑종 사장이 법정관리인으로 부임한뒤 ‘인정사정 없이’ 구조조정 등 경영혁신에 나서자 직원들이 붙여준 별병이다. 그러나 이 별명이 그가 냉혈인간 같다거나 잔인하다는 의미는 결코 아니다. 인심을 얻는 ‘어설픈 용’보다는 차라리 확실한 개혁을 거침없이 단행하는 독한 모습을 보여주겠다는 건 오히려 백사장의 바람이었다.백사장은 뭔가 새로운 것을 보면 절대로 지나치는 법이 없다. 어떻게든 찾아내야만 직성이 풀린다. 어쩌다 선물로 받은 외국브랜드 속옷이 착용감이 좋다 싶으면 세탁하고 다림질을 해 직접 디자이너에게 들고 간다. 그리곤 똑같이 만들어 보라고 독촉하기 일쑤다. ‘창조적 모방’을 하란 뜻이다. 의사결정도 결재를 통해서 하기보다는 수시로 회의를 열어 그 자리에서 결정하는 ‘속전속결’이 몸에 배어 있다. 의견수렴도 마찬가지다. 항상 직원들보다 먼저 출근해 하루에도 몇 차례씩 사옥을 돌며 직원들을 만난다. 아래로부터 나오는 톡톡 튀는 아이디어가 사장돼선 안된다는 생각 때문이다. 연말연시에 유행한 카드에 속옷을 넣어 파는 ‘카드팬티’도 말단 직원이 내놓은 아이디어를 백사장이 상품기획에 반영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