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벤처 인력난·인도 SW노하우 '궁합'맞아 … 올해말까지 3천명 유입 예상

“안녕하십니까. 저는 인도에서 왔습니다.” 유니텔은 지난 2월초 인도 엔지니어 3명을 고용했다. 그동안 삼성전자, LG전자 등 대기업에서 인도 엔지니어를 채용한 적은 있었다. 하지만 인터넷 업체가 파견 형태가 아닌 직원으로 공식 채용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유니텔에 입사한 사티야 카말 나얀(24)은 “미국으로 갈 수도 있었지만 같은 아시아권이라 적응도 쉽고 근로 조건도 나쁘지 않아 선택했다”고 말했다. 사티야는 인도 방갈로르 공과대학에서 컴퓨터공학을 전공하고 루슨트 테크놀로지, 알카텔 등 유명 IT회사에서 근무했다.최근 들어 사티야와 같은 인도 엔지니어들의 국내 IT기업 진출이 늘어나고 있다. 정확한 통계는 나와 있지 않지만 최근까지 국내에 들어온 인도 엔지니어들은 3백여명 정도. 인도대사관 관계자는 “대사관에 등록하지 않은 사람들도 많아 통계를 내기가 어렵다”며 “단순 기능직은 많지만 IT 엔지니어들은 지난해 말부터 늘어나고 있는 추세”라고 말했다.업계에서는 올해 말까지 약 3천명 정도가 국내 기업에 채용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 같은 전망은 지난해 11월부터 실시되고 있는 ‘골드카드제’로 해외인력의 국내 취업이 한결 쉬워졌기 때문이다. 또 글로벌 비즈니스를 지향하는 IT업체들이 늘어나면서 해외 우수 인력 유치전에 가속도가 붙은 것도 한 이유다.인도 엔지니어들은 과학기술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고 대부분이 영어에 능통하다는 점에서 인기가 있다.해외 인력 유치에 나선 업체들은 단연 인도 출신의 엔지니어를 선호한다. 인도 엔지니어들은 과학기술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핵심 인력이 많은데다 엔지니어 대부분이 영어에 능통하다는 점에서 인기가 있다. 하지만 IT 벤처업체 입장에서 인도 엔지니어 채용은 그리 녹록한 일이 아니다. 1인당 인건비가 만만치 않기 때문. 3년차 엔지니어의 경우 연봉이 평균 3만∼5만달러에 이르고 5년차 이상의 고급인력은 7만달러를 상회한다.인도인력 전문 소싱업체 한국ITM 장영만 팀장은 “사실 그만한 연봉을 주고 고용할 만한 IT기업은 그리 많지 않지만 최근 들어 한국 진출을 원하는 인도 엔지니어들이 늘어나면서 연봉도 내려가고 있어 인도 엔지니어 채용 사례는 늘어 날 것”이라고 말했다.어떤 분야로 들어오고 있나유니텔에 입사한 인도 엔지니어는 모두 3명이다. 사티야 카말 나얀(24)은 C언어 전문가로 현재 유니텔에서 빌링시스템을 위한 TCP/IP 관련 프로그램을 짜고 있다. 무투 크리시난(25)은 ICE개발팀에서 전자상거래 시스템을 개발하고 있다. 마드라 대학에서 전기전자 공학을 전공한 사탸나라얀(25)은 유니텔 기술센터에 네트워크 소프트웨어 개발자로 투입됐다. 모두 2년차 이상 경력자들이다.지난해 11월 CTI업체 텔스톤은 4개월 계약으로 2명의 인도 프로그래머를 채용했다. 자바 프로그래밍 전문가로 4년차 경력자들이다. 커뮤니케이션 서버 개발 프로젝트에 투입된 이들은 지난 2월말 계약기간이 끝나 모두 귀국했다. 텔스톤 이동환 사장은 “현재 이들과 채용 문제로 재협상하고 있다”며 “이들은 해외 프로젝트 경험이 많은 4년차 이상 경력자로 프로젝트 완성에 많은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이외 인터넷 뱅킹 소프트웨어 개발업체인 에스원도 뱅킹 전문 엔지니어 2명을 채용했으며 XML 개발 전문업체인 다산기술은 오는 4월 자바 등 XML 프로그래머 6명을 채용할 예정이다. 인도 IT 전문 교육기관인 앱텍과 제휴한 한국ITM도 전자상거래, 인터넷 솔루션 전문가 9명을 강사로 채용할 계획이다. 국내 IT업체에 들어오는 인도 엔지니어는 주로 IT 관련 대학을 졸업한 사람들로 자바, XML, C언어등 웹 프로그래머가 많다. 이외 오라클 등 DBMS 관리자, 전자인증시스템, WAP 솔루션, 리눅스 프로그래머, 네트워크 소프트웨어 개발자 등도 있으며 대부분 경력 3년차 이상이라는 것도 공통점이다.왜 인도인인가우선 국내 IT인력난에서 찾을 수 있다. 쓸만한 경력을 가진 엔지니어 찾기가 하늘에 별 따기처럼 어렵고, IT 관련시장은 확대되는데 엔지니어 수는 상대적으로 적은 것이 이유다. 