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제품은 소비자가 압니다. 소비자가 추천하는 제품은 다른 소비자도 쉽게 살 수 있죠. 그러니 굳이 영업사원이 필요 없었던 것입니다.” 김정기(40) 사람과셈틀 사장이 밝힌 회사의 성공요인이다.김사장이 말한대로 사람과셈틀에는 현재 영업사원이 없다. 엄밀히 말해 딱 1명 있다. 그것도 지난해 말 해외수출을 위해 마지 못해 채용했을 뿐이다. 이 직원은 올 하반기에나 활동에 들어가게 된다. 사람과셈틀이 94년 용산전자상가에 둥지를 튼뒤 영업활동을 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창업 5년만인 지난 99년까지 모은 이익금은 3억5천만원 정도 된다. 창업 당시 자본금이 3백50만원이었다는 점을 생각하면 대단한 성공이다.용산상가내 컴퓨터 박사로 통해“가산전자를 나와 자금을 모으기 위해 시작한 PC조립 사업이 꽤 괜찮았어요. 무엇보다 찾는 사람이 많았으니까요. 사실 가산전자 개발부장까지 지냈으니 PC조립은 쉬운 일이었죠. 처음엔 조립만 해주다 손님에게 정보도 제공하고 교육도 하게 되면서 고객이 늘기 시작했어요.”정보 교환은 어느새 교육수준으로 올라갔고 몇몇 고정팬(?)을 확보하게 된 김사장은 용산상가내 컴퓨터 박사로 통하게 됐다. 기술에 대해 잘 알고 있는 그는 고객에게 정기적인 강의도 시작하면서 컴퓨터를 전공하는 대학생과 일반 기업체의 엔지니어들까지 소문을 듣고 찾아왔다.“조립 PC를 찾는 사람들은 좋은 부품을 원하죠. 당연히 특정 기술에 대해 궁금하게 되고 문의하게 됩니다. 그때마다 강의 아닌 강의를 하게 됐죠.” 한번은 9시간 동안 컴퓨터 로직설계에 대해 강의한 적도 있다고 한다. 김사장에 대한 소문은 빠르게 퍼져 천리안 컴퓨터 동아리에까지 알려지면서 사람과셈틀의 인기는 급속도로 상승했다.강의가 시작된 날은 사람들로 북적였다. “주변상가에선 물건을 사러오는 사람이 저렇게 많나 하고 오해하기도 했어요. 사실 강의만 듣는 사람들인데 말이죠.”소비자들이 사람과셈틀 제품만 찾기 시작하자 각 매장에서 주문이 잇달았고, 덩달아 매출도 올라갔다. 하지만 용산에서의 PC조립만으론 김사장의 야망을 채울 수 없었다. 그래서 생각해 낸 것이 TV수신 카드다. TV수신 카드는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기술이 있어야 하기 때문에 자신의 능력을 십분 발휘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이에 4년간의 용산생활을 정리하고 98년 겨울, TV 수신카드를 전략제품으로 세우고 마포로 사무실을 옮겼다. “사람과셈틀의 TV수신카드는 각종 벤치마크에서 1등을 차지할 정도로 성능을 인정받고 있습니다. 우선 화질과 캡처 기능에서 뛰어난 것은 기본이고, 다른 제품에 없는 음성다중, 스테레오 기능 등이 있어 소비자들로부터 인기가 높죠.”지난해 TV수신카드로 20억원의 매출을 올린 사람과셈틀은 올해 매출목표를 1백50억원으로 잡았다. 디지털TV 수신카드에 거는 기대가 크기 때문이다. “디지털TV 수신카드 시장은 올해만 3천억원대에 이릅니다. 현재 아날로그 TV수신카드 시장에서 62%을 점유하고 있기 때문에 충분히 승산이 있습니다.”김정기 사장은 81년 용산공고 전기과를 졸업하고 90년 가산전자 창업 멤버로 참여해 93년까지 개발부장, 마케팅부장을 지냈다. 올해 하반기부터 디지털TV 수신카드 해외 수출에 나설 것이라는 김사장은 “현재 미국 파트너와 수출 계약을 추진중이며, 앞으로 전체 매출의 50%를 수출로 벌어들일 계획”이라고 신년 포부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