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금리 시대가 전개되고 있다. 지난 12일 채권시장에서 3년만기 국고채 수익률이 장중 한 때 연 4.99%까지 떨어져 4%대 금리시대를 기록했다. 물론 막판 반등으로 연 5%로 마감되기는 했지만 당분간 저금리 추세는 지속될 것이라는게 금융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은행의 1년만기 정기예금 금리가 연 6%, 3년만기 회사채(신용등급 AA-기준) 금리도 2월12일 현재 연 6.58%까지 낮아졌다. 한국은행은 지난 8일 콜금리를 연 5%로 0.25%포인트 인하했고, 추가적인 인하도 검토중이라고 한다. 은행들은 예금금리 인하에 이어 대출금리도 내리고 있다.우리경제의 고비용 구조를 불러온 주요 요인 가운데 하나로 고금리가 지적돼 오던 터이고 보면 금리하락으로 기업비용 절감 효과를 거둘 수 있다는 점에서 반겨야 할 일임에 틀림없다. 더구나 경기부양이 절실한 현실에 비춰 보면 그 당위성은 충분하다. 한국은행이 콜금리를 내린 것은 바로 그같은 경기부양을 겨냥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은행으로 몰려드는 자금을 소비나 증권시장 등으로 발길을 돌려 보자는 의도다.은행들은 지금까지 여유자금을 기업들에 대출하기 보다 위험부담이 전혀 없는 국고채 등에 투자하는 패턴을 보여왔다. 경기위축으로 기업들의 자금수요 자체가 줄어든데다 위험회피를 위해 신용등급이 낮은 기업들의 회사채 등은 아예 거들떠 보지도 않았었다. 그러다 보니 정작 자금수혈이 필요한 기업들은 자금을 구하지 못해 아우성이고, 회사채시장은 거의 마비상태를 보여왔던 것이다.이같은 현상을 시정하기 위한 것이 한국은행의 금리인하 조치다. 은행금리가 내려가면 돈이 주식 및 채권시장으로 돌아갈 것이고, 그러다 보면 기업들의 회사채 발행도 다소 숨통이 트여 기업 자금사정도 호전될 것이라는 계산이다.최근 들어 실제로 신용등급이 낮은 회사채의 거래가 다소 늘어나고 무보증채 발행도 성공을 거두는 사례가 증가하는 것은 당초 의도가 어느 정도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고 볼 수 있다.그러나 지금과 같은 초저금리가 과연 바람직하다고만 단정할 수 있는가에 대한 의문이 없지 않다. 우선 과연 저금리 체제라고 단정해도 좋은지부터가 문제다. 국고채 금리 등 신용위험이 없는 채권의 금리는 낮지만 신용도가 다소 취약한 기업 등에 적용되는 금리는 아직도 높아 이중구조를 보이고 있다. 예컨대 신용등급이 투기등급으로 볼수 있는 BBB-의 회사채 금리는 연 12%에 육박하고 있다. 오히려 지금의 저금리는 일부 우량기업들의 회사채만 거래되면서 형성되는 금리라는 점에서 전체적인 금리수준이라고 보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다는 얘기다.또 금리인하 결정에 대해 일반적으로 지적하는 우려는 무엇보다 물가상승 압박을 가중시키는 것 아니냐는 점과 한창 진행중인 기업 구조조정을 후퇴시키는 결과를 가져오는게 아니냐는 점이다. 그러나 경기침체가 극심한 상황에서 물가상승 압박으로 이어지기까지는 아직 멀었다는게 전반적인 인식이다.금리수준은 기업활동뿐만 아니라 저축과 투자, 소득분배, 환율 등 여러가지 경로로 경제활동을 변모시킨다. 특히 저금리가 외국인투자에 미치는 영향은 어떤 것인지도 면밀히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 금리가 국제수준보다 낮아진다면 외국자본의 유입을 기대하기란 어렵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