두 번째는 해외 엔지니어까지 활용할 수 있는 인력 풀을 형성할 수 있다는 이점이다. 특히 인도는 미국 등 IT선진기업과의 협력이 활발해 해외 프로젝트에 익숙하며 경험이 풍부하다. 국내업체는 인도 엔지니어를 채용함으로써 선진 기술을 배울 수 있는 기회를 잡을 수 있다.여기에 인도는 세계적인 소프트웨어 강국으로 자리잡고 있다. 인도의 대표적 교육기관인 앱텍은 미국 마이크로소프트가 베타테스트를 하는 곳으로 유명하다. 국내에 들어오는 대부분의 인도 엔지니어들은 앱텍, NIIT 등의 교육기관을 통하기 때문에 실력이 검증된 상태다. 또 유창한 영어 실력을 갖추고 있어 해외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국내 업체에 도움을 줄 수 있다. 인도인을 채용한 업체에서는 인도인들의 근면성에도 점수를 주고 있다. 빠른 이해력과 상황 판단으로 함께 일하기가 수월하다는 것. 한 업체 관계자는 “인도인들의 언어력과 수리력은 뛰어나다. 어깨 너머로 한국말을 배우는 것을 보면 놀랄 정도”라고 말했다.앞으로 얼마나 더 들어올까업계에서는 올해 말까지 3천명 정도가 국내에 들어올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델타IMC 한국ITM 비티엔 등 인도인력 전문 소싱 업체들은 늘어나는 인도 엔지니어 수급을 위해 인도 현지 리크루팅 업체나 교육기관 등과 손잡고 본격적인 사업에 나섰다. 또 국내업체가 인도 현지에 센터를 설립하고 현지에서 채용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델타IMC는 인도의 리크루팅 업체인 넷필그림과 제휴해 인도 인력수급 서비스를 시작했다. 올해 말까지 5백명 가량의 인도 인력을 수급할 계획인 델타IMC는 IT인디아(itindia.co.kr)라는 웹사이트도 개설해 인도 관련 마케팅 서비스도 제공하고 있다. 비티엔은 인도 IT정보 포털사이트 게이트포인디아(gate4india. com)를 오픈하고 인력소싱 사업에 적극 나섰다. 또 인도에 BTN인포테크인디아를 설립해 인도 교육기관 및 리크루팅 업체와 제휴를 맺어 맞춤형 인력 소싱 서비스에 들어갔다. 한국ITM도 인도의 컴퓨터 전문교육기관인 앱텍과 제휴해 IT 교육사업에 진출하는 한편 앱텍 출신의 인도 엔지니어 9명을 3월께 국내 IT업체에 파견 또는 취직시킬 예정이다.이 회사는 올해 말까지 약 2백∼3백명의 인도 엔지니어를 국내업체에 소개한다는 목표다. 현재 20여개 IT기업들로부터 총 40여명의 인도 엔지니어를 구인 신청 받아 작업을 진행중이다. 한국능률협회도 인도인력 소싱 전담팀을 만들어 포스데이타, 프로칩스 등 IT업체에 인도 엔지니어 파견 사업을 추진 중이다.인도 외 어떤 나라 사람들이 활동하고 있나무선 등 원천기술 엔지니어는 러시아인들이 많고 일반 마케팅 인력은 필리핀, 일본 등이 들어와 있다. LG이노텍이 RF설계인력과 통신부품 개발인력을 러시아 현지에서 신규 채용했다. 이미 석박사급 러시아 연구인력 5명을 확보한 LG이노텍은 RF설계와 디지털신호처리 분야의 석박사급 연구원 4명을 추가로 확보했다. LG이노텍은 통신분야 전문인력의 구인난이 장기화될 것으로 전망하고 핵심 연구인력의 확보를 위해 러시아 연구인력을 지속적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올 초 구성된 홍릉벤처밸리에도 한국과학기술원(KIST) 모스크바 사무소를 적극 활용해 러시아 현지 기술자 유치에 나섰다. 국제간 재고 유휴제품을 취급하는 서플러스글로벌은 지난해말 해외 마케팅과 영어에 능통한 아그네스 라우데노리오(31) 등 필리핀 2명을 채용했다. 무역전문 e마켓플레이스인 티페이지도 지난해 일본인 2명을 정식직원으로 채용해 활용하고 있다.업계 전문가들은 국내 IT업체들이 해외 우수 인력 유치를 통해 IT 인력난을 해소하고 경쟁력을 제고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인도 엔지니어 국내 진출은 계속될 것으로 전망한다. 하지만 미국 유럽 등도 마찬가지로 인력난을 겪고 있어 인도 엔지니어 등 우수 인재 유치전이 불붙어 있는 만큼 차별화 전략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현대경제연구원 오성중 신경영연구 실장은 “벤처의 경우 가족적인 근무 환경과 선진국에 비해 저렴한 생활 환경 등을 제시하면 효과가 있을 것”이라며 “해외 우수 인력 효과에 대한 의구심을 버리고 적극 발굴해 활용해야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고 강조했다.