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새해에 들어서자마자 금리를 큰 폭으로 내려 경기급랭 제동에 나섰다. 금리인하 소식이 전해지자 뉴욕증시 주가는 사상 최대폭으로 올랐고, 덩달아 우리 주가도 급등하는 반응을 보였다. 줄곧 거론되던 ‘그린스펀 효과’를 유감없이 증명해 보인 셈이다.그린스펀 효과란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의장인 앨런 그린스펀(Alan Greenspan)의 말 한마디가 미국은 물론 세계금융시장에 큰 영향을 미치는 현상을 뜻한다. 예컨대 지난 2000년12월초 ‘미국경제는 연착륙 과정에 있지만 지난 몇개월간의 성장률 하락이나 금융시장의 약세는 경기가 급속히 나빠질 위험성을 높이고 있다. 인플레이션은 더 이상 큰 걱정거리는 아니다’라고 말한 것이 ‘금리인하 시사’로 받아들여져 주가가 폭등한 것 등이 단적인 사례다.그린스펀은 원래 완곡하고 모호한 용어를 사용함으로써 자신의 말이 몰고 올 영향력을 최소화하는데 능숙한 사람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경기흐름의 변화를 미리 예측하고 적절한 시기에 정책결정을 내리거나 예시해줌으로써 ‘선제적’조치를 취해 효과 극대화를 유도하는 것으로 정평이 나있다. 미국이 10년 이상의 장기호황을 누리고 있는 것도 그린스펀의 그같은 선제적 통화신용정책 덕분이라고 평가하기도 한다.그린스펀은 지난 87년 레이건 정부 때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Federal Reserve Board) 의장으로 취임해 임기 4년의 의장을 4번째 연임하고 있다. 1926년 뉴욕에서 태어난 그린스펀은 금년 75세로 뉴욕대를 졸업했다. 20대초에는 미국 줄리아드 음대에서 2년간이나 공부할 정도로 음악을 좋아한다. 그러나 뉴욕대를 졸업하고 28세의 나이로 친구와 ‘타운센드 & 그린스펀’이란 컨설팅회사를 만들어 운영했다. 그린스펀은 닉슨행정부에서 경제자문위원회 의장을 지냈고, 77년 임기를 마치고 회사로 다시 돌아왔다. 그 후 레이건 행정부가 들어서면서 정권인수팀에 합류한 것을 시작으로 사회보장제도개혁위원회 의장을 지내다가 87년 폴 볼커의 후임으로 FRB 의장에 취임, 흔들리지않는 통화정책으로 미국경제의 장기호황을 이끌어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특히 이번 금리인하는 1월말로 예정된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Federal Open Market Committee, 99년6월 발행 186호 참조) 정례회의를 기다리지 않고 임시회의를 통해 전격적으로 단행했다는 점에서 관심을 끌었다. 미국의 중앙은행 역할을 하는 연방준비제도는 최고 의사결정기구로 FRB와 FOMC가 있고, 이를 정점으로 지원본부와 12개의 지역연방준비은행들로 구성돼 있다.그린스펀은 FRB와 FOMC의장을 맡고 있다. FRB의 주요업무는 통화금융정책의 결정과 지역연방준비은행에 대한 감독이다. 즉 지급준비율의 변경, 연방은행에 대한 재할인율 및 대출금리의 결정, 가맹은행의 저축성예금 최고한도 결정 등을 담당한다.FOMC는 미국의 경기 및 통화사정에 따라 공개시장조작 정책을 담당한다. 공개시장조작이란 중앙은행이 보유하고 있는 유가증권을 매매하는 방식으로 시장에 참여해 시중통화량을 조절하는 것이다. 이번 미국의 금리인하는 FOMC가 연방기금금리를 종래의 연 6.5%에서 6%로 0.5포인트를 내린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