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류(韓流)’. 중국대륙을 휩쓰는 ‘한국바람’이다. 우리나라의 대중가요, 방송드라마, 영화 등이 중국 젊은이들에게 인기를 얻으면서 나타난 현상이다. 한국말을 배우거나 한국유행을 좇는 젊은이들도 부지기수다. 이러한 ‘한류’라는 소용돌이의 중심에 선 인물이 정연준(37) (주)미디어플러스 사장이다. 중국에서 ‘서울음악실’이란 방송국을 운영하면서 3년째 한국음악방송을 해오고 있다. 중국진출 외국기업 가운데 FM방송사업권을 확보한 유일한 사례다. ‘한류’라는 말도 정사장이 처음 사용한 말이다. 지난 99년 중국에서 인기가 높은 한국가수들이 자신의 히트곡을 중국어로 부른 음반을 제작·배포하면서 ‘한류’라는 제목을 붙인 것이다. 안재욱 클론 등의 북경공연과 H.O.T 베이비복스 등의 중국내 음반출시도 정사장의 작품들이다.“중국의 음반시장을 노렸습니다. 시장이 워낙 크니까요. 한국음악의 경쟁력이 충분한데다 한국문화도 제대로 알리고 싶었죠.” 미국에서 MBA를 마치고 현지 호텔업에 근무하던 정사장이 중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은 배경이다. 그게 지난 95년. 음반사업에 진출하기에 앞서 먼저 방송으로 눈을 돌렸다. 중국내 유통음반의 대부분이 복제판이어서 먼저 방송을 통한 한국음악 알리기에 나선 것이다. 중국내 최고 FM방송국인 국제방송국과 방송제휴를 맺었다. 2년간의 준비끝에 방송국을 열고, 97년 첫 방송을 내보냈다.북경 상해 천진 청도 광주 등 5개 지역에서 시작한 방송은 폭발적인 인기를 얻었다. “한국음악과 관련한 문의가 매일 수백건씩 몰리며, 음악테이프 CD 등을 구입하려는 사람들이 엄청나다”는게 정사장의 말이다. 방송이 인기를 얻으면서 방송지역도 점차 늘어나 지금은 11개지역에 이른다. 모두 대도시들이라, 가청인구만 2억4천만명에 이른다. 올해에도 방송지역과 시간은 더욱 늘어나 “2월부터는 현재의 주3회 방송에서 주6회로 방송시간이 늘어나며, 장사 성도 등에서도 방송을 내보낼 예정”이라는 것이 정사장의 말이다.스타V.Com 등 외국계 투자 문의도 밀려라디오 음악방송 외에 정사장은 음반제작 및 유통, 잡지발행과 웹에이전시, 한국가수들의 중국공연, 광고대행사 ‘동방대양광고공사’를 통한 광고·이벤트, 드라마·영화 수출 등으로 사업영역을 확장했다. 대부분 한국의 음악정보나 문화를 알리는 콘텐츠를 담고 있다. 특히 정사장이 기대를 거는 것은 TV프로그램 제작·공급. 오는 3월부터는 중국 10대 도시에서 ‘아시아 TOP 20’이란 이름으로 TV프로그램을 방송한다. “중산층이 보는 케이블방송이라 광고효과나 한국문화전파 등에 있어 효과가 크다”는게 정사장의 기대다.라디오방송을 중심으로 한 중국 엔터테인먼트업계에서 정사장의 이름이 알려지면서 외국업체의 투자나 제휴문의도 밀려들고 있다. 현재 미국 모건스탠리사가 투자한 대만의 ‘스타V.Com’이 투자를 검토중이며, 문화관광부에서 문화산업지원센터의 하나로 운영할 북경문화정보센터의 위탁운영업체로 선정되기도 했다. 그만큼 인정받은 것이다. 그러나 3년만에 이룬 이러한 성과에 만족하지 않는 정사장의 주파수는 보다 먼 곳에 맞춰져 있다.“지금 ‘스타V.Com’과 함께 ‘한류Ⅱ’를 만들고 있지만 궁극적인 목표는 음반이나 방송이 아닙니다. ‘한류’는 사업목표입니다. 바로 중국을 발판으로 삼아 홍콩 대만 동남아 등 화교권 엔터테인먼트시장을 선점하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