골드카드제란해외 e비즈 전문가 취업여건 개선‘한국 취업, 골드카드로 쉽게 하세요’. 산업자원부에서 추천한 외국의 e비즈니스 인력은 복수사증 발급협정 체결 여부에 관계없이 복수사증(E7)을 받을 수 있다. 또 그동안 1회에 한했던 체류기간도 2년에서 3년으로 확대되며, 체류자격외 활동은 물론 동시에 3개의 근무처에서 근무하는 것도 가능하다. 부득이 무비자로 입국한 전문인력도 산업자원부의 인정을 받으면 같은 취업비자를 받을 수 있게 됐다.산자부는 외국인 e비즈니스 전문가 유치를 위해 법무부와 협의를 거쳐 외국인 비자발급 및 체류허가 제도를 개선한 골드카드제를 지난해 11월부터 시행하고 있다. 이번 제도 실시에 따라 외국 e비즈니스 전문인력을 고용하려는 기업은 한국전자거래협회에 신청서 제출, 산자부의 요건 확인, 법무부의 고용추천 과정 등을 거쳐 해당인력에 대한 E7비자를 받을 수 있다. 골드카드제 실시에 따른 첨단 인력 유치대상은 ‘전자상거래(EC)분야에서 5년 이상 종사한 경력이 있거나 관련학과의 학사 이상 학력 소지자로서 해당분야에 2년 이상 종사한 경력이 있는 사람’이며 산자부 장관의 추천을 받아야 하도록 규정돼 있다. 이에 따라 1회 체류한도를 넘어 더 연장할 경우 해외인력은 자국으로 돌아갈 필요 없이 국내에서 곧바로 체류 연장이 가능하다.인터뷰 - 사티야 카말 나얀 유니텔 빌링시스템 개발 엔지니어“기업 이미지 좋아 과감히 지원”사티야 카말 나얀은 올해 24세다. 인도의 실리콘밸리인 방갈로르의 라마이하 공과대학에서 컴퓨터공학을 전공한 그는 한국에 오기 전 알카텔 인도지사에서 근무했다. 유니텔에는 2년차 경력자로 1년 계약으로 채용됐다.“미국 회사에 들어갈 기회가 있었지만 한국 쪽을 택했어요. 우선 같은 아시아권이어서 적응하기가 쉬울 것으로 생각했습니다. 또 삼성이라는 기업 이미지가 좋고 세계적인 기업이라는데 매력을 느꼈습니다.”사티야는 해외인력 송출업체를 통하지 않고 본인이 직접 지원한 케이스다. 해외 진출을 생각하고 있던 사티야가 우연히 삼성그룹의 구인 광고를 본 것이 계기가 됐다. 사티야는 “평소 삼성에 대한 이미지가 좋아 지원해야겠다고 마음을 먹고 삼성 웹사이트에 들어가 필요한 자료를 모으고 검토했다”며 “유니텔도 삼성계열사이기 때문에 쉽게 지원하게 됐다”고 말했다.사티야는 미국 진출의 경우 대부분 인력 송출업체를 통해 나가는데 이들 인력송출업체 서비스에 불안을 느꼈다고 한다. 특히 계약 기간이 끝나는 1년 후 어떻게 될지 알 수 없어 불안했다는 것. 또 임금 수준이 한국에 비해 미국이 높지만 현지에서 사용하는 비용도 만만치 않아 따지고 보면 엇비슷하다는 판단에서 한국행을 택했다. 사티야는 “인도의 해외 인력 송출업체들은 1년 동안의 계약 기간이 끝나면 더 이상 케어(돌봐)해 주지 않기 때문에 해외 취업자들에겐 위험 부담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유니텔에서 받는 연봉에 대해 “미국 기업과 비슷해 만족하고 있다”며 “직원들에게 독립된 근무 공간이 주어져 방해받지 않고 일할 수 있어 좋다”고 덧붙였다.유니텔에서 사티야가 맡은 일은 빌링시스템 개발. 자신의 전공인 C언어를 기반으로 통신 관련 프로그램을 짜는 것이다. 사티야는 대학 졸업후 98년부터 바디샵핑 네트워크, 루슨트 테크놀로지 등 다국적 IT기업에서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로 근무했다.“인도는 다른 나라에 비해 소프트웨어 산업이 발전해 있습니다. 특히 초등학교 시절부터 대학 때까지 IT 관련 교육을 집중적으로 받을 수 있어요. 체계적인 교육과 환경이 우수한 인재를 길러내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사티야가 말하는 인도 엔지니어들의 강점이다.2월초 입국한 사티야는 아직 한국이 낯설다. 하지만 삼성과 유니텔에서 열심히 일할 자신이 있다며 1년 계약이 끝난 뒤에도 계속 일하고 싶다고 말했다.“처음엔 언어 때문에 고민했는데 유니텔 직원들 대부분이 영어로 대화할 수 있고 친절하게 대해줘 안심이 됩니다. 앞으로 새로운 프로젝트도 맡고 삼성에서 계속 일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한국에서 일을 시작한 사티야의 소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