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에 관한 한 일본인들의 취향은 까다롭기 그지 없다. 종자를 가리는 것은 물론이요, 산지가 어디냐를 놓고도 꼬치 꼬치 따지기 일쑤다. 때문에 5㎏짜리 쌀 한 포대의 가격이 3~4배씩 차이가 나도 일본인들은 이를 전혀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값에 상당하는 이유가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한국에서 청주라고 부르는 니혼슈(일본주)의 종류가 1천6백가지를 넘는 것도 원재료인 쌀의 종류와 가격이 천차만별인 것과 무관하지 않다.그러나 그렇게 많은 일본 쌀 중에서도 으뜸으로 꼽히는 것은 니이가타산 ‘고시히카리’다. 조총련이 재일교포를 북송선에 태운 항구로 한국에서도 지명이 잘 알려져 있는 니이가타는 눈이 많이 내리는 산악지대를 바로 옆에 끼고 있으면서도 바다(동해)와 인접한 곳이다. 한마디로 산 좋고 물 맑은 지역이며 한국의 강릉이나 속초 정도로 생각하면 크게 틀리지 않는다.니이가타현 나가오카에서 미곡상 ‘이마기상점’을 운영하는 이마이 카즈요시(今井和義)사장은 농산물도 인터넷에 접목시키면 얼마나 큰 효과를 볼 수 있는지 앞장서 보여준 인물이다. 순박한 시골 농부 출신이지만 이마이 사장은 사실 IT(정보기술) 마인드에 일찌감치 눈을 떴다. 인터넷 보급 초기인 95년에 벌써 홈페이지를 개설할 정도였다.일본 전역을 상대로 20년전부터 해왔던 통신판매를 효율적으로 해보려는 생각에서였다. 그러나 일본 국민들 대다수가 인터넷에 친숙하지 않았던 탓인지 실적은 별로였다. 인터넷 주문은 한달에 3~4건이 고작이었다. 이마이 사장이 결단을 내린 것은 지난해 초. 일본 제일의 인터넷 쇼핑몰인 라쿠텐과 손잡기로 하면서부터였다. 한편으로는 인터넷 판매가 부진했던 원인이 자신의 상점에 대한 신뢰도 및 브랜드 이미지에 있다고 판단했다.“아무리 좋은 쌀을 판다고 해도 상점이 니이가타 구석에 있다 보니 소비자들이 별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던 겁니다. 쌀은 니이가타산을 최고로 치지만 이를 판매하는 상점이 지명도가 낮았기 때문에 그게 걸림돌이 된 것이죠.”이마이 사장의 판단은 맞았다. 라쿠텐에 ‘오코메프라자 니이가타’(www.rakuten.co.jp/imagi/)의 이름으로 입점시킨 후 인터넷 주문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다. 8개월밖에 지나지 않은 지난해 말까지 벌써 1만3천건이 들어 왔을 정도였다. 이용 고객도 40~50대 중년 주부들이 단골 손님으로 자리잡았다. 자신의 홈페이지만을 고집했던 근시안적 사고를 버리고 라쿠텐이라는 강자와 손잡음으로써 인터넷 대중화의 바람을 최대한 활용할 수 있었던 셈이다.라쿠텐에 사이트 오픈 ‘주문 폭주’‘오코메프라자 니이가타’는 일본의 인터넷 쇼핑몰에서 맛 좋고 믿을 수 있는 쌀을 파는 인기 사이트로 전국적 인기를 얻고 있다. 이마이 사장이 매달 한번씩 인터넷에서 여는 경품 이벤트에는 각지에서 응모자가 쇄도, 니이가타산 쌀의 성가를 높이는데 톡톡히 한몫을 하고 있다. 그는 시중에 고시히카리 유사품이 범람하고 있는 점을 주목, 고시히카리 식별법, 특징, 장점 등을 인터넷에 정기적으로 올려 놓고 있다. 덕분에 일본 네티즌들로부터 고시히카리 전도사 대접을 받게 됐다. IT전문가들은 이마이 사장의 성공 요인으로 농산물을 사이버 공간으로 끌어들인 선견과 자신의 한계를 정확히 파악한 눈 그리고 파트너와의 제휴를 들고 있다. 하지만 그는 여전히 덤덤한 표정이다.“고시히카리에 대한 사랑과 긍지로 시작한 사업입니다. 좋은 쌀은 먹어 봐야 그 진가를 알지요.” 돈을 많이 버는 것 보다 한명이라도 더 많은 고객이 고시히카리의 우수성을 재인식하면 그것으로 만족이라는게 농부 IT맨의 겸손이다.